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글로벌 바이오제약업계의 기술 거래액이 45조원을 웃돌며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의 혁신 신약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금이 중국 바이오텍으로 빠르게 쏠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현지 시각) 글로벌 데이터 분석기관 클래리베이트가 발간하는 바이오월드(BioWorld)에 따르면, 2026년 1월 글로벌 바이오 전체 거래 규모는 311억6000만달러(약 45조275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1월 기준 최대치다.
거래 건수는 128건으로 지난해 월평균(98건)보다 많았지만, 최근 8년간 1월 수치와 비교하면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소수 기업에 대형 계약이 집중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중국 바이오 회사로의 쏠림이 두드러졌다. 상위 대형 계약 10건 가운데 5건이 중국 기업과의 파트너십 형태로 체결됐다. 중국 바이오텍이 개발한 신약 후보 물질(파이프라인) 기술을 글로벌 빅파마가 사들이는 흐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대표적으로 중국 레미젠(Remegen)은 미국 애브비에 이중항체 신약 후보물질을 최대 56억달러(약 8조1360억원)에 기술이전했다. 중국 CSPC 역시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47억달러(약 6조8220억원) 규모의 차세대 비만 치료제 개발을 위한 8개 프로그램 협업 계약을 맺었다.
중국 바이오 산업의 성장세는 지표로도 확인된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중국 바이오기업이 허가받은 혁신신약은 1250개 이상으로, 이미 유럽을 추월했고 미국(약 1440개) 수준에도 근접했다. 전 세계 기업 주도 임상시험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8년 9%에서 2023년 약 20%로 확대됐다.
업계는 이러한 성장 배경으로 ▲제조 효율성 ▲중앙집중형 병원 네트워크 ▲CDMO 및 유전체 서비스 인프라 ▲2015년 이후 규제 개혁 ▲국가급여의약품목록(NRDL) 정책 등을 꼽는다.
바이오협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 바이오 산업의 성장은 해외에서 교육받은 연구자들의 귀국과 인력 양성 프로그램 덕분"이라며 "실제로 해외에서 활동하던 중국계 연구자들이 스타트업과 연구기관에 합류하며 신약 개발과 혁신 촉진에 기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제약사의 현지 투자도 확대되는 추세다.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미국 제약사 머크(MSD) 등은 중국 내 연구개발(R&D) 허브와 바이오 인큐베이터에 직접 투자하고 있으며, 이는 국제 협력이 중국 생태계와 글로벌 신약 개발을 동시에 촉진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다만 미국과 유럽의 견제 움직임도 다시 커지는 분위기도 동시에 있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국가안보 우려를 이유로 이른바 '생물보안법(Biosecure Act)'을 통과시키며 규제 수위를 높였다. 미국 연방자금을 지원받는 제약·바이오 기업이 '우려 바이오기업'으로 지정된 업체와 협력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업계에서는 공급망과 데이터 접근을 둘러싼 미국의 감시 기조가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럽연합(EU) 역시 연구 협력 문턱을 높이고 있다. EU의 대표 연구·혁신 펀드 프로그램인 '호라이즌 유럽(Horizon Europe)'에서 중국 참여를 제한한 것이다. 호라이즌 유럽은 2021~2027년 동안 약 935억유로(약 160조원)가 투입되는 대형 연구 프로그램으로, '호라이즌 2020'의 후속 사업이다.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올해부터 중국에 본사를 두거나 중국이 통제하는 조직은 인공지능(AI), 통신, 보건, 반도체, 바이오, 양자 등 민감 기술 분야 프로젝트 보조금 신청이 제한된다. 유럽 측은 핵심 기술의 대중 이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유럽 정부는 그동안에도 중국과의 기술 이전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미국은 중국이 영업비밀 탈취와 기술 이전 강요를 통해 지적재산권을 확보했다고 비판해 왔으며, 중국 정부는 이를 반복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중국 군과 연계된 기관과의 연구 협력이 논란이 된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한편, 1월 글로벌 바이오 인수합병(M&A) 규모는 122억1000만달러(약 17조7410억원)로 집계됐다. 거래 건수는 8건으로 지난해 월평균(10건)보다 적었다. 최대 거래는 MSD가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특허 만료 대응 전략의 일환으로 시다라 테라퓨틱스를 92억달러(약 13조3510억원)에 인수한 건이다.
국내에서는 알테오젠(196170)과 삼천당제약(000250)의 기술 수출이 주목받았다. 알테오젠은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자회사 테사로와 피하주사(SC) 제형 개발 계약을 체결했으나 계약 규모는 2억8500만달러(약 4141억원)로 시장 기대치에는 다소 못 미쳤다는 평가다. 삼천당제약은 일본 다이이찌산쿄와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