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침·가래약(진해거담제) 시장 점유율 1위 기업 대원제약(003220)의 실적과 주가 전망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핵심 품목 성장 둔화와 자회사 구조조정이 겹친 영향이다.
회사의 성장을 이끈 소염·진통제 펠루비는 특허 분쟁에서 패소해 제네릭(복제약) 경쟁에 직면했고, 사업 다각화를 위해 인수한 자회사 에스디생명공학(217480)은 상장폐지 위기에 놓여 있다.
대원제약은 창업자 고(故) 백부현 선대 회장이 1956년 부산에 설립한 태극약품의 전신으로, 1964년에 사명이 변경됐다. 창업자의 장·차남 백승호 회장과 백승열 부회장의 형제 경영을 해오다 2024년 백 회장의 장남인 백인환 사장이 대표이사에 오르며 오너 3세 경영 체제로 전환했다.
◇ 실적 둔화에 소송 리스크까지
28일 키움증권은 대원제약에 대해 "자회사의 실적 과도기로 전사 손익이 우려된다"며 목표 주가를 기존 1만7000원에서 1만5000원으로 낮췄다.
지난해 1~3분기 대원제약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44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5% 감소했다. 영업손익은 적자로 돌아서며 23억7000만원의 손실을 냈다. 발표를 앞둔 작년 4분기 실적에 따라 작년 연간 실적의 흑자 여부가 갈릴 전망이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대원제약의 작년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한 1499억원, 영업손익은 적자 전환해 23억원의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대원제약의 연결 기준 순이익 추이를 보면 2023년 234억6300만원, 2024년 90억4500만원 등으로 감소세다.
핵심의약품 판매 성장이 예년보다는 둔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감기약 콜대원(일반의약품)·코대원(전문의약품), 소염·진통제 펠루비(전문의약품) 등이 대표적이다.
콜대원·코대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시기 매출이 급증했으나, 코로나19 대유행 국면이 전환한 이후 가파른 고성장세는 꺾였다.
연 처방 실적이 600억원 이상인 펠루비는 제네릭(복제약) 경쟁에 직면해 있다. 펠루비는 대원제약이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의 부작용을 개선하기 위해 개발한 신약으로, 회사 매출 기여도가 큰 품목이다.
대원제약은 여러 후발 제약사들이 펠루비 특허를 회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소송을 제기해 법적 분쟁을 이어왔다. 제네릭(복제약) 업체들이 제기한 특허 회피 소송에서 대원제약이 1·2심에 이어 대법원까지 모두 패소해, 펠루비 관련 특허 분쟁은 사실상 종료됐다.
특허 소송과는 별개로 대원제약은 펠루비 약가 인하 처분의 적법성을 놓고 보건복지부와 행정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가 제네릭 약 출시를 계기로 펠루비 약값을 30% 인하하는 처분을 내리자, 대원제약은 이에 불복해 2021년 행정 소송을 제기했으며, 현재 대법원 상고심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항소심까지 정부가 승소했으나, 대원제약이 대법원에 상고를 하면서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돼 약가 인하는 유예된 상태다.
업계에서는 약가 인하가 적용될 경우 연간 수백억원대 매출 감소가 불가피한 만큼, 대원제약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 오너 3세 체제 전환 속 자회사 리스크 부각
이 회사는 2024년 1월부터 백승열 부회장과 조카 백인환 사장의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지난해 11월엔 백승열 부회장의 장남인 백인영 대원제약 헬스케어사업본부장(상무)이 자회사 에스디생명공학의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사촌끼리 모회사와 자회사 경영을 맡은 구조를 이룬 것이다.백인환 대원제약 대표는 1984년생, 백인영 에스디생명공학 대표는 1989년생이다.
현재 대원제약의 최대 주주는 지분 11.94%(의결권 주식 기준) 백승열 부회장이고, 이어 백승호 회장 지분율이 10.14%다. 창업자 일가의 지분율이 약 39%로 안정적이지만, 백인환 대표 지분은 6.11%, 백인영 상무는 3.08%에 그쳐, 지분 승계 과제도 남아 있다.
당장 발등의 불은 '자회사 정상화'다. 건강기능식품 자회사 대원헬스케어는 실적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으나 2023년에 사업 다각화를 위해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한 화장품 회사 에스디생명공학이 아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에스디생명공학은 2024년 영업손실 규모는 92억원으로 전년보다는 손실 규모를 32.8% 줄였다. 고강도 구조조정으로 적자 폭을 줄이고 있으나, 에스디생명공학의 대원제약의 연결 실적에 반영되며 주가 전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에스디생명공학의 작년 1~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42억원 규모다.
게다가 에스디생명공학은 상장폐지 갈림길에 서 있다. 작년 9월 한국거래소는 심의를 통해 에스디생명공학에 약 11개월의 개선 기간을 부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 8월까지 영업 이익 실현을 비롯한 실적 개선을 증명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백인영 상무가 에스디생명공학 대표로 선임돼, 백 상무의 부담도 커져 있다.
신민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대원제약의 전사 손익계산서 수치와 주가 반등을 위해서는 주요 자회사의 실적 개선이 급선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