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하게 밀어붙일 사안이 아닙니다. 산업 현실에 대한 인식부터 바로잡고, 부작용 해소 방안과 자국 제조 경쟁력 유지, 실효성 있는 혁신 생태계 조성, 재정 절감 효과까지 놓고 정부와 산업계가 충분히 논의한 뒤 수용 가능한 범위를 다시 정해야 합니다."
김영주 종근당(185750) 대표는 26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약가제도 개편, 이대로 좋은가' 정책 토론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 대표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한국제약협동조합 등 5개 단체가 꾸린 '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의 정책기획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국내 제약사 관계자들은 정부가 추진 중인 제네릭(복제약) 약가 인하 정책이 산업 전반의 지속가능성을 흔들 수 있다고 한목소리로 우려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1월 제네릭과 특허 만료 의약품의 약가 산정률을 현행 53.55%에서 40%대로 낮추는 방안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했다. 이 개편안은 오는 2월 건정심 의결을 거쳐 7월 시행이 예정돼 있다.
윤재춘 대웅제약(069620) 부회장은 "이번 개편안이 국내 제약 산업의 혁신 동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윤 부회장은 "제약 산업은 실패가 기본값이고, 10년 이상을 내다보고 투자해야 겨우 성과가 보이기 시작한다"며 "예측 가능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어느 회사도 장기 투자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약가를 53%대에서 40%대로 낮추는 것은 체감상 20% 안팎의 가격 인하와 같다"며 "어느 산업도 이런 충격을 한 번에 견딜 수는 없다"고 했다. 평균 영업이익률이 5%에도 못 미치는 국내 업계 현실에서 제품 가격을 20~25% 일괄 인하하면 신약 개발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는 주장이다.
윤 부회장은 또 "한국에는 아직 자체 신약으로 글로벌 임상과 마케팅을 감당할 수 있는 회사가 거의 없다"며 "이제 겨우 숨을 돌리며 세계 시장으로 나아가려는 단계인데, 이 시점에 성장의 싹을 자르면 국내 산업은 결국 외국계 제약사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기업이 스스로 글로벌 임상과 판매를 수행해 해외에서 수익을 낼 수 있을 때까지 정부가 더 뒷받침해야 한다"며 "약가제도 개편 역시 단계적으로 추진해 국가 경쟁력과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높이는 방향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결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영주 대표는 국내 산업이 '제네릭 중심'이라는 정부의 인식부터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는 "국내 생태계는 이미 세계 3위 수준인 3233개의 연구개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고, 지난해에는 약 20조원의 기술 수출 성과도 냈다"며 "대기업의 바이오의약품 진출을 비롯해 많은 기업이 연구개발과 설비 투자를 늘리며 혁신에 매진하고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과거와 같은 제네릭 약가 인하 정책이 자국 생산 포기와 고용 불안, 연구개발 지연이라는 부작용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크다고도 했다. 그는 "국내 제약사는 매출에서 제네릭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구조"라며 "약가 인하는 곧바로 매출 급감과 수익성 악화, 연구개발 축소, 생존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네릭 가격 인하를 주도했던 주요 선진국들은 제네릭을 대부분 해외 생산과 수입에 의존하면서 잦은 품절 사태와 품질 문제, 감염병 이후 공급 불안이라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고도 했다.
김 대표는 환율 상승과 원료의약품 가격 인상, 인건비와 에너지 비용 증가, GMP 강화와 규제 확대 등으로 제조 원가는 계속 오르는데 정부 주도의 반복적 약가 인하로 제품 가격은 하락하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그는 "'비용 상승–가격 하락' 구조가 고착화된 상황에서 추가 인하는 사실상 자국 제조를 포기하라는 압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또 이번 개편안이 매출 상위 기업, 즉 연구개발과 오픈 이노베이션을 이끄는 기업일수록 피해가 집중되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제네릭을 다수 보유한 상위 기업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며 "정부가 제시한 혁신형 제약기업 보완책은 손실 규모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고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정책이 산업을 고도화하기는커녕 오히려 하향 평준화로 몰고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