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003090)그룹 오너 2세인 윤재승 전 대웅제약(069620) 회장이 사실상 주도해온 재생의료 계열사 시지바이오 매각 작업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시지바이오는 매각을 앞두고 물적분할을 단행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매각을 단순한 경영 효율성 제고를 위한 계열사 정리가 아닌, 오너 일가의 지배력 재편과 맞물린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대웅그룹은 최근 지배구조 개편을 마친 뒤 복수의 원매자와 시지바이오 매각을 위한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르면 이달 중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결과가 나올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번 매각 작업은 윤 전 회장이 직접 챙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별도의 주관사를 두지 않고, 국내외 중대형 재무적 투자자(FI) 등을 상대로 개별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웅 2세' 윤재승, 경영 퇴진 후 지배력 강화 시도
윤 전 회장은 고(故) 윤영환 대웅그룹 명예회장의 삼남으로, 서울대 공법학과를 졸업한 서울지검 검사 출신의 오너 2세다. 1995년 대웅제약 부사장으로 입사해 1997년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고, 2014년 윤 명예회장의 은퇴와 함께 대웅그룹 회장직을 맡았다.
그러나 2018년 임직원 대상 상습 욕설·폭언 등 갑질 논란이 불거지며 경영 일선에서는 물러났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대웅 지분 11.64%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그룹 미래비전책임자(CVO)로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
윤 CVO가 매각을 추진 중인 시지바이오는 뼈·피부·유착방지제 등 생체재료 기반 인공조직 대체재를 주력으로 하는 회사다. 대표 제품인 '노보시스'는 2017년 국내 최초로 개발된 골형성 단백질 탑재 골대체재로, 골절 치료나 척추디스크 수술 시 손상 부위에 주입하면 줄기세포의 골세포 분화를 유도해 뼈 생성을 촉진한다. 현재까지 국내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10만 건 이상 수술에 적용됐다.
시장은 시지바이오의 기업가치를 약 7000억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시지바이오의 최대주주는 대웅 오너 일가의 가족회사인 블루넷으로, 지분 55.84%를 보유하고 있다. 블루넷 지분은 2018년 기준 윤 CVO(53.08%)를 중심으로 배우자 홍지숙씨(10.35%)와 장남 윤석민씨(6.56%)가 나눠 갖고 있다.
◇매각 앞두고 지배구조 재편…몸값 끌어올리기?
시장에서는 시지바이오 매각을 앞둔 시점에 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시지바이오는 지난달 물적분할을 통해 '에이하나'를 존속법인으로 두고, 그 아래 시지바이오·에디테라·노바메드텍 등 3개 신규 법인을 배치했다.
회사 측은 "경영 효율성 제고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업계에서는 매각을 염두에 둔 구조 정리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주력 계열사를 시지바이오 산하로 배치한 점은 매각 과정에서 기업가치 산정과 몸값 제고에 유리한 구조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지바이오가 2024년 2월 인수한 코스닥 상장사 시지메드텍(056090) 역시 이번 재편에서 시지바이오 산하로 정리됐다. 이에 따라 지분 구조는 에이하나–시지바이오–시지메드텍으로 단순화됐다. 시지메드텍은 척추 수술용 임플란트 부품을 생산하는 회사로, 최근 임플란트 부품 업체인 지디에스와 올어버트먼트를 추가로 인수하며 사업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이는 시지메드텍으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풀이된다. 시지바이오는 시지메드텍을 척추·치과 임플란트와 바이오로직을 아우르는 위탁개발생산(CDMO) 역할을 맡아 생산 효율과 수익성 관리에 집중하는 구조다.
대표적인 사례가 관절 연조직 치료제 '시지리알로인젝트'를 미용용으로 개량한 'ECM 스킨부스터'다. 해당 제품의 생산을 시지메드텍이 맡았고, 이후 화학적 결합을 거쳐 영업조직도 통합 운영 체제로 전환했다. 시지메드텍의 기존 유통망 경쟁력이 제한적이었던 만큼, 시지바이오가 총괄하는 방식으로 영업 조직을 재편한 것이다. 그 결과 시지메드텍은 지난해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다.
이번 개편 과정에서 신설된 3D프린팅 특화 법인 에디테라 역시 시지바이오와 시지메드텍이 향후 임플란트 사업에 3D프린팅 기술을 접목하기 위한 중장기 전략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시지바이오 관계자는 "경영효율성 차원에서 주력 사업부문과 신사업 파트를 물적분할해 지주사 체제를 수립했다"며 "시지메드텍을 포함한 주력 계열사들은 시너지를 고려해 시지바이오 산하에 배치됐다"고 설명했다.
◇시지바이오 매각 이후…오너 지배력 강화·승계 재원 활용 가능성
현재 시지바이오의 지배구조상, 매각이 성사될 경우 확보되는 현금은 그룹 차원이 아니라 오너 개인 지배 영역으로 유입된다.
업계에서는 이 자금이 향후 대웅 지주사 지분 추가 확보나 계열사 지분 구조 조정 등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승계 구도와 맞물린 재원으로 쓰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와 함께 대웅제약이 검토 중인 디지털헬스케어 기업 인수 가능성도 거론된다. 업계에 따르면 이 과정에 윤 CVO의 장남 윤석민씨가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는 윤 CVO가 최대주주로 있는 엠서클에서 혈당관리 헬스케어 사업 '웰다'의 팀장을 맡고 있다.
유력한 인수 후보로는 씨어스테크놀로지(458870)가 거론된다. 씨어스는 외래 환자 대상 부정맥 진단 서비스 '모비케어(mobiCARE)'와 입원 환자 대상 원격 모니터링 서비스 '씽크(thynC)'를 주력으로 한다.
해당 제품의 국내 유통과 마케팅은 대웅제약이 담당하고 있으며, 대웅제약이 구축해 온 병원·의료기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씨어스는 국내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현재는 해외 진출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