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000100), GC녹십자(006280), 종근당(185750), 대웅제약(069620), 한미약품(128940) 등 국내 5대 전통 제약사의 지난해 합산 매출액이 9조원에 육박했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연 매출이 전년보다 5.7% 늘어 2조1866억원으로 집계됐다고 11일 밝혔다.
앞서 최근 실적을 발표한 GC녹십자(1조9913억원), 종근당(1조6924억원), 한미약품(1조5475억원), 대웅제약(1조5708억원)의 매출액과 합산하면 5개 제약사의 전체 매출액은 8조9886억원이다. 이는 전년 합산 매출액(8조2522억원)보다 8.92% 늘어난 규모다.
대웅제약의 지주사인 대웅(003090)의 작년 매출이 2조 686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를 적용하면 5대 제약기업의 작년 총 매출액은 9조 4864억원에 달한다.
국내 상위 바이오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와 셀트리온(068270)도 지난해 처음 '연매출 4조원 시대'를 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작년 매출액은 4조5570억원, 셀트리온은 4조1625억원으로, 두 회사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을 이끌고 있는 주요 제약 ·바이오 기업들이 외형 성장세를 이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수익성 지표는 기업별 온도 차가 있었다. 글로벌 시장에서 실제 현금을 창출하는 수익 구조를 갖췄는지가 실적을 가르는 핵심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 이익 가른 글로벌 경쟁력
5대 제약사 중 작년 매출액 규모 1, 2위는 유한양행과 GC녹십자, 영업이익 1, 2위는 한미약품과 대웅제약으로 나타났다.
각사의 전년 실적과 비교하면, 유한양행은 영업이익이 90.2% 증가했다.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B형간염 치료제, 항암제 등 전문약 처방이 확대되며 실적 성장을 이끌었고, 작년 4분기에 폐암 신약 '렉라자'의 중국 환자 투약이 시작돼 약 640억원 규모의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을 수령해 실적에 기여했다.
GC녹십자는 매출액은 18.5% 영업이익은 115% 늘었다. 2023년과 2024년 영업이익이 감소하며 실적이 부진했는데, 수익성이 개선됐다. 적자 폭도 개선돼, 지난해 순손실 규모는 261억원이다. 북미 시장에서 혈액제제 '알리글로' 판매가 확대되는 등 고수익 제품의 해외 매출 비중이 커진 효과로 풀이된다.
한미약품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늘었다. 회사의 작년 영업이익률은 16.7%에 달한다. 이상지질혈증 치료 복합신약 '로수젯', 고혈압 치료제 '아모잘탄' 등 자체 개발한 복합 신약 제품군이 고른 매출 성장세를 보였고, 미국 머크(MSD) 기술 수출 성과가 반영됐다. 중국 법인 북경한미약품의 매출도 처음 4000억원 돌파했다. 국내 원외 처방 시장에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연속 1위를 지켰다.
대웅제약은 매출은 10.4%, 영업이익은 33% 늘었다. 자체 신약과 수출 품목의 성과가 실적 성장을 견인했다.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펙수클루'와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 등 고수익 제품의 해외 판매가 확대됐다.
반면 종근당은 매출은 1조6924억원으로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806억원으로 전년 대비 감소했다. 연구 개발비와 판매 관리비 증가, 전년도 일회성 요인에 따른 역기저 효과가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다른 회사와 비교하면 글로벌 기술료나 해외 수출에 따른 수익 회수 구조가 제한적인 점이 수익성 둔화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국내 대표 바이오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성장했다. 이들 기업의 글로벌 매출 대부분을 달러와 유로로 받는데, 우호적인 환율 환경도 실적 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셀트리온은 글로벌 시장에 출시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제품군이 늘었고,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을 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4공장 전체 가동하며 위탁생산이 늘었다.
두 회사 모두 올해 매출 목표치를 상향했다. 셀트리온은 올해 매출 목표치를 지난해보다 27% 늘어난 5조3000억원 수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올해 매출 목표치는 전년보다 15~20% 증가한 약 5조3200억원 수준으로 제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압도적인 생산 능력을 앞세워 CDMO 계약 수주를 확대하고, 셀트리온은 고수익 제품군 판매 확대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 제네릭 약값 인하 변수…기업 간 양극화 심화 전망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영업이익 추이를 비교하면, 신약 개발 성과와 해외 시장에서 안정적인 현금 흐름 확보가 실적 성장의 열쇠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올해 제약·바이오 기업 간 실적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정부가 올해 하반기부터 제네릭(복제약) 약가 인하를 본격화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에 내수 시장 비중이 크고 제네릭 품목에 의존해 온 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약가 인하가 단순한 매출 감소를 넘어, 연구개발(R&D) 투자 재원 확보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내수 약가 인하의 충격을 상쇄하고 실적 성장을 이루려면, 한미약품의 '로수젯', 대웅제약의 '나보타', 유한양행의 '렉라자', GC녹십자의 '알리글로'처럼 자체 개발 신약과 고수익 수출 품목 비중을 늘리고 해외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R&D 비용 지출이 실적에 부담을 주는 요소이지만 결국 R&D 성과가 환차익과 기술료 수익으로 환원되기 때문에 R&D 경쟁력을 키워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글로벌 진출 자체보다 해외 시장에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수익 구조를 갖췄는지가 실적과 기업 가치를 좌우하는 국면"이라며 "같은 매출 성장이라도 글로벌 기술료나 고수익 제품의 수출로 이어지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차이는 더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