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닛 CI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루닛(328130)이 25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와 1대1 무상증자를 동시에 추진한다고 30일 공시했다. 2024년 미국 자회사 볼파라(Volpara) 인수 과정에서 발행한 전환사채(CB)의 상환 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루닛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총 2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발행 신주는 790만6816주, 주당 발행가는 3만1650원이다. 기존 주주에게는 보유 주식 1주당 0.27주가 배정된다. 유상증자 완료 이후에는 보통주 1주당 1주를 지급하는 1대1 무상증자도 진행한다.

이번 증자의 핵심 배경은 2024년 볼파라 인수 당시 발행한 약 1715억원 규모 전환사채에 따른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 리스크다. 해당 전환사채의 풋옵션 행사 가능 시점이 올해 상반기에 도래하면서, 재무 불확실성이 시장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

그동안 루닛은 유상증자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으나, 전환사채 풋옵션 리스크를 구조적으로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증자를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조달 자금 가운데 985억원은 전환사채 풋옵션 대응에 사용된다. 사채권자와 협의를 통해 일부 풋옵션 행사를 유도하고, 전체 물량의 약 50%를 상환 또는 취득하는 것이 목표다. 회사는 이를 통해 단순한 부채 축소를 넘어 재무 구조 전반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루닛이 당초 제3자 배정 전환우선주(CPS) 방식의 자금 조달을 추진했으나,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선회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루닛은 앞서 2000억원 규모 자금 조달 실패 보도와 관련해 "투자사 미팅 과정에서 600~800억원 수준으로 논의가 진행 중이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다만 해당 규모만으로는 전환사채 풋옵션 부담을 해소하기에 부족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1125억원은 연구개발(R&D)과 해외 사업 확장에 투입된다. 루닛은 AI 기반 암 진단·치료 의사결정 지원 분야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영상·병리·임상 데이터를 통합 분석하는 '멀티모달 의과학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등 차세대 기술 확보에 투자할 계획이다.

서범석 루닛 대표는 이날 주주 서한을 통해 "이번 유상증자는 2주 전부터 신중한 논의를 거쳐 내린 결정"이라며 "다양한 자금 조달 방안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전환사채 풋옵션 리스크를 해소하면서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식으로 주주배정 공모가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단기적인 주주배정 유상증자 계획이 없다고 말씀드린 바 있어 이번 결정을 내리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며 "이후 전환사채 풋옵션 관련 불확실성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했고, 이를 방치하는 것이 오히려 중장기적인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서 대표는 또 "단기적인 주식 희석 부담이 있다는 점은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 리스크를 제거하고 구조를 안정시키는 것이 장기적으로 주주가치를 지키고 키우는 책임 있는 선택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는 운영비 절감과 매출 성장이 동시에 가시화되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이번 증자가 루닛의 마지막 자본 조달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