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SK(034730)그룹의 위탁개발생산(CDMO) 자회사인 SK팜테코가 미국 일라이 릴리의 차세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비만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용 원료의약품(API) 생산에 들어갔다. 이번 API는 월 1회 투여가 가능한 장기지속형 제형 연구 과정에서 사용될 예정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SK팜테코는 지난달 자회사 SK바이오텍을 통해 임상시험용 API 생산을 시작했다. 이번 물량은 상업용이 아닌 임상시험용으로, 기존 주 1회 주사제의 투약 간격을 월 1회 수준으로 늘리는 장기지속형 제형 개발에 활용될 전망이다.

해당 물질의 정확한 성분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업계에서는 릴리의 비만약 '마운자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임상이 진행될 국가나 기관 등 구체적인 시험 계획도 알려지지 않았다.

릴리는 전날 한국 정부와도 향후 5년간 한국에 총 5억 달러(약 7365억원)를 투자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회사는 앞으로 핵심 연구개발(R&D) 분야 전반에서 국내 기업과 협력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릴리는 의약품 중간체와 API, 완제품 생산까지 이어지는 일괄 생산 체계를 충북 지역에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SK가 마운자로의 핵심 펩타이드 원료를 생산해 완제품 제조사로 공급하는 구조다.

지난해 11월 세종 명학산업단지의 SK바이오텍 M5(왼)·M6(오) 신축 공장 건설 현장. 두 건물은 연결돼 있다./염현아 기자

SK팜테코는 현재 세종 명학산업단지에 SK바이오텍의 대규모 펩타이드 원료 생산 공장인 5·6공장(M5·6)을 건설 중이다. 오는 6월 준공 후 연말 본격 가동이 목표다.

현재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은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주도하고 있다. 두 제품 모두 주 1회 투여하는 주사제다.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를 비롯해 미국 화이자, 암젠,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등 주요 제약사들은 복약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월 1회 수준 장기지속형 제형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릴리도 장기지속형 제형 개발을 위해 국내외 기업들과 협력하고 있다.

국내 약물전달 기술 기업인 펩트론(087010)과는 2024년 10월 장기지속형 약물전달 플랫폼 '스마트데포(SmartDepot)'의 기술 평가 계약을 체결하고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6월에는 스웨덴 제약사 카무루스와 계약을 맺고 지질 기반 약물전달 플랫폼 '플루이드 크리스탈(FluidCrystal)' 기술을 도입했다. 인크레틴 기반 신약 후보물질에 해당 플랫폼을 적용해 월 1회 투여가 가능한 장기지속형 제형 개발에 활용할 계획이다.

당초 릴리는 SK가 생산한 API에 약물전달시스템(DDS)을 적용해 완제품을 만들 계획이었다. 이번 임상용 API에는 DDS를 적용하지 않고 릴리가 자체적으로 새로운 제형 물질을 연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노보 노디스크는 매일 주사해야 했던 비만 치료제 '삭센다(리라글루타이드)'의 분자 구조 일부와 지방산 사슬을 개량해 약효 지속 시간을 주 1회로 늘린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를 개발했다.

한편, 원료 생산에 필요한 중간체 제조는 국내 기업 아이티켐(309710)이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티켐은 지난해 12월 SK바이오텍과 약 100억원 규모의 의약품 중간체 위탁 생산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계약 기간은 2026년 2월부터 2027년 5월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