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4년차인 롯데바이오로직스의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실적 압박이 한층 커지고 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건설 중인 바이오의약품 생산 1공장 완공 시기가 다가오면서, 업계에서는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의약품 위탁생산(CMO) 계약 성과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롯데그룹 내부에서의 부담도 만만치 않다. 그룹 산하 주요 계열사의 업황 부진 속에서 자금 수혈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바이오 사업 성과가 오너 3세의 경영 승계 시험대가 될 것이란 시선도 작용하고 있다.
28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인천 송도 11공구 KI20 블록에 건설 중인 롯데바이오로직스 바이오 캠퍼스 1공장이 오는 8월 준공될 예정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27년 상업 생산에 돌입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설비 투자가 선행된 만큼, 공장 가동률을 좌우할 상업 생산 물량 확보가 관건이다. 상업 생산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공장 가동률 저하와 고정비 부담 확대로 재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의 2024년 연간 영업손실은 약 800억원, 순손실 89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순손실 규모는 1분기 226억원, 2분기 139억원, 3분기 239억원으로 집계됐다.
CDMO 사업 특성상 수익성 개선에 속도를 내는 게 쉽지는 않다. CDMO 사업에 일찍이 뛰어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2017년 1분기에 영업이익 34억원을 기록하며 창립 6년만에 흑자 전환했다.
물론 가시적인 성과도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의 CMO 계약이 본격적으로 나온 건 첫 수장 교체 이후인 작년부터다. 2022년 6월부터 사업을 이끌던 이원직 전 대표가 지난해 11월 말 사임했고, 이후 지난 1월 취임한 박제임스 대표 체제 하에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CMO 계약 3건을 잇따라 발표했다.
이후 올해 정기 인사를 통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004990) 미래성장실장(부사장)이 롯데바이오로직스 각자 대표로 내정돼 박 대표와 신 대표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올해 첫 수주 성과도 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 14일 일본 라쿠텐메디칼의 항암 신약 CMO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다만, 아직 상업화 단계의 의약품 CMO 계약은 없어, 수익성 한계가 있다. 임상시험용 물량은 규모가 제한적인 만큼, 상업 생산 계약 없이는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다.
롯데그룹은 롯데바이오로직스에 사활을 걸고 있다. 최근엔 기존 주주인 롯데지주(004990)와 롯데홀딩스뿐 아니라 호텔롯데까지 자금 수혈 지원군으로 나섰다.
지난달 진행된 유상증자에서 롯데지주가 참여하지 않은 실권주 상당분을 호텔롯데가 인수하며 신규 주주로 편입됐다. 해당 유상증자 이전까지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지분은 롯데지주와 롯데홀딩스가 각각 80%, 20%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해당 유상증자를 통해 호텔롯데가 2143억원을 투입해 약 19% 지분을 확보했다.
호텔롯데의 유상증자 참여를 두고 시장 일각에선 롯데그룹의 바이오 사업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 의지를 보여준 것이란 해석과 함께 롯데지주의 투자 부담을 현금 여력이 있는 호텔롯데가 떠안으면서 그룹 내부의 재무 부담을 이전한 격이란 지적도 나왔다.
롯데지주의 2024년 연결 기준 순손실 규모는 9461억원, 작년 1~3분기 누적 순손실은 1761억원으로 집계됐다.
총 5차례의 유상증자를 통해 롯데바이오로직스에 투입된 롯데그룹의 누적 지원 금액은 약 1조 600억원에 달한다.
롯데그룹은 2030년까지 총 4조 6000억원을 투자해 롯데바이오로직스의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 3기를 운영할 계획이다.
세계적으로 바이오의약품 수요가 성장세이지만, CDMO 사업에 나선 기업들도 늘어나면서 경쟁도 한층 치열해진 상황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가 기존 의약품 생산공장이나 위탁생산 파트너를 단기에 바꾸기는 어려운 특성이 있다"며 "스위스 론자, 한국 삼성바이오로직스, 미국 캐털런트,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 등 상위권 CDMO 기업들이 대규모 생산 능력과 경력을 앞세워 시장 지배력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롯데바이오로직스가 틈새 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주 물량(Track Record)을 확보해 조기에 공장을 가동할 수 있을지가 사업 성패를 가를 주요 요소"라고 말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CDMO 시장 후발 기업들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면 지속적인 투자와 함께 글로벌 CDMO 사업 역량을 보유한 전문 인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도 '글로벌 인재 확보'와 '항체약물접합체(ADC)를 비롯한 고부가가치 모달리티 분야의 CDMO 입지 강화'를 주요 전략으로 삼고 있다.
지난해 10월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브라이언 그리븐 전 마티카 바이오테크놀로지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미국 법인장으로 선임했다. 미국 제넨텍, 암젠, 독일 베링거인겔하임 등을 거쳐 삼성바이오로직스 임상제조 부문 디렉터를 지낸 바 있다.
지난 1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행사 '코리아나이트@JPM'에서 만난 박제임스 대표는 "샌프란시스코에 이어 뉴욕으로 이동해 글로벌 파트너사와 잠재 고객사들과의 미팅을 한다"며 "뉴욕 시러큐스와 인천 송도라는 듀얼(이중) 사이트 기반의 글로벌 생산 인프라를 바탕으로 글로벌 ADC CDMO로서의 입지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