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들이 약쑥(애엽) 성분으로 개발한 위염 치료제가 시장 퇴출 위기를 모면했다.
다만, 약가(藥價) 인하를 조건으로 급여 유지가 결정된 것이라 수익성 감소와 함께 천연물 의약품과 제네릭(복제약) 시장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9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애엽 성분 의약품 74종의 보험 상한가를 평균 14.3% 인하하는 조건으로 급여 잔류를 결정했다. 애엽은 쑥의 잎으로, 한방에서는 약재로 사용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3년 평균 애엽 추출물 성분 위염 치료제 청구액은 1215억원 규모다.
대표 품목이 동아에스티(170900)가 자체 기술로 개발해 2002년 출시한 스티렌이다. 이번 가격 인하 결정에 따라 스티렌 약값은 한 알당 111원에서 95원으로 인하된다. 스티렌 가격이 인하된 건 이번이 다섯 번째다. 스티렌은 2015년 특허가 만료됐고, 이후 복제약이 대거 출시됐다.
하지만 2005년 건강보험에 등재된 이후 20년 동안 임상적 효과의 근거 부족 논란이 이어져 왔다. 임상적 유용성 근거를 두고 규제 당국과 제약사의 공방이 이어져 왔는데, 결국 약값 인하를 전제로 급여 시장에서 남게 된 것이다.
심평원은 "제약사의 자진 약가 인하 신청으로 대체 약제 대비 비용 효과성이 있다고 평가돼, 인하된 약가로 급여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으로 동아에스티의 스티렌뿐 아니라 대원제약(003220) 마더스제약, 안국약품(001540), 유영제약, 제일약품(271980), 종근당(185750)을 비롯한 52개 제약사도 일제히 각 사의 품목 가격을 내린다.
기업들로선 수익성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동아에스티의 애엽추출물 성분 스티렌정과 스티렌정에 특허 기술을 적용해 복용 횟수를 줄인 제품인 스티렌투엑스정을 합친 연 매출은 200억원 안팎이다. 2022년 합산 매출은 204억원, 2023년은 198억원, 2024년 171억원을 기록했다.
동아에스티는 기존 스티렌과 차별화해 복용 편의성을 높여 개발한 개량 신약 DA-5219 출시를 노리고 있다. DA-5219는 기존 스티렌의 1일 복용 횟수를 3회에서 1회로 줄인 서방형 제제다. 작년 7월 임상 3상에서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했다.
하지만 이번 애엽 성분 의약품의 약가 인하 결정으로 인해 해당 개량신약에 대한 프리미엄 가격 책정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회사 측은 "DA-5219의 허가 이후 계획 등을 구체화해 전략적으로 움직일 예정"이라고 답했다.
업계에선 천연물 의약품과 제네릭 의약품 시장의 구조조정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35개 애엽 성분 품목을 보유한 제약사에 동등성 입증을 위한 임상시험을 지시했다. 오리지널 의약품과의 동등성을 입증하면 허가를 유지, 인정해 주겠다는 의미다.
애엽추출물의 가격 인하가 결정되면서 제약사들이 추진 중인 동등성 재평가 임상시험도 동력이 줄 수밖에 없다. 이미 일부 기업들이 임상 비용 부담으로 백기를 들면서 시장에서 제품을 철수한 바 있다.
더구나 정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제네릭·특허 만료 오리지널의 약가 산정률을 기존 53.55%에서 40%대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포함한 약가 제도 개편을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건강보험 재정 효율화와 약가 구조 정상화를 모색한다는 방침인데, 산업계는 대규모 매출 손실과 R&D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네릭 시장의 구조 조정 압박 속에서 천연물 의약품 개발은 더 위축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천연물 신약 개발을 정책적으로 지원하던 때에 여러 기업이 개발을 나선 것인데, 정책 기조 변화와 코로나19 대유행 시기를 거치면서 개발 열기가 꺾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네릭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정책적 지원이 없는 천연물 신약 개발 동력이 작용하기는 더욱 어렵다"며 "제네릭 약 중심의 중소기업들은 수익성 악화가 심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