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세포(녹색)이 암세포(파란색)을 공격하는 모습./미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센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오는 17일부터 22일(현지 시각)까지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리는 미국암학회(AACR)에서 차세대 항암 연구를 공개한다. 미국암학회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유럽종양학회(ESMO)와 함께 세계 3대 암학회로 꼽힌다.

학회는 매년 2만명 넘는 기업 관계자와 연구자가 참여해 초기 임상 결과 등을 소개한다. 국내 기업은 항암 연구 트렌드를 엿볼 수 있고 기술 수출을 논의하는 자리도 될 수 있다. 올해는 꿈의 항암제로 불리는 카티(CAR-T) 세포 치료제와 mRNA(메신저 리보핵산), 이중 항체 ADC(항체 약물 접합체)와 관련된 기술이 공개될 전망이다.

◇암세포만 골라 죽이는 'CAR-T' 치료…고형암 정복 나선다

이번 학회에선 카티(CAR-T) 세포 치료제에 대한 연구가 공개된다. 이는 환자 몸에 있는 면역 세포인 T세포를 활용해 암을 치료하는 것이다. T세포는 전신을 돌아다니다 암세포를 발견하면 공격한다. 그런데 암세포는 T세포가 자신을 발견하지 못하도록 교란 작전을 펼치기 때문에, 몸에 T세포가 있어도 암세포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때가 있다.

카티 세포 치료제는 환자 몸에 있는 T세포를 밖으로 꺼내서 암세포를 인식하도록 재설계한 뒤 다시 주입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T세포가 혈액을 타고 다니면서 암세포를 제대로 찾아 사멸시킨다. 다만 카티 세포는 그동안 백혈병 같은 혈액암에 사용하고 딱딱한 고형암은 쉽게 치료하지 못했다. 카티 세포가 종양 형태의 암까지 파고들지 못하거나, 고형암 근처에 도착하기도 전에 제대로 힘을 못 쓰고 탈진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앱클론(174900), HLB이노베이션(024850)의 미국 자회사 베리스모 테라퓨틱스는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고형암을 치료하는 카티 기술을 이번 학회에서 선보인다. 앱클론은 고형암을 치료하는 z카티 플랫폼을 공개한다. 이는 암 항원(抗原)과 결합하는 스위치라는 물질을 통해 카티 세포가 고형암까지 잘 찾아갈 수 있도록 한다.

앱클론 관계자는 "스위치는 항체 25분의 1 크기인 물질"이라면서 "스위치라는 물질을 같이 주입해서 T세포가 고형암 근처까지 갈 수 있도록 길을 인도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베리스모 테라퓨틱스는 고형암을 대상으로 하는 카티 치료제 SynKIR-110 임상 1상 중간 결과를 발표한다. HLB 관계자는 "기존 카티 치료제는 과도한 T세포 활성화로 세포가 탈진하는 경우가 있었다"면서 "이런 문제를 극복하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베리스모 테라퓨틱스는 혈액암에 효과가 있는 카티 치료제 SynKIR-310 전임상 결과도 발표한다.

mRNA./미국 국립암연구소(NCI)

◇암세포 자멸 유도하는 mRNA 치료제, 방사성 의약품 공개

학회에서는 mRNA(메신저 리보핵산) 플랫폼이나 방사성 의약품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미약품(128940)은 mRNA 플랫폼을 활용한 항암제를 포함해 9건의 비임상 연구를 공개한다. mRNA는 단백질 합성 정보를 담은 유전 물질이다. 한미약품의 항암 신약 p53 mRNA는 종양을 억제하는 유전자인 p53 단백질을 세포 내에서 발현시켜 암세포 자멸을 유도한다. 한미약품은 그밖에 암 유전자 변이를 겨냥한 표적 항암제 치료도 선보인다.

SK바이오팜(326030)은 방사성 의약품 SKL35501의 전임상 연구를 공개한다. 방사성 의약품은 환자 몸에 투여하면 암 세포만 피폭시켜 암을 치료한다. SK바이오팜은 뇌전증(腦電症·간질) 치료제 세노바메이트의 뒤를 이을 차세대 먹거리로 방사성 의약품을 개발하고 있다.

이 방사성 의약품은 대장암, 췌장암에서 과하게 발현되는 NTSR1을 표적으로 한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파이프라인(신약 후보군)을 도입한 지 18개월 만에 임상 진입 단계까지 갔다"고 말했다.

항체약물접합체(ADC)는 암세포 표면의 항원 단백질에 결합하는 항체(분홍색)에 항암제(붉은색)를 붙인 형태다. 정상 세포는 두고 암세포에만 약물을 전달해 '암세포 잡는 유도 미사일'로 불린다./Adobe Stock

◇'癌세포 잡는 유도탄'… 공격력 높은 이중 항체 ADC 주목

이중 항체 ADC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ADC는 항체에 약물(페이로드)을 붙여 암세포를 치료하는 기술이다. 항체는 암세포 표면에 있는 항원을 인식하고 결합하는 역할을 한다. 이중 항체는 서로 다른 항체를 붙이는 기술로 단일 항체보다 치료 효과가 좋고 안전성이 높다.

국내 기업 가운데 동아에스티(170900)가 자회사 앱티스와 공동 개발 중인 이중 항체 ADC 후보 물질에 대한 연구를 공개한다. 이중 항체 ADC로 고형암 내성을 극복하는 방법을 소개할 예정이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그밖에 요도암과 폐암을 표적 치료하는 ADC에 대해 밝힐 예정"이라고 했다.

에이비엘바이오(298380)도 이중 항체 ADC 후보 물질과 관련된 비임상 연구를 발표한다. 에이비엘바이오는 미국 자회사 네옥 바이오에서 이중 항체 ADC 후보 물질 ABL206, ABL209 임상과 글로벌 개발 권리를 갖고 있다. 회사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후보 물질에 대한 임상 시험 계획서(IND)를 승인받고 임상 1상을 추진하고 있다.

리가켐바이오(141080)도 다발성 골수종을 치료하는 ADC 후보 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다발성 골수종은 혈액암의 일종이다. 뼈 통증, 골절과 빈혈 등이 증상이다. 리가켐바이오 관계자는 "글로벌 임상 진입을 위한 IND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