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 기업 일라이 릴리(Eli Lilly)가 독일 바이오 기업 심리스 테라퓨틱스(Seamless Therapeutics 이하 심리스)와 유전성 난청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기술 도입(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28일(현지 시각) 밝혔다. 계약 규모는 개발·상업 마일스톤 달성에 따른 금액을 포함해 최대 11억 2000만 달러(약 1조5900억원)이다.
이번 계약으로 릴리는 심리스의 유전자 편집 기술인 프로그래머블 재조합효소(Programmable Recombinase) 기술을 활용해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해당 기술로 청력 손실과 관련된 특정 유전자 변이를 정밀하게 교정하는 치료제를 개발하는 게 목표다.
2023년 설립된 심리스는 기존의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 기술과 달리, DNA를 절단하지 않고 특정 유전자를 정확히 교체하거나 수정할 수 있는 재조합효소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유전체 손상 위험을 줄이면서도, 치료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유전자 치료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릴리는 이번 계약을 통해 심리스에 선급금과 연구개발비를 지급하고, 향후 임상 개발과 상업화 단계에 따라 단계별 마일스톤을 추가로 지급할 예정이다. 심리스는 기술 제공과 초기 연구를 맡고, 릴리는 임상 개발과 글로벌 상업화를 담당한다.
릴리는 비만·당뇨 치료제 젭바운드(Zepbound), 마운자로(Mounjaro) 외에도 유전자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심혈관 질환 유전자 편집 치료제를 위해 버브 테라퓨틱스(Verve Therapeutics)를 13억 달러에 인수했다.
유전성 난청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유전자만 현재까지 100개 이상 확인됐다. 유전자별 변이 유형과 발병 원리(기전)가 서로 달라 단일 유전자나 단일 치료 기술로 접근하기 어렵다는 게 난청 치료제 개발의 가장 큰 난제로 꼽힌다.
릴리는 이런 특성을 고려해 리보핵산(RNA) 기반 교정, DNA 편집, 유전자 보충 등 서로 다른 치료 기술을 대거 확보하는 멀티 플랫폼 전략을 취하고 있다.
2022년에는 아쿠오스(Akouos)를 4억8700만 달러에 인수해 청력 손실 치료 후보 물질을 확보했다. 해당 후보 물질은 초기 임상에서 어린이 청력 회복에 성공하기도 했다. 지난해 5월 국내 RNA 기반 유전자 치료제 개발기업 알지노믹스(476830)가 일라이 릴리에 최대 1조9000억원 규모로 기술 이전 계약을 맺었다. 유전성 난청질환에 대한 RNA 편집 치료제를 개발을 위해 초기 연구 개발은 알지노믹스가 수행하고 릴리는 후속 개발과 상업화를 담당한다.
알지노믹스 관계자는 "릴리의 이번 추가 기술 도입은 기존 협력 관계를 대체하기 위한 결정이 아니라, 환자군과 치료 범위를 확장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