GC녹십자(006280)가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 유통으로 실적이 급등 중인 알짜 자회사 녹십자웰빙을 지주사인 녹십자홀딩스(005250)로 넘기기로 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립니다.
녹십자웰빙은 영양 주사제 시장의 강자로, 작년 8월 국내 상륙한 일라이 릴리의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 유통을 맡으며 '품귀 현상'의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1분기 매출 증가분만 100억 원대로 추정될 만큼 현금 창출 능력이 뛰어난데요.
녹십자웰빙 지분은 2025년 사업 보고서 기준 녹십자가 22.08%, 녹십자홀딩스가 12.39%를 갖고 있습니다. 녹십자는 녹십자웰빙 지분을 녹십자홀딩스에 약 505억원에 전량 넘긴다고 지난달 말 밝혔는데요. 매각 대금으로 효자 품목인 '알리글로' 피하(皮下) 주사 제형 개발에 집중한다는 계획입니다.
마운자로는 식후 소장에서 분비되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호르몬을 모방한 약물입니다. 원래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했으나 포만감을 유도해 체중을 감량하는 효과가 확인되면서 비만 치료제로 발전했는데요.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도 마찬가지 원리입니다.
다만 위고비의 경우 노보 노디스크와 종근당(185750)이 공동 판매 계약을 맺고 유통하는 구조인데요. 마운자로는 한국 릴리와 녹십자가 계약을 체결한 것은 아닙니다. 한국 릴리가 마운자로를 거래처에 넘기면, 녹십자웰빙이 중간에서 일부 도매상을 통해 마운자로를 의료기관에 유통하는 구조입니다.
이런 알짜 자회사를 떼어낸 배경에는 '알리글로'가 있습니다. 2023년말 미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획득한 알리글로는 지난해 미국 현지에서만 매출 1500억 원을 기록하며 녹십자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았는데요. 녹십자는 이번 매각 대금을 알리글로의 '피하 주사(SC) 제형' 개발에 집중 투입한다는 구상입니다.
알리글로는 면역 결핍증을 치료하는 혈액 제제(면역글로불린)입니다. 혈액 제제는 혈장에 있는 여러 단백질을 성분별로 분리해 만든 의약품입니다.
현재 알리글로는 정맥(靜脈) 주사 제형입니다. 녹십자는 이를 피하 주사 제형으로 개발할 예정인데요. 피하 주사는 환자가 병원에 방문하지 않고 스스로 투여할 수 있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투여 시간도 짧은데요. 가격도 정맥 주사보다 높은 편이라 수익성에 도움이 됩니다.
알리글로 피하 주사는 내년 임상 3상에 진입한 뒤 결과에 문제가 없으면 2031년 미국 FDA 신청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초기에 정맥 주사로 시장 기반을 닦은 뒤, 편의성이 개선된 피하 주사로 환자를 갈아타게 만드는 '락인(Lock-in) 효과'를 노리겠다는 전략인데요.
시장에서는 녹십자의 이번 결단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녹십자홀딩스는 녹십자웰빙을 통해 에스테틱 및 해외 네트워크 사업을 강화하고, 녹십자는 주력 전문 의약품 개발에 매진하는 '투트랙' 전략이 명확해졌기 때문입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녹십자의 올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전년 대비 53% 증가한 122억 원으로 예상됩니다. 작년 매출 1조 9913억 원을 기록하며 '2조 클럽' 문턱까지 갔던 녹십자가 본업인 혈액 제제에 승부수를 던지며 제약업계 꿈의 고지를 넘어설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