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바이오 기업인 바이온텍은 공동 창업자들이 회사를 떠나 mRNA(메신저리보핵산) 신약 개발 회사를 따로 설립할 계획이라고 10일(현지 시각) 밝혔다. 바이온텍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당시 mRNA 방식의 백신을 개발해 미국 화이자와 함께 상용화했던 회사이다.
바이온텍에 따르면 우구르 사힌(Ugur Sahin·61) 최고경영자(CEO)와 외즐렘 튀레지(Özlem Türeci·59) 최고의료책임자(CMO)는 연말까지 새 회사로 자리를 옮겨 차세대 mRNA 의약품 연구·개발(R&D)에 집중할 예정이다. 사힌과 튀레지 부부는 2008년 바이온텍을 공동 설립했다.
사힌 CEO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지난 18년간 우리는 바이온텍을 스타트업에서 강력하고 다양한 파이프라인(신약 후보 물질)을 보유한 글로벌 바이오 제약 기업으로 성장시켰다"며 "튀레지와 나는 다시 한번 개척자가 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바이온텍은 두 사람이 세우는 회사에 자사 mRNA 기술에 대한 특정 권리를 부여하고 지분을 확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간단히 말해 바이온텍이 R&D와 사업 기능을 분할하는 셈이다. 회사는 신생 기업이 신약 개발에 전념하고 바이온텍이 상업화에 집중하는 분할 구조가 주주 가치 증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힌과 튀레지 부부는 튀르키예 이민자 가정 출신이다. 부모는 모두 1960년대 후반 독일로 넘어왔다. 사힌은 튀르키예 남부에서 태어나 네 살 때 독일 서부 도시 쾰른으로 이주했다. 튀레지는 독일 북부 니더작센주(州)에서 나고 자랐다. 둘 다 의대를 나왔다. 두 사람은 코로나 백신을 개발해 이민 노동자 가정 출신의 흙수저에서 일약 억만장자로 도약했다. 2020년 말 순자산이 5조원을 넘어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상 세계 493번째 부자가 됐다.
두 사람은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됐던 2020년 1월 중국 우한에 다녀온 한 가족의 감염 관련 논문을 읽은 것을 계기로 미국 화이자에 백신 개발을 제안했다. mRNA 코로나 백신은 코로나바이러스의 돌기 단백질을 만드는 정보인 mRNA를 담고 있다. 몸 안에 들어가면 바이러스의 돌기를 만들어 항체를 유도하는 면역 반응을 일으킨다.
mRNA 백신은 기존 백신보다 전염병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바이러스는 끊임없이 돌연변이를 일으킨다. 독감 백신을 매년 새로 맞는 것도 새로 유행하는 바이러스에 대항하기 위해서다. 기존 백신은 세포나 달걀에서 바이러스를 배양해 몇 달씩 시간이 걸린다. 반면 mRNA는 화학 합성으로 빠르게 생산할 수 있다. 그만큼 돌연변이에 빨리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세계 제1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 mRNA 백신이 밀려나고 있다. 그럼에도 바이온텍 창업자들이 mRNA 신약 개발사를 새로 세우는 것은 최근 백신 매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신약 기술로서 mRNA 자체의 경쟁력은 여전히 강력하다고 판단한 결과로 해석된다. 미 트럼프 행정부는 백신 비판론자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부 장관 주도로 감염병 관련 mRNA 연구 자금 지원을 축소했으나, 암 치료제를 포함한 다른 유형의 mRNA 기반 의약품 개발은 표적에서 제외했다.
사힌과 튀레지 부부도 원래 바이온텍 창업 당시 mRNA를 이용한 항암제를 개발할 계획이었다. 암세포 표면 단백질의 유전 정보를 담은 mRNA를 체내에 주입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식별하고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치료를 하면서 코로나19 백신처럼 예방도 가능하다.
mRNA 면역 항암 백신은 암 환자 고유의 유전자를 전달해 맞춤형 치료까지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바이온텍은 피부암인 흑색종에 대한 mRNA 백신을 개발하고 있고, 독일 큐어백은 폐암을 공략하고 있다. 바이온텍은 지난해 큐어백을 인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