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숙 한미그룹 회장(가운데)과 임주현 부회장, 임종훈 사장이 2일 서울 송파구 한미 C&C 스퀘어에서 열린 임성기 선대회장의 동판 조형물 제막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한미그룹

한미약품(128940)그룹 창업주인 고(故) 임성기 회장의 배우자인 송영숙 회장이 지난해 말 발생한 임원의 성비위 사건과 관련해 공식 사과했다.

송 회장은 5일 입장문을 통해 "한미 창업주의 가족이자 대주주 한 사람으로서, 작금의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점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며 "성비위 사건으로 피해를 입으신 분과 큰 실망을 느끼셨을 한미 임직원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지주사 한미사이언스(008930)의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성추행 가해 임원 비호' 논란이 확산되면서 최근 임직원들이 사내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송 회장은 "임직원 여러분이 매일 용기 내어 피켓 시위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며, 여러분 삶에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드리겠다는 저의 다짐과 약속이 온전히 지켜지지 못한 것 같아 참담한 심정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송 회장은 "누구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사과와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마땅하다"며 "진정성 있는 반성과 성찰을 통해서만 다시 화합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고 했다.

'전문경영인 중심 체제' 원칙을 지키겠다는 의지도 강조했다.

송 회장은 "분쟁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모든 고객과 주주들께 약속한 '선진 전문경영인 체제'는 전문경영인의 역할과 권한을 존중하고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원칙"이라며 "대주주는 경영에 직접 개입하기보다 견실한 방향을 제시하고 지지하며, 전문경영인은 부여된 권한과 책임 아래 회사를 이끌어가는 것이 한미가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길"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미 창업주 임성기 선대 회장도 한미의 다음 세대 경영은 전문경영인이 중심이 되고, 대주주는 이사회를 통해 이를 지원하는 선진화된 지배구조로 나아가야 한다는 뜻을 여러 차례 강조하셨다"고 했다.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정비도 주문했다. 송 회장은 "앞으로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각 사 전문경영인은 관련 제도와 내부 통제 시스템을 더욱 공정하고 투명하게 정비해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그래픽=정서희

개인 최대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을 겨냥한 언급도 나왔다.

송 회장은 "한미는 특정 개인 한 사람이 전권을 쥐고 운영할 수 없는 기업"이라며 "한미를 이끄는 핵심 동력은 임직원 모두의 단합된 마음이며, 그 마음의 중심에는 '임성기 정신'이 자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 역시 그룹 회장으로서 한미의 인간존중 정신이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을 지키고, 회사가 다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덧붙였다.

송 회장이 사실상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 지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표는 오는 29일 임기가 만료된다. 임기 연장 여부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결정된다.

신동국 회장은 한미약품 창업주 고(故) 임성기 회장의 고향 후배로, 2024년 임 회장의 부인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모녀와 손잡고 전문 경영인 체제를 약속하며 가족 경영권 분쟁을 매듭지은 인물이다. 하지만 이후 신 회장이 약속과 달리 경영 전반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며 논란이 잇달았다.

특히 지난해 말 발생한 임원의 성추행 처리 문제를 두고 가해자로 지목된 임원에 대해 박 대표가 중징계를 추진하자, 신 회장이 이를 막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 대표는 근거로 신 회장과의 면담 녹취록을 제시했다.

뒤이어 신 회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박 대표가 연임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 대표는 재차 반박하며 신 회장에 공개 질의를 했다. 신 회장 측은 이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달 신 회장은 한미사이언스 지분 6.45%를 장외 매수하며 지분을 확대했다. 특히 모녀와 대립해 온 창업자 장남 임종윤 북경한미 동사장 측과 거래를 한 것으로 나타나, 시장에선 신 회장이 모녀와의 연합 전선을 깨고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다만, 신 회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경영권 분쟁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