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다음 달 생명공학 분야 전문위원회를 열고 보툴리눔 톡신의 국가핵심기술 지정 유지·해제 여부를 심의할 전망이다. 업계에선 K-톡신 산업의 규제 지형이 바뀔 수 있는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산업기술보호협회는 최근 개별 기업들로부터 보툴리눔 톡신 국가핵심기술 지정 해제 여부에 대한 의견서를 취합했다. 산업부는 이를 토대로 안건 상정 문서를 마련하고 전문위원회 소집 절차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재심의는 2010년 보툴리눔 톡신 생산공정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하고, 2016년 균주 자체까지 보호 범위에 포함시킨 고시 개정의 적정성을 다시 따지는 절차다.
해제 찬성 측은 국가핵심기술 지정이 산업 성장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지정에 따른 기회비용 손실이 연간 1000억원대에 이른다고 추산한다. 해외 기술이전, 전략적 투자 유치, 글로벌 공동개발 협상 과정에서 국가핵심기술 해당 여부가 실사 리스크로 작용해 계약이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일부 기업은 수출 승인에 평균 4~6개월, 길게는 1년 가까이 소요되면서 시장 선점 기회를 놓쳤다고 주장한다. 한 업체는 행정 절차 지연으로 경쟁사보다 최대 45% 낮은 가격에 공급한 사례도 거론한다.
해제 찬성 측은 기술 희소성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보툴리눔 톡신 생산기술은 1940년대 개발됐고, 1980년대 주요 특허도 만료됐다는 것이다. 균주 역시 해외에서 확보한 만큼 기술 독점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반면 해제 반대 측은 "기술 현실을 단순화한 주장"이라고 반박한다. 균주 확보 이후의 공정 기술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보툴리눔균은 무산소 환경에서 배양돼야 하며, 독소 단백질은 열·빛·진동에 취약하다. 상업용 균주는 수백 차례 계대배양을 거쳐 독소 생산력을 극대화한 결과물로, 연구용 균주와는 구별된다는 설명이다.
해제 반대 측은 국가핵심기술 지정이 수출 자체를 막는 제도가 아니라고도 강조한다. 기술 이전, 해외 인수·합병 등에서 무분별한 유출을 통제하는 안전장치라는 주장이다. 특히 해외 자본의 국내 톡신 기업 인수 가능성도 우려 요인으로 거론된다.
결국 판단은 산업부 전문위원회에 달렸다. 규제 완화와 기술 보호 사이에서 정부가 어떤 균형점을 택할지에 따라 국내 톡신 산업의 투자와 해외 전략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