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들의 블록버스터 신약 특허가 잇따라 만료를 앞두두면서 전 세계 기업들이 바이오시밀러(복제약)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denisismagilov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특허 만료가 잇따르면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개발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향후 10년간 수천억 달러 규모의 의약품 특허가 줄줄이 만료될 예정인 데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에서 규제 완화 움직임까지 맞물리면서 기술력과 생산 역량을 갖춘 기업에는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될 전망이다.

13일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약 4000억달러(한화 592조원) 규모의 의약품 특허가 만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현재 개발 중인 바이오시밀러는 전체의 약 10% 수준에 불과해, 특허 만료 규모에 비해 시장 대응은 아직 초기 단계라는 분석이다.

실제 글로벌 시장에서도 대형 바이오의약품의 특허 만료가 속속 다가오고 있다. 미국 머크(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는 미국과 유럽에서 2028~2029년 핵심 특허가 만료된다.

프랑스 사노피와 미국 리제네론이 공동 개발한 아토피·천식 치료제 '듀피젠트'(두필루맙)는 2031년 전후, 매출 143억달러(약 21조원) 규모의 다발성골수종 치료제 '다잘렉스'(다라투무맙)는 미국에서 2029년, 유럽에서 2031년 특허가 끝날 전망이다.

규제 환경도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유리한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10일(현지 시각) 바이오시밀러 개발 절차를 간소화하는 산업계 지침 초안을 발표했다.

이번 지침의 핵심은 임상 약동학(PK) 시험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과학적 타당성이 입증될 경우 불필요한 PK 시험을 간소화해 연구 비용을 최대 50%까지 절감할 수 있도록 했다.

비교 제품과 임상 데이터 활용 범위도 확대됐다. 특정 조건에서는 유사성 입증을 위해 미국 외 해외 임상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바이오시밀러·미국 기준 제품·해외 비교 제품을 동시에 비교하는 '3자 PK 시험'을 반드시 수행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를 인정하도록 규정을 완화했다.

미국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도 이러한 움직임을 뒷받침한다. 바이오시밀러를 확대해 의료비를 낮추겠다는 목표다. 현재 미국에서 바이오의약품은 전체 처방의 약 5% 수준이지만 의약품 지출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도 바이오시밀러 시장 확대에 대비해 조직과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다. 세계 최대 바이오시밀러 기업으로 꼽히는 일본 산도즈는 관련 전담 조직을 새로 꾸렸고, 미국의 암젠, 화이자 역시 신약 개발과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병행하며 시장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들의 바이오시밀러 매출 비중은 전체 매출의 약 10% 수준이지만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한국 기업에도 기회가 열렸다. 국내 바이오기업들은 항체의약품 개발 기술과 대규모 생산 능력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셀트리온(068270)은 현재 11개인 제품 포트폴리오를 2038년까지 41개로 확대할 계획이며, 삼성에피스홀딩스(0126Z0)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는 11종의 시밀러를 상용화하고 2030년까지 20개 이상으로 늘린다는 목표다.

이밖에도 알테오젠(196170), 삼천당제약(000250), LG화학(051910), 종근당(185750), 동아에스티(170900) 등도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를 개발 중인 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특허 만료와 규제 완화가 맞물리면서, 기술력과 생산 기반을 갖춘 기업에게는 성장 기회가 커졌다"며 "앞으로 10년은 바이오시밀러 경쟁과 시장 확대가 본격화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