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000100)이 기술수출한 비소세포폐암(NSCLC)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라제르티닙)'의 로열티 수익 확대 기대가 커지고 있다. 렉라자와 존슨앤드존슨(J&J)의 항체 치료제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이 영국 공공의료보험 급여 권고를 받으면서다.
렉라자는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유전자 변이를 가진 폐암 세포의 신호 전달을 차단하는 경구용 표적항암제다. 유한양행이 개발해 2018년 J&J에 기술수출했다.
리브리반트는 EGFR과 MET을 동시에 겨냥하는 이중항체 치료제로, 암세포가 치료를 피해 다른 경로로 증식하는 것을 막는다. 두 약물을 함께 투여하면 EGFR 억제제 단독요법보다 종양 억제 효과가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1차 치료 시장에서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의 상업화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J&J는 이 조합을 기존 표준 치료제인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 단독요법 또는 타그리소-항암 병용요법을 대체할 전략 자산으로 개발해 왔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 인포메이션에 따르면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시장 규모는 2030년 3억99만달러(약 4350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7.24%다. 이 가운데 1차 치료 시장은 환자 수가 많고 투약 기간이 길어 제약사 매출 비중이 큰 영역으로 꼽힌다.
◇추정 로열티 최대 15%…국내 급여 향방도 촉각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소(NICE)는 지난 21일(현지 시각) 최종 기술평가 가이드라인(TA1122)을 통해 이 병용요법을 'EGFR 엑손19 결손' 또는 '엑손21 L858R' 변이가 있는 진행성 NSCLC 환자의 1차 치료 옵션으로 권고했다. NICE는 앞서 지난해 7월 '비용 대비 효과성 부족'을 이유로 급여 결정을 미뤘었다.
NICE는 가이드라인에서 "이 병용요법은 임상적 혜택과 비용 대비 가치를 입증했으며, 잉글랜드에서는 가이드라인 확정 후 90일 이내에 국민보건서비스(NHS)에서 급여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영국은 타그리소를 보유한 아스트라제네카의 핵심 시장이다. 이곳에서 경쟁 약물이 급여권에 진입한 것은 상징성이 크다는 평가다. 타그리소는 2024년 전 세계 매출 65억8000만달러(약 9조5200억원)를 기록했으며, 이 중 17억5500만달러(약 2조5400억원)가 유럽에서 나왔다.
유한양행의 로열티 기대가 커지는 배경이다. 유한양행은 렉라자의 글로벌 상업화 권리를 J&J에 넘기고 국가별 허가 마일스톤과 매출 연동 로열티를 받는 구조다. 시장에서 추정되는 렉라자의 로열티율은 순매출의 10~15% 수준이다. 체결 당시 계약 규모는 선급금 5000만달러 포함 총 9억5000만달러(약 1조3700억원)였다.
렉라자와 리브리반트의 매출은 현재 가파르게 늘고 있다. J&J는 최근 실적발표에서 렉라자와 리브리반트의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24.4% 증가한 7억34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J&J는 렉라자와 리브리반트의 연간 매출 목표로 50억달러(약 7조2300억원)를 제시한 상태다.
리브리반트 피하주사(SC) 제형의 편의성이 병용요법의 처방을 늘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존 정맥주사(IV) 제형은 투여하는데 약 5시간이 걸리는 반면 SC 제형은 5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리브리반트의 SC 제형은 지난달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았다.
국내에서는 NICE의 이번 결정이 중증(암)질환심의위원회의 심사 과정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해외 사례를 참고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은 지난해 9월에 이어 이달 열린 안질심에서도 급여 등재에 실패했다.
업계 관계자는 "J&J는 최근 안질심에서 고배를 마신 만큼 전략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NICE의 급여 권고로 기대감이 커진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존슨앤드존슨은 "리브리반트의 모든 적응증이 최대한 빠르게 급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효과 직접 비교 어려워…타그리소 넘어설 수 있을까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이 1차 치료 표준으로 자리 잡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특히 타그리소–항암 병용요법과의 직접 비교 자료가 부족하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J&J는 임상 3상에서 비교군으로 타그리소 단독요법을 설정했다.
NICE도 "현재 이 환자군의 약 30% 이상이 타그리소-항암 병용요법을 받고 있고, 그 수는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병용요법끼리의 비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령 환자에서의 효과와 안전성도 과제다. J&J 임상 3상 시험에서 두 치료군의 중앙 연령은 각각 64세와 63세였고, 전체 환자의 55%는 65세 미만이었다. 그러나 업계에 따르면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은 70세 이상 환자가 더 많다. 영국의 경우도 타그리소 단독요법을 쓰는 환자들의 중앙 연령은 70세다.
NICE는 "65세 미만 환자군에서는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군이 타그리소 단독군 대비 질병 진행 위험을 절반가량 낮췄지만, 65세 이상에서는 두 치료 간 차이가 거의 없었다"며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이 고령 환자에서 효과가 덜 나타난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가격도 변수다. 타그리소–항암 병용요법은 이미 사용 기간이 길어 비교적 저렴한 항암제를 사용하지만, 리브리반트는 신약으로 가격이 높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급여를 전제로 병용요법끼리 비교해도 타그리소–항암 병용요법이 더 저렴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