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란 공습 여파로 국내 증시가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하며 제약·바이오 업종도 급락했다. 이런 가운데 코스닥 상장 15년차 바이오 기업 인트론바이오는 나홀로 약 30% 급등하며 상한가를 기록했다. 다만 임상 진입이나 파트너십 체결 등 가시적인 진전이 없는 만큼 시장에서는 이를 일시적인 반등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 전쟁 여파로 지난 4일 하루 동안 제약·바이오 업종 시가총액은 총 33조8951억원이 증발했다. 대부분 종목이 급락한 가운데 인트론바이오(048530)는 29.96% 상승하며 상한가를 기록했다. 별도의 신규 공시나 발표가 없었음에도 홀로 강세를 보인 것이다.
인트론바이오는 박테리오파지 기반 기술로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 벤처다. 1999년 설립돼 2011년 코스닥에 상장했으며 올해로 상장 15년차를 맞았다. 박테리오파지는 바이러스의 일종으로, '박테리아(세균) 포식자'라는 뜻이다. 최근 항생제를 대체할 새로운 치료법으로 주목 받고 있다.
시장에서는 지난 2월 26일 스위스에서 열린 글로벌 항생제 내성(AMR) 분야 주요 행사인 'AMR 콘퍼런스 2026'에서 공개된 핵심 파이프라인 'SAL200'의 살균 효능 데이터가 뒤늦게 부각된 영향으로 보고 있다.
AMR은 글로벌 보건 위기와 직결된 분야로 다국적 제약사와 연구기관이 집중하고 있는 시장이다. 전쟁 리스크로 시장 전반이 급락하는 상황에서, 항생제 내성이라는 구조적·장기적 이슈에 대응하는 플랫폼 기업이라는 점이 부각됐다는 해석이다.
SAL200은 세균의 세포벽을 직접 분해해 즉각적으로 죽이는 원리의 신약 후보물질이다. 이 행사에서 공개된 임상 결과에 따르면 SAL200은 기존 항생제가 세균의 증식을 억제하는 방식과 달리 세균의 구조 자체를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특히 기존 항생제가 잘 듣지 않는 다제내성균에서도 빠른 살균 효과를 보였다.
시장이 SAL200 기대감에 반응한 이유는 현재 회사 파이프라인 가운데 임상 단계에 진입한 물질이 SAL200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SAL200은 2018년 11월 스위스 로이반트 자회사에 약 1조15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됐지만 2022년 6월 반환됐다. 이후 2023년 10월 또다른 스위스 제약사인 바실리아와 기술이전 조건부 계약을 체결했으나, 바실리아가 계약을 진행하지 않아 협상이 무산됐다. 회사는 현재 새로운 파트너사를 찾고 있다.
SAL200은 임상 1상과 2a상에서 안전성과 내약성을 확인했다. 2022년 1월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 2b상 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았다. 다만 비용 부담이 큰 미국 임상 2b상은 파트너사를 통해 진행한다는 계획이어서, 승인 이후 3년째 실제 시험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상한가가 일시적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팬데믹 이후 수익성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데다 뚜렷한 글로벌 파트너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주가 흐름도 장기간 부진했다. 인트론바이오는 코로나19 대유행이던 2021년 초 PCR 기반 분자진단 사업 성과에 장중 한때 3만4500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이후 코로나 특수를 대체할 만한 뚜렷한 호재가 나오지 않으며 하락세가 이어졌다. 지난 1월 20일에는 2895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최대주주의 지분 매각도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인트론바이오 창립자인 윤성준 대표는 지난 1월 지분 100만주(지분율 2.93%)를 장외 매도했다. 윤 대표는 동생인 윤경원 대표와 함께 회사를 이끌고 있다.
실적도 악화됐다. 매출은 2020년 454억원을 정점으로 지난해 57억원까지 감소했고, 같은 해 영업손실은 79억원으로 확대됐다.
업계에서는 기술 연구개발이 아직 사업화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주가 흐름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임상 2b상 진입이나 파트너십 체결 등 가시적인 진전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주가 변동성은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