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투지바이오(456160)가 상장 반 년 만에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발행으로 총 1500억원 규모 자금 조달에 나선다. 회사는 연구개발(R&D) 등에 투입하기 위한 선제 투자라고 설명했지만, 시장에서는 상장 이후 이어진 실적 부진과 현금흐름 부담에 대응하기 위한 '방어형 수혈' 성격이 짙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투지바이오는 지난 23일 공시를 통해 각각 75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전환사채를 발행한다고 밝혔다. 확보한 자금 1500억원 중 900억원은 장기지속형 약물전달 플랫폼 '이노램프(INOLAMP)' R&D 등 운영자금, 600억원은 제2 의약품 제조·품질관리 기준(GMP) 공장 건축을 위한 시설자금으로 내년까지 2년간 투입할 예정이다.
회사는 플랫폼 고도화와 생산 인프라 확충을 위한 투자라고 설명하지만, 시장에서는 상장 직후 다시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선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지투지바이오는 지난해 8월 기술특례 방식으로 상장하며 공모자금으로 약 532억원을 확보했다. 상장 전 누적 영업손실은 약 1165억원이었고, 공모자금 유입으로 2024년 3분기 기준 누적 손실은 약 580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문제는 이후의 현금 창출력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2억원에 그쳤고, 같은 기간 누적 영업손실은 약 92억원을 기록했다. 기술이전 성과는 아직 가시화되지 않았고, 위탁개발생산(CDMO) 매출도 발생하지 않았다. 누적 결손금은 약 800억원에 달한다.
결국 IPO로 확보한 자금이 실질적인 매출 확대나 수익 구조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한 상황에서 R&D와 공장 건설까지 병행해야 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연간 100억원 안팎의 손실이 지속될 경우 현금 소진 속도가 빨라질 수밖에 없어, 이번 1500억원 조달은 성장 투자라기보다 시간을 벌기 위한 선택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지투지바이오는 2017년 펩트론(087010) 출신 연구진이 독립해 설립한 회사다. 펩트론 연구소장(전무이사)을 지낸 이희용 대표와 수석연구원 출신 설은영 부사장 등이 창업 멤버로 참여했다.
업계는 비만 치료제 투여 주기를 월 1회로 연장하는 약효 지속 플랫폼 '이노램프(INOLAMP)'를 앞세워 '제2 펩트론'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다만 기술 차별성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일부에서는 이노램프가 기존 펩트론의 장기지속형 미립구 기반 플랫폼과 구조적 차이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감기가 짧은 펩타이드 약효를 수주에서 수개월까지 늘리는 '스마트데포'와 유사한 접근 방식이라는 평가도 제기된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지투지바이오는 지난해 1월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을 비롯한 글로벌 제약사들과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하며 기업가치가 올해 약 1조5000억원 수준까지 뛰었다. 다만 현재 계약 대부분은 연구협력·검증 단계로, 대규모 선급금을 수반한 기술이전 성과는 아직 없는 상태다.
지투지바이오는 향후 파이프라인 다변화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전략이다. 비만 치료제 중심에서 나아가 치매 치료제 등 중추신경계(CNS) 분야로 개발 영역을 확대하고 있으며, 회사는 2028년 이후 비만약과 함께 본격적인 매출 발생을 기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결국 이번 1500억원 조달이 성장 투자와 재무 방어라는 두 가지 성격이 동시에 반영된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자금 조달은 중장기 R&D와 생산 인프라 투자를 이어가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면서도 "향후 의미 있는 기술이전 성과와 실제 매출 창출이 가시화되지 않으면 '제2 펩트론' 전략의 설득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