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 소속 직원들이 22일 인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 사업장에서 열린 투쟁 결의 대회에 참석했다. /홍다영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의 노사 갈등이 총파업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동조합은 22일 인천 송도 본사에서 대규모 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다음 달 1일 전면 파업을 예고했다. 사(使) 측은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며 맞서고 있다.

이 회사의 노사 갈등은 지난해 11월 임직원의 개인정보가 내부망에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표면화했다. 노조는 보상과 후속 대책을 요구했고, 회사는 협의를 이어갔으나 양측 견해차로 갈등을 봉합하지 못했고, 임금·성과급 갈등으로 번졌다.

노조는 평균 임금 14% 인상과 성과급 확대를 요구하고 있고, 사측은 6.2% 인상률을 제시하고 있다.

박재성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동조합 위원장은 이날 투쟁 결의대회에서 "13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실질적인 협상은 없었고, 사측은 반복적인 설명 요구로 시간을 끌어왔다"면서 "회사가 변화하지 않는다면 5월 1일부터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요구를 관철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단기 생산 차질을 넘어 중장기 수주 경쟁력과 투자 여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직원이 제4공장 배양기를 점검하고 있다.

◇ "노사 갈등, 실제 수주 협상에도 변수로 작용"

조선비즈 취재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 갈등은 일부 글로벌 고객사와의 협상 과정에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작년 11월 임직원 개인정보 사내 유출 문제로 인한 노사 갈등이 외부에 알려진 당시, 삼성바이오는 A 글로벌 제약사와 항체약물접합체(ADC)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수주 계약을 위해 논의를 이어왔는데, A 업체가 논의 과정에서 노사 갈등에 관한 우려를 표하는 언급을 했고, 결국 최종 계약은 불발됐다고 한다.

실제 회사의 핵심 먹거리인 수주 활동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 회사 노조 조합원은 "노사 리스크가 수주 불발의 유일한 이유로 보긴 어렵지만, 계약 변수 중 하나로 작용했을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노사 갈등으로 공정이 하루만 멈춰도 수천억 원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중대 사안이기 때문이다.

바이오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을 하는 기업들은 생산 능력 뿐 아니라 납기 준수와 공정 안정성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스위스 론자(Lonza),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은 고객사와 장기 위탁생산 계약을 맺고 특정 생산설비와 공정을 기반으로 의약품을 생산한다. 이 과정에서 공정 조건, 설비, 품질관리 체계는 사전에 고정되며 계약 이후 변경이 쉽지 않다.

인천 송도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제4공장의 전경. /삼성바이오로직스

◇ "하루 멈추면 연쇄 손실"…생산 안정성 변수

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의 연간 생산능력을 감안할 때 단순 계산하면 하루 약 100배치(batch·바이오의약품 1회 생산 단위) 수준의 생산이 이뤄지는 것으로 추산한다. 공정이 중단되면 다수 배치에 연쇄적인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정은 정지 후 재가동이 가능한 일반 제조업 공정 설비와 구조적으로 다르다. 살아있는 세포를 활용하는 연속 공정 특성상 중간에 중단될 때 동일한 조건으로 즉시 재가동하기 어려운 구조다. 공정이 멈추면 배양 중인 세포가 손상될 수 있어 해당 생산분은 폐기될 가능성도 크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은 의약품 제조 공정이 일관성과 재현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공정 변경이나 중단 시 영향 평가와 재검증(Validation) 절차를 요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의약품 생산은 제품 특성상 연속성이 중요하다"며 "납기 지연이나 생산 불안 이력이 발생할 경우 신규 수주 경쟁에서 불리하게 작용하고, 기존 물량이 경쟁사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현재 글로벌 CDMO 산업 구도가 굳어져 있는 게 아니라 주요 국가별 대표주자인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며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불확실성이 생겨 안타깝다"라며 "삼성바이오 노사의 갈등이 원만하게, 조속히 해소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023년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USA)'에 마련된 스위스 CDMO 업체 론자 부스 위로 삼성바이오로직스 현수막이 보인다. /보스턴(미국)=염현아 기자

◇"단체 행동권 보장" vs "필수 가동" 법원이 가른다

노사 갈등의 핵심은 배양·정제 공정 인력의 파업 참여 여부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8조는 원료·제품의 변질과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은 쟁의 기간에도 정상적으로 수행돼야 한다고 돼 있다.

사측은 이를 근거로 생산 공정은 쟁의행위 기간에도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조는 사측이 헌법상 단체 행동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맞서고 있다. 조합원 대상 파업 찬반 투표에서는 95% 이상이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지난 9일 심문을 진행했고 16일 심리를 종결했다. 가처분 인용 여부는 조만간 나올 전망이다.

노조 요구안(평균 임금 14% 인상)을 단순 적용할 경우 영업이익의 20% 기준 약 4100억원, 1인당 3000만원 격려금 약 1100억원 등 수천억원대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는 추정도 나온다. 다만 이는 공개된 요구안을 바탕으로 한 단순 계산으로, 실제 부담 규모는 지급 방식과 산정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올해 인수 작업을 완료한 미국 메릴랜드주 록빌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 /삼성바이오로직스

업계 일각에서는 바이오의약품 CDMO 사업이 생산 중단이나 품질 리스크, 계약 이행 불확실성 등을 일정 부분 감수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보상 체계를 설계할 때 회사의 부담 요인도 함께 고려될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천 송도 제2캠퍼스의 첫 생산 시설인 5공장을 지난해 완공해 가동하고 있다. 오는 2034년까지 약 7조 원을 투입해 제3바이오캠퍼스를 조성하기 위한 투자도 진행 중이다. 회사는 이를 통해 1만명 이상의 신규 고용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회사는 이날 오후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1분기 실적 매출액은 1조2980억원 안팎, 영업이익 6120억원 규모로 추정됐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은 유사한 수준이고 영업이익은 25% 이상 증가한 것이다. CDMO 사업 특성상 이번 실적은 기존에 확보한 장기 수주 물량의 생산·납품이 반영된 결과다. 신규 수주 성과는 시차를 두고 향후 실적에 반영되는 구조다.

지난해 이 회사의 연결 기준 연간 매출은 전년보다 약 30% 늘어 4조5570억원,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56.6% 늘어 2조 692억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