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루닛(328130)이 약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한다. 2024년 미국 자회사 볼파라 인수를 위해 발행한 전환사채(CB) 상환 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자금 조달 목적으로 해석된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루닛은 이날 2000억원 규모의 주주 배정 유상증자 결정 공시를 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풋옵션(조기 상환 청구권) 행사 가능성이라는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데 초점을 둔 자금 조달로 알고 있다"면서 "기존에 800억원 규모로 추진해 온 CB·CPS(전환우선주)와는 다른 별도의 자금 조달"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조선비즈는 루닛 측에 사실 여부를 질의했으나, 답변하지 않았다.
루닛은 2024년 5월 AI 기업 볼파라 인수를 위해 약 1715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해당 CB에 대한 투자자들의 풋옵션 행사 시점이 올해 상반기 도래했다. 이에 최근 시장에서는 루닛의 추가 자금 조달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됐다.
하지만 그동안 루닛은 "유상증자 계획은 없다"며 선을 그어왔다. 회사는 전환 사채권자 32곳 전원과의 면담 결과, 풋옵션 행사 의사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그럼에도 루닛이 이번에 유상증자에 나선 것은 원리금 상환 부담이 실제 위험(리스크)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업계에서 나온다.
현재 상환 부담액은 2000억원을 웃돈다. 앞서 루닛이 애초 계획했던 2000억원 규모 조달에 실패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당시 루닛은 "2000억원 규모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으며, 투자사 미팅 과정에서도 600~800억원 수준으로 논의해 왔다"고 해명한 바 있다.
다만 CB·CPS를 활용한 자금 조달에 이번 유상증자까지 더해질 경우, 전체 조달 규모는 2500억원이 넘을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
최근 루닛은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하고 비용 절감을 위한 고삐를 조이고 있다. 앞서 전체 인력의 약 15%를 감축하는 구조 조정을 단행한 데 이어, 직원 회의·출장비를 50% 줄이는 등 복지 예산 전반을 대폭 축소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재무 상황은 관리종목 지정 리스크는 넘긴 상태다. 루닛은 지난해 3분기 연결 기준 법인세차감전손실(법차손)을 147억원 수준으로 관리했다. 자본 총계는 1647억원으로 법차손 비율은 약 8.9%에 그쳤다. 다만 올해도 적자가 이어질 경우, 관리종목 지정 우려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