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비만 치료제 시장이 달아오르는 가운데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의 올해 실적 전망이 정반대로 갈렸다. 두 회사 모두 미국 내 약가 인하라는 공통의 압박에 직면했지만, 릴리는 고성장을 자신한 반면 노보는 매출 감소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매출·이익에서 갈린 명암…릴리 독주 굳히나

릴리는 4일(현지 시각) 실적 발표에서 올해 매출 전망치를 800억~830억달러(약 116조원~121조원)로 제시했다. 월가 예상치(776억달러)를 훌쩍 웃도는 수치다. 반면 노보는 미국 내 가격 하락과 중국·브라질·캐나다 등 주요 시장에서의 특허 만료를 이유로 올해 매출과 이익이 5~13%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비만·당뇨 치료제 시장에서 릴리의 우위가 한층 또렷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리링크파트너스의 데이비드 라이징어 애널리스트는 CNBC에 "지난해 내내 판매 모멘텀과 점유율 격차가 벌어졌지만, 노보가 기대에 못 미치는 전망을 내놓고 릴리는 웃도는 수치를 제시하면서 대비가 결정적으로 부각됐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릴리가 향후 비만 치료제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가 될 것이라는 인식이 굳어졌다"고 덧붙였다.

양사의 격차는 이미 지난해 연간 실적으로 드러났다. 릴리의 지난해 매출은 651억7900만달러(약 95조원)로 전년 대비 45% 급증했다. 순이익도 206억4000만달러(약 30조원)로 95% 늘어 외형과 수익성이 동시에 뛰었다.

노보의 매출은 3090억크로네(약 71조원)로 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영업이익은 1276억크로네(약 29조원)로 1% 줄었고, 순이익도 1024억크로네(약 24조원)로 1% 늘어 사실상 제자리걸음이었다.

희비는 주력 품목에서 갈렸다. 릴리의 '젭바운드'는 출시 2년 차인 지난해 매출 135억4200만달러(약 20조원)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175% 급증했다. '마운자로'도 229억6500만달러(약 33조원)로 99% 성장했다. 두 제품의 합산 매출만 약 365억달러로, 릴리 전체 매출의 56%를 차지했다.

노보의 '위고비'도 791억크로네(약 18조원)의 매출을 올리며 36% 성장했지만, 젭바운드의 확장 속도에는 미치지 못했다. 회사 전체 매출 비중 1위인 '오젬픽'은 성장률이 6%에 머물렀다.

◇약가 압박 속에서 릴리가 웃는 이유

두 회사는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비만·당뇨 치료제 가격을 대폭 낮추는 합의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올해 글로벌 약가는 두 자릿수 초중반 수준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릴리 역시 가격 인하가 실적에 부담이 될 것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회사 측은 젭바운드와 마운자로의 글로벌 수요 확대, 2분기 출시를 목표로 한 경구용 GLP-1 치료제 '오르포글리프론', 그리고 메디케어의 비만 치료제 보장 확대가 이를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데이비드 릭스 릴리 최고경영자(CEO)는 CNBC 인터뷰에서 "현재 두 회사 제품을 복용 중인 환자는 2000만~2500만명 수준"이라며 "비만 치료제 시장의 잠재 수요는 훨씬 크다"고 말했다. 그는 메디케어 적용이 시작되면 최대 4000만명에게 접근할 수 있다며 처방 확대 가능성을 언급했다.

시장에서는 약물 경쟁력과 특허 방어력 역시 양사의 격차를 키우는 요인으로 꼽는다.

릴리의 젭바운드와 마운자로에 쓰이는 성분 티르제파타이드는 2024년 직접 비교 임상시험에서 노보의 세마글루타이드보다 효과와 내약성에서 우위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 처방 흐름에서도 릴리 쪽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보는 일부 해외 시장에서 특허 만료도 다가오고 있다. 릭스 CEO는 티르제파타이드가 주요 시장에서 2030년대 후반까지 특허 보호를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 승부처는 '먹는 약'

노보는 최근 GLP-1 계열 알약 형태의 위고비를 미국에 출시해 3주도 채 되지 않아 주간 처방 5만건을 돌파했다. 릴리는 올해 안에 오르포글리프론을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마이크 두스트다르 노보 CEO는 CNBC 인터뷰에서 "가장 강력한 체중 감량 알약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상 자료에 따르면 노보의 알약은 주사제와 비슷한 약 15% 체중 감소 효과를 냈다.

다만 릴리의 약은 물 섭취 제한이 없고 식사 조절이 필요 없는 소분자 약물이라는 점에서 복용 편의성이 강점으로 꼽힌다. 반면 노보의 알약은 하루 물 네 온스 이하로 복용한 뒤 30분 동안 음식과 음료를 피해야 한다.

노보는 이런 조건이 확산을 가로막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장기적으로 릴리 쪽에 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