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흠 교수팀이 바이오캐비넷의 전자부 제작 용역을 수행한 카이로스페이스팀과 함께 바이오캐비넷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한림대

국내 최초로 우주에서 인공 심장을 만드는 3차원(3D) 프린팅 기반 우주 의생명공학 연구에 초록불이 켜졌다. 이에 신약 개발과 인공장기 연구로의 확장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의학계에선 우주를 활용한 바이오 산업이 새로운 성장 분야로 떠오를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우주항공청은 지난 17일 다목적실용위성 '아리랑 7호'와 차세대중형위성 3호의 첫 촬영 영상과 초기 운영 성과를 공개했다.

차세대중형위성 3호는 지난해 11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4차 발사를 통해 궤도에 올라, 국내 개발 탑재체를 기반으로 우주과학 탐사를 수행하는 '종합 우주 실험실'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3D 바이오 프린팅 기반 우주 의생명공학 실험 장비인 '바이오캐비넷(BioCabinet)'이 탑재돼 있다.

바이오캐비넷은 무게 55kg 규모의 우주 바이오 연구 탑재체로, 3D 바이오프린터와 줄기세포 배양·분화 시스템을 통합한 장치다.

발사 과정의 충격과 우주 환경에서도 세포를 안정적으로 배양·관찰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국제우주정거장(ISS) 접근이 어려운 국내 여건을 고려해 사람의 개입 없이 전 과정을 자동으로 수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데이터는 고속 대용량 전송이 가능한 X-밴드와 저용량 상태 정보를 보내는 S-밴드를 통해 지상으로 전송된다.

이번 실험의 핵심은 미세 중력 환경에서 줄기세포의 3차원 구조 형성과 분화 과정을 확인하는 데 있다. 연구팀은 역분화 심장 줄기세포(iPSC)를 활용해 심장 조직을 3D로 프린팅하고, 우주에서 제작된 구조체가 실제로 수축하며 박동하는지를 관찰하고 있다. 동시에 편도 유래 줄기세포를 이용해 혈관세포로의 분화 과정도 추적하고 있다. 임무 수행 기간은 약 60일이며, 최대 1년까지 연장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박찬흠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나노바이오재생의학연구소장)가 이끄는 연구팀은 현재 실험 데이터를 분석 중이다. 연구팀은 초기 분석에서는 줄기세포가 지상보다 우주 환경에서 더 활발히 분화하는 경향을 확인했다.

박찬흠 교수는 "줄기세포가 지상과 다르게 활발히 분화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중력의 영향이 거의 없는 환경에서는 세포가 아래로 가라앉지 않아 3차원 구조 형성이 유리하다"며 "인공심장 조직 프린팅과 관련해 의미 있는 결과가 도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현재까지 우주에서 진행된 바이오 3차원 구조체 배양 기록 중 최장이다. 우주 의약 개발 분야 국내 원천 기술을 확보한 사례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우주항공청의 공식 발표 시점에 맞춰 공개될 예정이다.

박찬흠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이끄는 한림대 나노바이오재생의학연구소 연구팀이 개발한 우주 생물학 연구 탑재체 '바이오캐비넷(bioCabinet)'이 차세대 중형위성 3호기에 탑재돼 2025년 11월 누리호 4차 발사를 통해 우주로 향했다./한림대 의료원

미세 중력 환경은 중력에 따른 침강과 대류가 거의 없어 세포 간 상호작용과 3차원 조직 형성에 유리한 조건을 제공한다. 이런 특성이 실제 장기와 유사한 복잡한 구조를 구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학계의 시각이다.

박 교수 연구팀은 특히 우주 장기 체류 시 심혈관계가 먼저 영향을 받을 가능성에 주목해, 심장 조직을 우주에서 직접 제작하는 기술 확보를 목표로 연구를 진행해 왔다.

우주는 신약 개발 측면에서도 주목받는다. 미세 중력 상태에서는 물질이 균일하게 결정화돼 불순물이 적은 고순도 물질을 얻기 쉬워, 항암제 등 정밀 의약품 개발에 유리한 환경으로 꼽힌다. 실제 미국 머크(MSD)를 비롯한 주요 글로벌 제약사들은 우주에서 의약품 결정화를 통해 효능을 높이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박 교수 연구팀은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후속 연구도 이어갈 계획이다. 2027년에는 우주 항암제 개발 플랫폼 '바이오렉스(BioRex)'를 발사해 교모세포종 등 난치성 암에 대한 약물 반응을 분석하는 게 주요 목표 중 하나다. 이어 인공 간 조직을 프린팅해 동물실험까지 수행하는 '바이오리브(BioLiv)' 플랫폼도 추진할 계획이다.

우주 의생명 연구는 미국, 유럽, 이스라엘, 일본, 중동 국가들도 앞다퉈 투자하고 있는 분야다. 중국은 자체 우주정거장을 활용해 의생명 연구를 활발히 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 중에서는 보령(003850)이 미국 우주 생명공학 스타트업 엑시옴 스페이스(Axiom Space)에 6000만달러(약 840억원)를 투자했다.

앞으로 우주 바이오 산업이 새로운 성장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 교수는 "지구에서 풀기 어려운 질병 치료의 실마리를 우주에서 찾는 미래를 그리며 연구에 도전했다"며 "우주 연구가 새로운 의약품과 치료법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