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제약사 로슈(Roche)가 개발 중인 차세대 비만 치료제가 임상 시험에서 의미 있는 체중 감소 효과를 보이면서, 회사가 곧바로 대규모 임상 3상에 착수하기로 했다.
로슈는 27일(현지 시각) 자사의 이중 작용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 'CT-388'이 임상2상에서 48주 투약 후 최고 용량군 기준 체중이 평균 22.5%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 결과를 토대로 회사는 이번 분기 안에 임상 3상에 들어갈 계획이다.
CT-388은 식욕 조절과 혈당 대사에 관여하는 두 가지 호르몬 수용체(GLP-1·GIP)를 동시에 자극하는 주사제다.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비만 치료제 계열로, 일라이 릴리의 '젭바운드(Zepbound)'와 같은 방식이다.
이번 임상은 비만이거나 과체중인 성인 469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위약(가짜 약) 또는 CT-388을 서로 다른 세 가지 용량으로 피하 주사받았다. 핵심 평가지표는 투약 시작 시점과 비교해 48주 뒤 체중이 얼마나 줄었는지를 위약군과 비교해 산출하는 것이었다.
가장 높은 24mg 용량군에서 평균 체중 감소율은 22.5%에 달했다. 초기 분석만 놓고 보면, 릴리의 젭바운드가 36주 투약 후 20.9% 체중 감소 효과를 보인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로슈는 치료를 중도에 중단한 환자까지 포함해 분석한 보수적 기준에서도 CT-388 투여군의 위약 대비 체중 감소율이 18.3%였다고 설명했다. 또 48주 시점에서도 체중 감소 효과가 둔화되는 '정체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고용량군 환자의 95.7%는 체중이 5% 이상 줄었고, 26.1%는 3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안전성 측면에서는 비교적 양호하다는 평가다. 로슈는 전체 데이터를 학회에서 공개할 예정이지만, 현재까지는 구역질·설사 등 위장관 관련 부작용 대부분이 경증에서 중등도 수준으로, 같은 계열 약물에서 흔히 나타나는 반응과 유사했다고 밝혔다.
다만 CT-388 투여군 가운데 치료를 중단한 비율은 5.9%로, 위약군(1.3%)보다 높았다.
로슈의 최고의학책임자(CMO)인 레비 개러웨이 박사는 성명을 통해 "CT-388을 투여받은 환자들에게서 의미 있는 체중 감소가 확인돼 고무적"이라며 "뚜렷한 효과와 양호한 안전성 프로파일은 임상 3상으로 개발을 이어갈 수 있다는 우리의 확신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로슈는 이번 분기 중 두 건의 비만 관련 임상 3상을 시작할 계획이다. 회사는 지난해 9월 열린 '파마 데이(Pharma Day)' 행사에서 CT-388을 핵심 자산으로 삼아 비만 치료 분야에서 '세계 3위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을 처음 공개한 바 있다. 당시 로슈는 자사 전체 연구개발 파이프라인을 결합해 비만 치료제를 확대하겠다는 구상도 함께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