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체-약물접합체(ADC) 개발 기업 리가켐바이오(141080)가 대규모 적자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며 파이프라인 재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익성 악화를 감수하더라도 기술이전 성과를 통해 중장기 성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리가켐바이오는 국내 바이오기업 파이안바이오테크놀로지와 신규 기술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파이안은 손상된 근육 세포에 정상 미토콘드리아를 이식해 기능을 회복시키는 방식의 치료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로, 리가켐이 새로운 원리의 항체 기술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이번 계약은 불과 며칠 전 기존 파이프라인을 정리한 직후 이뤄졌다. 리가켐바이오는 앞서 3일 기존 파트너사로부터 도입한 항체 1개를 개발 방향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환했다. 임상 진입 전 단계에서 정리돼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 등 비용 부담은 없었다.
개발 자산을 과감히 정리한 뒤 곧바로 신규 기술을 채워 넣으면서, 리가켐바이오가 '선택과 집중' 방식으로 파이프라인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움직임은 수익성이 악화된 가운데서도 이어지고 있다. 리가켐바이오는 지난해 매출 1415억원으로 전년 대비 12.4% 증가하며 외형 성장을 이어갔지만, 영업손실은 1064억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
회사는 신규 파이프라인 구축과 임상 개발 확대에 따른 R&D 비용 증가를 원인으로 꼽았다. 실제로 지난해 2000억원대 R&D 투자를 집행했으며, 올해도 이를 상회하는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 단기 수익성보다 기술이전 성과 확보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2006년 설립한 리가켐바이오는 외부에서 항체를 도입해 자사 ADC 플랫폼 '컨쥬올(ConjuAll)'을 적용한 뒤, 이를 다시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이전하는 사업 모델을 구축해왔다. 현재까지 총 12건, 약 9조600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이러한 선제적 투자 배경에는 올해 주요 파이프라인 성과가 예정돼 있다는 점이 있다. 중국 포순제약에 기술이전한 유방암 치료 후보 'LCB14'는 임상 3상 단계로 하반기 품목허가 신청이 예상된다. 미국 존슨앤드존슨(J&J) 자회사 얀센이 도입한 'LCB84'도 하반기 임상 2상 진입을 앞두고 있다.
중국 씨스톤에 이전된 혈액암 치료 후보 'LCB71'은 오는 6월 임상 1b상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으며, 영국 익수다테라퓨틱스, 체코 소티오 등 파트너사 역시 연내 임상시험계획(IND) 신청을 준비 중이다.
이처럼 주요 파이프라인의 임상 진전이 이어지면서 마일스톤 유입도 본격화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리가켐바이오가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R&D 투자와 파이프라인 재편을 병행하는 전략을 통해, 기술이전 성과로 실적 반등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이호철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리가켐바이오는 차세대 링커와 페이로드 기반의 컨쥬올을 통해 약물 결합 균일성과 안전성을 개선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고성장이 예상되는 ADC 시장에서 기술력 입증 시 후발 주자라도 빠르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만큼, 올해 주요 파이프라인 임상 결과를 계기로 대규모 기술이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