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진 한국실험동물협회 신임 이사장(오리엔트바이오 대표)이 서울 강남구 웨스틴 조선 파르나스에서 열린 '바이오 에볼루션 2026' 포럼에서 취임사를 밝히고 있다. /한국실험동물협회

글로벌 신약 개발 환경이 빠르게 바뀌면서, 인공지능(AI)과 데이터를 활용한 '예측 중심' 개발 방식이 핵심 흐름으로 떠오르고 있다. 동물실험 결과를 관찰해 판단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데이터를 기반으로 약물 효과와 안전성을 예측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한국실험동물협회는 15일 서울 강남구 웨스틴 조선 파르나스에서 열린 '바이오 에볼루션 2026' 포럼에서 이런 변화를 설명하며, 정부와 산업계, 학계가 함께 참여하는 'AI와 차세대 대체 시험법(NHP, New Alternative Methods) 기반 신약 개발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협회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규제 환경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추진하는 현대화 정책과 'ISTAND(신약 개발 혁신 과학기술)' 프로그램 도입, 국내 '위기대응의료제품법' 시행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변화로 비임상 시험 데이터만으로도 신약 허가 가능성이 열리면서, 신약 개발은 '관찰'이 아닌 '예측'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AI 기반 신약 개발은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시험 설계까지 전 과정에 활용될 수 있다. 여기에 오가노이드(인공 장기)나 장기칩(Organ-on-chip) 같은 NAMs 기술이 결합되면서, 초기 단계에서 약물의 효과와 독성을 더 빠르고 정밀하게 평가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NAMs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인체처럼 복잡한 전신 반응이나 면역 체계까지 완전히 재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사람과 생리학적으로 유사한 영장류 모델(NHP, Non-Human Primate)의 중요성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AI와 영장류 데이터를 결합한 'AI NHP 플랫폼' 이미지. /한국실험동물협회

이번 포럼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AI NHP 플랫폼'이 새롭게 제시됐다. 이는 실험동물의 행동, 생리, 분자 데이터를 AI로 통합 분석해 약물 반응과 질병 진행을 전신 수준에서 예측하는 시스템이다. 일종의 '디지털 트윈(Digital Twin·현실을 가상으로 복제한 모델)' 개념을 신약 개발에 적용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장재진 한국실험동물협회 신임 이사장은 "AI, NAMs, NHP를 통합한 플랫폼은 향후 신약 개발의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라며 "개발 기간 단축과 비용 절감은 물론, 환자 중심의 정밀의료 실현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 이사장은 "이 플랫폼을 통해 신약 개발의 높은 실패율을 낮추고 임상 성공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AI와 대체시험법이 확대되는 흐름 속에서도 영장류 연구의 중요성은 더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이번에 논의된 AI와 NAMs 기반 혁신 전략이 실제 산업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협회가 정책적 가교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글로벌 신약 개발이 '관찰 중심'에서 '예측 중심'으로 전환되는 만큼, 이에 대응하기 위한 국회의 입법 지원과 범정부 차원의 예산·인력 투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