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 상단부터 차봉권 명인제약 영업 총괄 사장, 정웅제 보령컨슈머헬스케어 대표, 곽달원 HK이노엔 대표, 조욱제 유한양행 사장. /각 사 제공

최근 제약사 인사 면면을 뜯어보면 '영업 출신' 임원들의 약진이 돋보입니다. 정부가 복제약(제네릭) 약가 인하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 영업을 강화하는 분위기가 엿보이는데요. 복제약은 효과와 가격이 엇비슷해 결국 영업이 매출을 좌우하는 구조입니다.

명인제약(317450)은 차봉권 영업 총괄 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다음 달 주주총회에 올릴 예정입니다.

차 사장은 1990년 명인제약 영업부 공채 1기로 입사해 30년 넘게 몸담은 인물인데요. 영업 총괄 본부장을 지내며 2022년 사내이사로 선임돼 임기 2년을 채우고 물러났습니다. 2024년 7월 영업 총괄 사장에 올랐다가 다시 2년 만에 등기이사로 복귀하는 것입니다.

차 사장은 명인제약에서 전문 의약품 중심의 매출 구조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명인제약은 지난해 3분기 기준 30% 넘는 영업 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는데요.

사실 명인제약은 창업주부터 영업 사원 출신입니다. 명인제약은 종근당(185750) 영업 사원이던 이행명 회장이 1985년 설립했습니다. 잇몸약 이가탄, 변비약 메이킨Q, 우울증과 조현병 등 중추신경계(CNS) 치료제로 유명한데요. 명인제약은 지난해 10월 코스피에 상장하며 전문 경영인 체제를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차 사장과 이관순 전 한미약품(128940) 부회장이 다음 달 주총을 거쳐 사내이사에 오를 전망입니다.

명인제약은 전문 의약품 가운데 복제약 비중이 높은 편입니다. 정부의 약가 인하에 대응해 수익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과제가 있는데요.

명인제약 관계자는 "원료 의약품 자체 생산, 고부가 가치 펠렛 제형 사업 확대, 신약 개발 등으로 약가 인하 리스크를 줄인다"는 입장입니다.

펠렛은 약효 성분을 함유한 일종의 작은 알갱인데요. 약물이 체내에서 방출되는 속도와 위치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국내 경쟁사가 전무(全無)하다시피 하고 해외 경쟁사도 많지 않아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게 회사 판단인데요.

보령컨슈머헬스케어도 최근 정웅제 보령(003850) 영업부문장을 대표로 선임했습니다. 정 대표는 한미약품 상무를 거쳐 2017년 보령에 합류해 의원 영업본부장 등을 지냈는데요. 보령에서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며 전문 의약품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정 대표는 보령컨슈머헬스케어에서 일반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성장을 주도할 계획입니다. 그는 평소 영업 사원의 역량을 파악하고 효율적으로 배치한다는 평가를 받는데요. 영업 현장과 경영진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며 성과 중심의 조직 문화를 만들 것으로 보입니다. 보령 관계자는 "일반 의약품(OTC)과 건기식 시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영업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85년 전통의 유유제약(000220)도 최근 영업 총괄 본부장으로 장홍석 상무를 영입했습니다. 장 본부장은 대웅제약(069620)과 한화제약에서 전문 의약품 영업 등을 25년 넘게 담당했는데요. 유유제약은 계열사 인사에서도 영업을 강화했습니다. 유유제약 관계자는 "영업 전문가가 리드를 해주는 게 회사의 매출과 영업이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유유제약은 유한양행(000100)을 설립한 고(故) 유일한 박사의 동생 故유특한 회장이 1941년 설립한 회사입니다. 창업 초기 의약품과 원료를 수입했고 6·25 전쟁 직후 비타민을 선보였습니다. 현재 두통, 고지혈증, 골다공증 치료제 등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전체 매출의 60~70%가 복제약에서 나오는 상황에서 영업 강화로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설명인데요.

그밖에 곽달원 HK이노엔(195940) 대표도 영업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입니다. 곽 대표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인데요. 곽 대표는 1986년 삼성그룹 공채로 입사해 2010년 CJ제일제당(097950) 제약 사업 부문 영업 총괄을 지냈습니다. CJ제일제당 제약 사업 부문이 분사해 출범한 CJ헬스케어 대표이사를 맡았는데요.

곽 대표는 CJ헬스케어가 HK이노엔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함께하며 매출 1조원 시대를 열었습니다. 평소 각지 영업 사무소를 방문하고 공장을 찾아 현장의 소리를 듣는다고 합니다. HK이노엔은 현재 글로벌 영업 조직을 별도로 운영하며 수액제, 혈압 강하제 등 전문 의약품을 해외 시장에 진출시키고 있는데요.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이사 사장도 영업 출신입니다. 1987년 유한양행에 입사해 병원 지점장 이사, 전문 의약품 영업·마케팅 상무, 약품 사업 본부장 전무를 거쳐 2021년 대표에 올랐는데요. 국산 항암제 최초로 미국 땅을 밟은 폐암 신약 렉라자 성공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유한양행 연결 매출은 그가 취임한 2021년 1조6878억원에서 지난해 2조1866억원으로 30% 늘었습니다.

영업 사원은 제약사 실적을 위한 핵심 인력입니다. 제약 업계는 다른 산업과 다르게 고객인 의사와 약사가 제품에 대해 자세하게 알고 있는데요. 제품에 대한 이해도가 깊은 고객과 오랜 시간 신뢰 관계를 구축한 영업 사원들은 회사 입장에서 큰 자산일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2010년대는 리베이트를 주고받는 제약사와 의사를 처벌하는 쌍벌제 등으로 영업맨 출신이 잠시 주춤했고 연구개발 출신이 주목을 받았다"면서 "최근에는 연구 뿐만 아니라 치열한 경쟁과 약가 인하 정책 등이 맞물려 현장을 잘 아는 영업 전문가가 다시 두각을 나타내는 추세"라고 했는데요.

이들이 복잡한 영업 환경을 뚫고 저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