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가 노동조합의 파업 움직임에 대응해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생산 공정 특성상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대규모 손실과 수주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1일 인천지방법원에 노조의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근거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8조다. 해당 조항은 쟁의행위 과정에서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하거나 시설 보호에 필요한 작업을 중단하는 행위를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회사는 숙련 인력이 생산 현장을 이탈할 경우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DMO) 공정 특성상 생산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오의약품 생산은 살아있는 세포를 일정 기간 배양하는 '배치(batch)' 방식으로 진행돼 온도·산소·영양 조건을 정밀하게 유지해야 한다. 공정 관리 공백이 발생할 경우 생산분 전체가 폐기될 가능성도 있다.
업계에서는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현실화될 경우 손실 규모가 조 단위에 이를 가능성도 거론한다. 생산 차질 자체보다 글로벌 고객사 신뢰 약화가 더 큰 부담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대해 노조는 집회와 파업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조는 회사의 가처분 신청에 대해 "헌법이 보장하는 단체행동권을 제한하려는 시도"라며 법률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했다.
노조는 또 "연속공정이라는 이유만으로 파업이 제한된다면 정유·식품·제철 등 다른 연속공정 제조업에서도 파업이 불가능하다는 논리와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오는 5월 1일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4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는 투표권자 3678명 중 3508명이 참여했고, 이 가운데 3351명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노조 가입자는 약 3689명으로 전체 임직원의 약 75% 수준이다.
노사는 지난해 12월부터 총 13차례에 걸쳐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노조는 지난해 영업이익(약 2조692억원) 실적에 걸맞은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주요 쟁점은 임금 인상률과 성과급 산정 기준이다. 노조는 평균 14% 수준 임금 인상과 함께 영업이익의 20%를 초과이익성과급(OPI) 재원으로 활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회사 측은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 기준에 맞춘 6.2% 인상안과 영업이익 10% 또는 경제적부가가치(EVA) 20% 기준안을 제시한 상태다.
이 밖에 1인당 3000만원 규모 노사상생격려금 지급, 주 36시간 근무제 도입, 정년 65세 연장 등도 협상 쟁점에 포함돼 있다.
업계에서는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미국 출장에서 귀국하는 대로 노사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존림 대표는 현재 미국 메릴랜드주 록빌 소재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 인수 관련 일정으로 해외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대표의 구체적인 귀국 일정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