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부채표 활명수'로 상징되는 국내 제약사 동화약품(000020)의 지배구조가 요동치고 있다. 오너 4세인 윤인호 대표이사 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지 1년여 만에 누나와 숙부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재계에서는 129년 전통의 가업 승계를 둘러싼 '교통정리'가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尹 대표 체제 1년…누나는 고문으로 경영 물러나

동화약품은 1897년 동화약방으로 시작했다. 고(故) 윤창식 선생이 일제 강점기에 동화약품을 인수했다. 그의 아들이 故 윤광열 전 동화약품 명예회장이다. 윤광열 전 명예회장의 장남이 윤도준 회장, 차남이 윤길준 전 부회장이다. 윤도준 회장의 장녀가 윤현경 전 상무, 아들이 윤인호 대표다.

1984년생인 윤인호 대표는 작년 3월 승진해 전문 경영인인 유준하 대표와 회사를 이끌고 있다. 윤인호 대표는 2013년 동화약품 재경부에 입사했다. 이후 전략기획실 부장과 이사, 상무, 전무, 부사장을 거쳐 작년 사장(각자 대표)에 올랐다.

그러자 윤인호 대표의 누나인 윤현경 전 상무가 그해 연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 과정에서 남매간 갈등이 컸던 것으로 알려진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내부 임원 인사에 따라 사회 공헌 활동(CSR) 관련 고문 역할을 맡게 됐다"고 설명했다.

윤현경 전 상무는 윤인호 대표보다 일찌감치 동화약품에 입사해 4세 경영 수업을 받았다. 2008년 광고홍보실에 입사한 그는 신제품개발실 차장을 거쳐 2012년 커뮤니케이션팀 이사와 더마 사업부 상무에 올랐다. 이후 동화약품이 선보인 여성을 위한 소화제 '미인 활명수'가 그의 대표 작품으로 꼽힌다. 윤 전 상무는 스킨 케어 브랜드 '활명'을 롯데면세점과 세포라에 입점시키기도 했다.

윤길준 전 부회장도 작년 연말 정년 퇴임했다. 다만 윤길준 전 부회장의 아들이자 윤인호 대표의 사촌 동생인 윤현호씨가 작년 동화약품 매니저로 입사해 생산 기획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한편 윤인호 대표 체제에서 동화약품은 올해 3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사외이사 후보에 올렸다가 철회했다. 대신 김성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당시 회사 내부에서 법무 역량을 갖춘 인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우 전 수석은 국정농단에 연루돼 대법원에서 징역이 확정됐다가 윤석열 정부에서 사면됐다.

동화약품의 '활명수' 변화 모습. /동화약품

◇오너 4세 윤인호·윤현호, 나란히 동화약품 지분 확대

현재 회사 지배 구조는 윤인호 대표→디더블유피홀딩스→동화약품으로 이어진다. 디더블유피홀딩스는 동화약품 지분 15.2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디더블유피홀딩스는 윤인호 대표가 지분 60%를 갖고 있다. 윤 대표 등 특수 관계인 지분은 100%다. 윤인호 대표와 윤현호 매니저가 각각 2019년 설립된 디더블유피홀딩스 대표와 사내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오너 4세인 윤인호 대표와 윤현호 매니저는 작년 나란히 동화약품 지분을 늘렸다. 각각 부친에게 지분을 증여받았기 때문이다. 윤인호 대표의 동화약품 지분은 작년 2.3%에서 6.43%로 늘었다. 윤현호 매니저는 0.32%에서 0.37%로 지분을 확대했다. 윤도준 회장(5.13→1%)과 윤길준 전 부회장(1.89→1.84%)은 작년 동화약품 지분이 감소했다.

그밖에 윤인호 대표의 누나인 윤현경 전 상무의 지분은 0.06%로 변동이 없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은 33.64%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윤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윤 회장이 지분을 증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재 동화약품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매출 5000억원을 넘는 것이다. 동화약품은 작년 연결 매출 496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7% 늘었다. 영업이익은 2억6000만원으로 전년보다 98% 줄었다. 소화제 활명수, 감기약 판콜, 상처 치료제 후시딘 제품군의 매출이 전체의 34%를 차지한다.

일각에선 적극적인 신약 개발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동화약품의 작년 연결 연구개발비는 257억원이다. 전체 매출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5%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일반·전문 의약품, 건강기능식품 등 기존 사업을 강화하는 동시에 혁신 신약, 개량 신약, 기능성 소재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