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069620)의 중장기 기업가치를 둘러싸고 핵심 계열사 한올바이오파마(009420)의 신약 파이프라인이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이미 임상 3상을 마친 '바토클리맙'이 있음에도 글로벌 파트너사가 후속 후보물질 개발에 무게를 싣고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과거 한미약품(128940) 사례처럼 향후 한올이 바토클리맙을 반환받아 자체 개발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임상 3상이 끝난 후보물질이라 하더라도 허가 신청과 상업화 단계에서는 상당한 비용이 추가로 투입된다. 한올이 직접 개발에 나설 경우 재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한올은 지난해 영업손실 9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한 상황이다.

대웅제약은 한올바이오파마 지분 31.7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지분율은 과반에 미치지 못하지만 주요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한올은 대웅제약 연결 실적에서도 적잖은 존재감을 갖는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대웅제약 연결 매출 1조1738억원 가운데 한올 매출은 1176억원으로 약 10%를 차지했다. 자산 기준 비중도 8.9%에 이른다.

이뮤노반트, 한올바이오파마, 대웅제약 로고./각 사

◇한올 '캐시카우'였던 바토클리맙, 개발 우선순위 밀리나

바토클리맙은 FcRn 억제제 계열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후보물질이다. 체내 병원성 항체를 줄이는 기전으로, 2017년 스위스 바이오 기업 로이반트사이언시스에 기술이전됐다. 이후 로이반트사이언시스의 미국 자회사 이뮤노반트가 권리를 넘겨받아 중증근무력증(MG)과 갑상선안병증(TED) 등 희귀 자가면역질환을 주요 적응증으로 개발해왔다.

한올은 기술이전 당시 계약금으로 3000만달러를 받았고, 임상 진전 단계에 따라 2019년과 2022년에 각각 1000만달러, 2023년에는 추가 적응증 임상 3상 진전에 따라 750만달러와 500만달러의 마일스톤을 수령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수령액은 6250만달러다.

허가와 상업화에 성공할 경우 받을 수 있는 추가 마일스톤은 최대 4억5250만달러(약 655억원)다.

문제는 이뮤노반트가 지난해 3월 중증근무력증 임상 3상 결과를 공개하면서 구체적인 허가 일정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시 회사는 병행 중이던 갑상선안병증 임상 3상 결과를 확인한 뒤 최종 전략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회사가 갑상선안병증 임상 3상 2건 가운데 1건의 톱라인 발표마저 지난해 말에서 올해 상반기로 미루면서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 이뮤노반트는 두 연구 결과를 올해 상반기에 함께 공개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뮤노반트의 행보는 바토클리맙 후속 후보물질인 '아이메로프루바트(IMVT-1402)'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회사는 최근 5억5000만달러(약 8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해 추가 개발 자금도 확보했다.

아이메로프루바트는 LDL 콜레스테롤 상승 등 임상 과정에서 확인된 바토클리맙의 한계를 개선한 개량형 후보물질이다. 오토인젝터(자동주사기) 방식으로 개발돼 기존 피하주사(SC) 제형보다 편의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후발주자인 만큼 자연히 바토클리맙보다 개발이 늦다.

한올 입장에서 부담으로 작용하는 대목이다. 상업화 시점이 늦어지면 현금 유입은 뒤로 밀린다. 현재 아이메로프루바트는 그레이브스병(GD)·류마티스관절염(RA)·중증근무력증·만성 염증성 탈수초성 다발신경병증(CIDP) 등 6개 적응증에서 임상이 진행 중이다.

바토클리맙은 이뮤노반트가 중증근무력증 3상 결과를 토대로 미 식품의약국(FDA)에 생물의약품허가(BLA)를 신청해 승인을 받을 경우, 올해나 내년 중 허가 단계에 따른 마일스톤 유입이 기대됐었다.

이뮤노반트가 지난해 12월 10일(현지 시각)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투자설명서 중 바토클리맙의 일부 권리 반환 가능성을 언급하는 부분./이뮤노반트

◇'권리 반환'에 긴장하는 대웅…직접 상업화 부담 커질 수도

이뮤노반트는 지난해 12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자료에서 "파트너사인 한올과 일부 권리 반환을 논의 중"이라며 "계약상 개발·규제 관련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고 의무를 이행했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올이 이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중재나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뮤노반트가 언급한 '일부 권리'의 구체적 범위는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바토클리맙 권리가 전면 반환될 경우 대웅제약의 재무적 압박은 불어날 수 있다. 한올이 적자 전환한 만큼, 모회사 차원에서 허가와 상업화 절차를 떠안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대웅제약은 이미 자체 신약 파이프라인에 상당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총 1066억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대부분 후보물질이 임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후기 임상에 진입할수록 비용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한올 관계자는 "이뮤노반트와 계속해서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갑상선안병증 임상 3상 결과가 나오는 올해 상반기에 결론이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마일스톤 지급 지연에 따른 보상 여부에 대해서는 "그런 상황이 되면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아직은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단계는 아니다"고 했다. 분쟁 가능성에 대해서도 "양사가 파트너십을 맺은 지 10년에 가까운 만큼 신뢰가 쌓여 있다"고 선을 그었다.

한올은 바토클리맙 권리를 반환받을 경우 자체 출시도 무리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BLA 비용도 크지 않고, 판매 파트너를 찾는 방안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