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네릭(복제약) 약가 산정률을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45%까지 낮추는 개편안을 확정하면서 국내 제약 산업의 수익 구조 재편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제네릭 판매 비중이 높은 중소 제약사는 직접적인 수익성 압박이 불가피해졌고, 반대로 연구개발(R&D) 투자 기업에는 최대 4년간 약가 보호 장치가 새로 마련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기업별 실적 격차를 확대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러스트=챗GPT

◇'동일 성분 13개 초과 등재 시 약가 자동 조정' 등 규제 강화

보건복지부는 26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제네릭 약가 산정률을 현행 53.55%에서 45%까지 단계적으로 인하하는 약가제도 개편안을 확정했다. 연내 시행이 목표다. 정부는 이번 개편을 제네릭 중심 산업 구조를 신약 개발 중심 구조로 전환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일반 제약사는 올해 하반기부터 제네릭 약가 산정률이 51%로 인하된다. 이후 2029년까지 49%→47%→45%로 조정된다.

R&D 투자 비율이 높은 '혁신형 제약기업'의 경우 보호 수준이 더 높다. 올해 하반기 51%, 내년 49%를 적용받은 뒤 이후 최대 5년간 49% 수준의 특례 산정률이 유지되고 이후에는 45%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조정되는 구조로 설계됐다.

조정 대상은 2012년 이전 등재 제네릭뿐 아니라 신규 제네릭까지 포함된다. 다만 퇴장방지의약품과 희귀의약품, 단독 등재 품목, 최근 5년 내 수급 불안정 사유로 약가가 인상된 의약품, 기초수액제와 방사성의약품, 산소·아산화질소 등 필수 공급 품목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약가 인하 기준도 손본다.

현재 동일 성분 제네릭 20번째 품목부터 적용되는 계단식 약가 인하 기준은 앞으로 13번째 품목부터 적용된다. 동일 성분 제네릭이 13개를 초과해 등재될 경우 신규 등재 품목 약가는 등재 1년 이후 직전 최저가의 85% 수준으로 자동 조정된다. 이후 추가 등재되는 제네릭은 해당 조정 가격을 기준으로 약가가 산정된다.

또 자체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자료 제출과 식품의약품안전처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약가 인정 수준은 기존 85%에서 80%로 낮아진다.

다만 원료 직접 생산 의약품과 국산 원료 사용 국가필수의약품, 항생주사제와 소아 의약품 등 공급 안정성이 중요한 품목에 대해서는 약가 가산을 유지하기로 했다. 특허만료 오리지널 의약품에도 일정 기간 가산을 부여해 공급 불안을 방지한다는 계획이다.

◇'준혁신형 제약기업' 제도 신설…"약가 우대 대상 확대 목표"

정부는 개편안의 연착륙을 위해 혁신형 제약기업에 대한 약가 보호 장치를 강화할 방침이다. 현행 제도는 약제별 가치 중심으로 가격이 결정돼 제네릭 매출을 기반으로 R&D에 투자하는 국내 산업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업계 의견을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혁신형 제약기업이 신규 제네릭을 출시할 경우 약가 산정률 60%를 기본 1년 적용한다. 해당 의약품을 국내에서 생산할 경우 적용 기간은 추가 3년 연장돼 최대 4년까지 유지된다. 기존에는 동일 성분 공급 업체 수가 3개 이하일 경우에만 연장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국내 생산 여부에 따라 보호 기간이 결정된다.

사용량 증가에 따른 약가 인하 제도에서도 혁신형 제약기업 약제는 인하율 감면 폭이 기존 30%에서 50%로 확대된다. 예컨대 약가 인하율이 4%로 결정되더라도 실제 인하는 약 2% 수준에 그친다.

기존 등재 제네릭 약가 조정 과정에서도 혁신형 제약기업에는 한시적 특례가 적용된다. 제네릭 등재에 따라 약가가 조정되는 특허만료 오리지널 의약품도 혁신형 제약기업이 생산할 경우 동일한 수준의 약가 우대를 적용받는다.

정부는 혁신형 제약기업에 준하는 수준의 '준혁신형 제약기업' 제도도 새롭게 도입한다.

준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지정되면 기등재 제네릭은 올해 하반기 51%, 내년 49%, 2028년 47% 산정률을 적용받은 뒤 이후 최대 4년간 47% 수준의 특례 산정률이 유지되고 이후에는 45% 수준으로 전환되는 구조다.

신규 제네릭 약가 산정률 50%는 최대 4년까지 적용받을 수 있다. 정부는 준혁신형 제도를 통해 약가 우대 대상을 현재 48곳에서 약 60곳 내외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매출 1000억원 이상 기업은 의약품 매출 대비 R&D 투자 비율 5% 이상, 1000억원 미만 기업은 7% 이상일 경우 대상이 된다. 최근 5년간 리베이트 관련 행정 처분을 받은 기업은 제외된다.

◇2030년 '주기적 약가 재평가' 도입…'저가 구매' 인센티브 보류

사후 약가 관리 체계도 정비한다. 약가 반복 인하 가능성 등 업계의 불확실성 해소 요구를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사용량 증가에 따른 약가 인하 시행 시기는 연 2회로 정례화된다. 시행 전 최소 1개월 이상의 준비 기간도 부여된다.

급여적정성 재평가는 기존처럼 매년 일괄 실시하는 방식에서 재평가 사유 발생 시에만 실시하는 방식으로 전환된다. 재평가 결과 반영 방식도 급여 제외 또는 선별급여 적용으로 단순화된다.

정부는 성분별 품목 수와 시장 구조, 주요국 약가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3~5년 주기로 약가를 재평가하는 체계도 도입하기로 했다. 해당 제도는 산업계 의견 수렴을 거쳐 2030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당초 시장 경쟁과 연계한 적정 약가 구매 촉진 체계로 전환하기 위해 저가 구매 장려금 지급률 확대 방안도 검토됐지만 유통 구조 개선 정책과의 병행 필요성을 고려해 현행 제도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실거래가 조사 및 직권 인하 제도는 기존대로 유지된다.

◇"국내 제네릭 약가, OECD 평균보다 80% 높아"

정부는 이번 개편의 배경으로 국내 제네릭 약가 구조의 왜곡을 지목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한국의 제네릭 사용량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54% 대비 53%로 유사하지만 급여액 비중은 OECD 평균 25%보다 높은 45% 수준이다. 사용량 대비 급여액 비율 기준으로 보면 국내 제네릭 약가는 OECD 평균 대비 80% 이상 높은 수준으로 분석된다.

국내 제약 산업의 구조 역시 약가 개편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높은 제네릭 약가에 기대 개발·생산 투자에 소홀한 영세 제약사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정부 판단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완제의약품 제조사 가운데 생산 규모 10억원 미만 업체 비중은 2012년 18.9%에서 2024년 30.3%로 확대됐다. 원료의약품사를 포함한 전체 제약사 중 고용 인력 10명 미만 기업 비중은 같은 기간 26.9%에서 42.3%로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