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 개발사인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가 올해 매출 감소 가능성을 언급하며 주가가 급락했다. 비만약 시장 경쟁 심화에 더해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의약품 가격 인하 압박이 겹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3일(현지 시각) 노보 노디스크는 실적 발표에서 "올해 매출이 최대 13% 감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비만 치료제 시장 경쟁이 과열된 데다 미국 정부의 약가 인하 압박이 이어지면서 체중 감량 치료제 가격을 인하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는 설명이다.
노보는 지난해 연간 매출이 전년 대비 약 10% 증가한 3091억 크로네(약 71조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도 1277억 크로네로 6%가량 늘었지만, 시장 기대치(약 1300억 크로네)에는 다소 못 미쳤다.
문제는 향후 실적 전망이다. 회사는 2026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고정 환율 기준으로 전년 대비 5~13%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비만 치료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운데 미국 정부의 약가 인하 압박까지 더해지면서 가격 인하가 불가피하고, 이는 실적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마이크 두스트다르 노보 노디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올해는 가격 측면에서 상당한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전망이 공개되자 뉴욕 증시에서 노보 주가는 전일 대비 14.64% 급락한 50.3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노보 투자자인 아르타스코프의 라스 히팅 트레이딩 총괄은 "회사가 상당한 도전에 직면했다"며 "가장 회의적인 애널리스트조차 이 정도 하락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노보 쇼크'가 급성장 중인 비만 치료제 시장의 경쟁 심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위고비와 같은 성분의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은 미국 시장에서 일라이 릴리의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와 '마운자로'와 치열한 가격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특허 만료 리스크도 겹쳤다. 위고비와 오젬픽의 핵심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 특허가 올해 중국·브라질·캐나다 등 일부 국가에서 잇따라 만료될 예정이다. 해외 시장에서 복제약 등장 가능성이 커지면서 가격 하락 압박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두스트다르 CEO는 구조조정과 성과 중심 조직 문화 정착에 나서고 있다. 그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재무적으로는 마이너스 성장이 나타날 수 있지만, 사업의 다른 측면에서는 많은 긍정적인 성장을 보고 있다"며 최근 출시한 경구용(먹는) 비만 치료제, 이른바 '위고비 알약 버전'의 성과를 강조했다. 현재 회사의 최우선 과제로는 변화의 지속과 신약 개발 역량 강화를 꼽았다.
노보는 위고비 알약을 앞세워 복제약 업체들의 추격을 따돌리겠다는 전략도 내놨다. 크누드센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따르면 출시 이후 17만명 이상의 환자가 해당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으며, 그는 이를 "이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출시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회사 측은 이 제품이 기존 주사제 매출을 잠식하기보다는 시장 자체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라이 릴리도 조만간 경구용 비만 치료제를 출시할 경우, 이 분야에서도 주도권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만 치료제 시장이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글로벌 제약사들이 투자자들의 높아진 기대치를 충족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이날 화이자도 100억달러에 인수한 메세라의 장기형 비만 치료제 'MET-097'의 임상 1·2상 결과를 발표했지만,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28주 투여 시 체중 감소율이 위약 대비 12.3%라는 결과에 대해 투자자들은 "후발 주자로서 젭바운드(약 16%)나 위고비를 위협할 수준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화이자 주가는 이날 3.5% 하락했다
노보는 최대 150억 덴마크 크로네(약 3조4000억원) 규모의 신규 자사주 매입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경영진 교체도 진행 중이다. 1년간 미국 사업을 이끌었던 데이브 무어가 회사를 떠나고, 미국 유나이티드헬스그룹과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출신의 제이미 밀러가 후임으로 합류한다. 또 제품 및 포트폴리오 전략을 총괄할 책임자로 독일 머크 산하 머크 헬스케어 중국 책임자였던 홍 차우를 영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