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재개를 앞둔 일양약품(007570)이 경영 정상화 시험대에 올랐다. 회계 논란에 따른 거래정지 사태는 일단락되는 분위기지만, 10년 가까이 이어진 신약 공백과 간판 품목의 특허 만료 등 구조적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일양약품은 지난해 11월 4일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 심의를 통해 올해 3월 4일까지 개선기간을 부여받았다. 회사는 지난달 24일 한국거래소에 개선계획 이행 내역서를 제출하고 이에 대한 심의를 요청한 상태다. 기심위는 관련 규정에 따라 제출일로부터 20영업일 이내 열릴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달 25일 이전에 기심위가 열려 거래재개 여부가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무혐의' 받은 일양약품, 거래재개·수익성 개선 '속도'
일양약품은 종속회사가 아닌 중국 법인을 연결 대상에 포함해 재무제표를 부풀렸다는 혐의로 지난해 9월 10일부터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당시 금융당국은 해산 절차 중인 중국 통화일양에 대한 지배력을 문제 삼았으나, 일양약품은 브랜드 권리와 지분 구조(일양약품 및 특수관계인 65.3%)를 근거로 맞서왔다.
이후 지난달 3일 검찰이 해당 사안에 대해 무혐의 및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리면서 가장 큰 고비는 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양약품은 기심위를 앞두고 거버넌스 체제 정비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2월 사외이사 2명을 신규 선임하고 윤리경영위원회 등 소위원회 3개를 신설하며 '투명성' 강화에 나섰다.
오는 26일 정기주주총회에서는 13년 만에 이사회를 재편한다. 오너 3세 정유석 대표이사의 재선임과 구흥회 생활건강사업본부 전무의 사내이사 신규 선임이 핵심이다.
안건이 통과되면 사내이사는 기존 3명에서 4명 체제로 확대된다. 일양약품은 오너 2세인 정도언 회장이 2013년 3월 대표직과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 이후 정유석 대표와 김동연 전 공동대표, 최규영 전무 3인 체제를 유지해왔다.
이번 인선은 생활건강사업을 강화해 지난해 반토막 난 수익성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일양약품은 지난해 법률 자문 비용과 과징금 등 일회성 비용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3% 급감한 47억원을 기록했다.
회사는 지난달 약국 전용 일반의약품·건강기능식품 플랫폼 '플랫팜'에도 입점했다. 회사 관계자는 "빠른 시일 내 예년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회복하는 것이 목표"라며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고된 놀텍 '약가 인하·제네릭 공세' 파고…신약 부재 '한계'
문제는 중장기 성장 동력이다. 일양약품은 2009년 항궤양제 '놀텍', 2016년 백혈병 치료제 '슈펙트' 출시 이후 새로운 신약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국내 위장질환 치료제 시장은 대웅제약 '펙수클루'나 HK이노엔 '케이캡' 등 P-CAB 계열로 재편됐고, 회사 대표 품목인 놀텍은 내년 말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미 휴온스와 건일바이오팜이 제네릭 개발에 나선 가운데 추가 진입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허가 만료돼 제네릭이 출시되면 오리지널 약가는 기존 가격의 53.55% 수준으로 일괄 인하된다. 전체 매출의 약 40%를 차지하는 전문의약품(ETC) 사업부의 핵심 품목이 흔들리는 셈이다.
이에 따라 놀텍은 2028년부터 인하된 약가로 제네릭과 P-CAB 계열 신약 사이에서 경쟁하게 된다.
일양약품은 뒤늦게 P-CAB 계열 신약 후보물질 'IY-828026' 개발에 착수했지만 상업화까지는 최소 수년의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단기간 내 매출 공백을 메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회사는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1상 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았다.
회사는 우선 복합제 '놀텍플러스' 출시와 적응증 확대(소화성궤양 예방)로 방어선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불확실성이 남는다. 일양약품은 2021년 비미란성 식도염(NERD) 적응증 확보를 위한 임상 3상을 진행했지만 실패한 경험이 있다.
회사 관계자는 "개발 중인 P-CAB 신약이 놀텍과 함께 처방 선택지를 확대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