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가 사상 처음으로 '코스피 5000' 쾌거를 달성한 지난 22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장중 최고가가 찍힌 전광판을 배경으로 코스피 5000 돌파를 축하하고 있다. /뉴스1

코스피가 사상 처음 5000선을 넘어서며 국내 증시에 훈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제약·바이오 업계에선 소외 심리와 반등 기대감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2일~21일) 코스피 상승률은 104.62%를 기록했다. 업종별 상승률을 보면, 운송장비·부품 업종은 34.96%, 전기·가스 업종은 33.7%, 전기·전자는 21.67% 오른 반면, 의료·정밀 기기는 7.7%, 제약 바이오는 5.73% 오르는 데 그쳤다.

특히 지난 12~16일(현지 시각) 미국에서 열린 글로벌 최대 제약·바이오 투자 행사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 2026)' 전후로 호재 기대감과 악재성 추측과 소문이 확산하며 제약·바이오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탔다.

상승 랠리 중인 주도 섹터에 비해 제약 바이오 주가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 심리가 더욱 위축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들은 "파란불(하락 신호)이 뜨면 기업에 적극적인 방어와 대응을 요청하는 일부 주주들의 항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기업들은 '주주 여러분께 알립니다'라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주주 서한, 풍문에 대한 해명 공시는 물론 회사가 운영하는 텔레그램, 유튜브 등 소통 채널을 강화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 코스닥 대장주 알테오젠 출렁

1월 바이오 섹터 변동성의 중심에는 코스닥 대장주 알테오젠(196170)이 있었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 16일 장중 최고가가 전일 대비 27.5% 오른 52만9000원까지 치솟았다가 19일부터 4일 연속 하락해 지난 22일 종가는 36만9500원을 기록했다.

JPMHC 기간, 기술 수출 기대감에 주가가 크게 올랐다가 20일 회사가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자회사 테사로(Tesaro)와 면역항암제 젬퍼리의 피하주사(SC) 제형 개발·상업화를 위한 독점 라이언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힌 이후 주가가 외려 급락했다.

기술 수출은 증시에서 대표적인 호재인데, 시장 일각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계약 규모라는 평가가 나온 영향이다. 이번 계약 규모는 계약금 2000만 달러(약 295억 원)를 비롯해 최대 4200억 원이다.

알테오젠의 제형 전환 기술 ALT-B4가 적용된 '키트루다(Keytruda) 피하주사(SC) 제형 '키트루다 큐렉스(KEYTRUDA QLEX).'/MSD

여기에 더해 미국 머크(MSD)가 알테오젠에 지급하는 키트루다 피하주사(SC) 제형 관련 기술 사용료 조건인 로열티율이 시장의 예상치인 4~5%보다 낮은 2%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알테오젠은 이틀 연속 회사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내고 수습에 나섰다. 회사는 "알테오젠의 기술 특허가 유효한 2043년 초까지 최대 18년간 로열티를 수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 3개 상업화 품목을 보유하고 있고, 2030년까지 6개 이상의 추가 상업화 품목 확보를 목표로 사업 개발을 진행 중"이라며 "플랫폼 기술을 필두로 당사의 펀더멘털(기초 체력)은 견조하다"고 강조했다.

◇ 뜬소문에 출렁…기업들 진화 총력

대장주 알테오젠 주가가 흔들리자, 다른 주요 바이오주도 여러 소문과 해석이 맞물려 동반 하락하는 흐름을 보였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알테오젠 주가의 급락이 바이오 전반의 투자 심리를 끌어내렸다"며 "기술 이전 수익화에 대한 기대감 하락이 과매도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리가켐바이오(141080)는 지난 8일 18만5800원이던 주가가 이후 연일 급등락해 지난 21일 종가는 14만8000원을 기록했다. 회사는 이런 주가 변동에 대해 "JPMHC 행사 이후 바이오 섹터 전반의 수급 영향"이라며 "사업적 차질은 없다"고 밝혔다. 현재 복수의 기술 이전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한미약품(128940)은 JPMHC에서 진행된 MSD의 발표에서 대사이상 지방간염(MASH) 치료제 '에피노페그듀타이드'가 언급되지 않자, 시장에서 '개발 차질 추측'이 확산하며 주가가 출렁였다. 에피노페그듀타이드는 한미약품이 2020년 MSD에 최대 8억7000만달러 규모에 기술 수출한 약물이다.

한미약품 측은 "MSD의 이번 발표는 2026년과 2027년에 결과가 도출되는 파이프라인 중심으로 구성됐기 때문"이라며 "개발 차질설은 사실 무근"이라고 해명했다.

지아이이노베이션(358570)도 시장에서 퍼진 유상증자 추진설로 주가가 출렁였다. 회사는 홈페이지에 "시장에서 유포되고 있는 유상증자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현금성 자산 규모와 향후 마일스톤 유입 계획을 공개했다.

반대로 비만 치료제 투여 주기를 월 1회로 연장하는 기술을 보유한 지투지바이오(456160)는 호재성 루머로 13일 7만800원이던 주가는 19일 8만7600원으로 올랐다.

JPMHC 현장에서 이뤄진 비만약 위고비 개발사 노보 노디스크 임원과 인터뷰가 보도됐는데, 국내 시장 일각에서 인터뷰 일부 내용을 엮어 지투지바이오가 '기술 이전 논의', '공장 실사 진행' 등의 호재가 있는 것처럼 만든 소위 지라시(근거가 불명확한 정보지)가 돌았다. 이런 풍문이 확산하자, 결국 회사는 "현재 일부에서 언급되고 있는 기술 이전 논의와 공장 실사는 진행되고 있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 입장을 공지했다.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침묵이 최선이라는 인식도 있었지만, 지금은 즉각적인 사실 확인과 설명이 없으면 불신이 더 커진다"며 "주주와의 소통과 허위 소문에 대한 빠른 대응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증시와 환율을 모니터하고 있다. 이날 코스닥은 장중 2% 넘게 상승해 소위 '천스닥' 기대감을 높였다. /연합뉴스

◇ 증권가 "중장기 성장성 유효"

23일엔 최근 낙폭이 과다했다는 심리가 일부 생기면서 바이오주 전반이 반등 흐름을 보였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알테오젠발(發) 바이오주 급락에 대해 "한국 바이오·제약 산업 성장성에 대한 우려가 과도하게 반영됐다"며 "이번 이슈는 (국내 바이오·제약 산업의) R&D 역량이나 중장기 성장성에 대한 문제라기보다는 과도한 기대감이 먼저 반영된 알테오젠 기업 가치의 재산정 과정"이라고 말했다.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중장기 성장성이 유효하다는 평가도 잇따른다. 글로벌 빅파마와의 협업 경험, 임상 단계 진입 파이프라인 확대, 기술 인지도 상승 등으로 구조적인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는 게 업계와 투자 전문가들의 평가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무대에서 실질적 성과를 나타내고 기술 인지도가 높아지는 K-바이오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어, 과거와 같은 암흑기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투자 기준이 한층 깐깐해졌다는 시각도 있다. 단순히 기술 수출 계약 성사가 아니라 계약 구조상의 이점, 마일스톤의 현실성, 임상 데이터의 축적 여부가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주가를 좌우하는 국면에 들어섰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한 시기엔 기술 수출이나 위탁생산 수주 계약만으로 주가가 급등했으나, 이제는 구체적인 수치와 일정, 검증할 수 있는 데이터에 더 반응한다"며 "제약·바이오주의 옥석 가리기가 심화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래픽=정서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