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법원이 신영섭 JW중외제약(001060) 대표에 대해 징역형 집행유예를 유지하면서, 회사를 둘러싼 장기 리베이트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1부는 약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JW중외제약 법인과 신 대표, 영업부 팀장 박모 씨, 의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의사 박모 씨 등 의료기관 종사자 4명에 대해 검찰과 피고인 측이 제기한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1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26일 밝혔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지난해 8월 신 대표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팀장 박 씨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각각 선고했다. JW중외제약 법인에는 벌금 3000만원을 부과했다. 기소된 의료기관 종사자 10명 가운데 9명에게는 벌금 500만~2000만원과 추징금 366만~4800만원을 선고했고, 1명은 무죄로 판단했다.

사건은 이제 팀장 박모 씨와 의사 박모 씨 등 3명이 상고해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게 됐다.

신영섭 JW중외제약 대표./JW중외제약

◇현금·식사·골프…본사가 주도해 짠 '판촉 계획'

시작은 2023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린 대규모 제재였다.

공정위에 따르면 JW중외제약은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자사 의약품 처방을 유지하거나 늘릴 목적으로 전국 1500여개 병·의원에 약 70억원 상당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다. 대상 품목은 리바로, 악템라, 페린젝트, 엔커버 등 62개였다.

공정위는 회사가 조직적으로 판촉 전략을 펼쳤다고 봤다. 조사에 따르면 JW중외제약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18개 주요 품목을 중심으로 매년 전국 병·의원을 겨냥한 판촉 계획을 세웠고, 이 과정에서 병원별 처방 실적을 토대로 지원 대상을 추린 이른바 '보물지도'라는 내부 자료가 활용됐다.

공정위는 이 자료를 두고 "처방 증량 가능성이 높은 의료인을 골라내기 위한 목록"이라고 판단했다.

회사 측은 현금 지급, 학회 지원, 임상연구비 제공 등을 의료진 성향에 맞게 조합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여러 제품을 묶어 지원하는 '번들 프로그램'까지 가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원 방식은 전방위적이었다. JW중외제약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처방을 약속한 병·의원에 현금을 지급하거나 약제심사위원회 통과를 대가로 금품을 제공해 22억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의료기관에는 물품도 제공했다.

제품 설명회를 내세운 식사·향응 제공에는 6억원을 , 동반자를 포함한 의료진의 해외 심포지엄 개최에는 18억원을 투입했다. 해외 학술대회 참가 비용을 특정 의료인을 미리 골라 지원한 사실도 적발됐다. 골프 접대나 학회 행사 비용 지원도 빠지지 않았다.

공정위는 이 같은 행위가 공정경쟁규약이 금지하는 판촉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JW중외제약 본사 컴플라이언스팀이 리베이트 관련 용어를 정상적인 판촉 활동으로 보이도록 위장한 정황을 내부 자료에서 포착했다고 2023년 밝혔다./공정위

◇임상 연구도 '수단'으로…회계 조작·내부 은폐 정황도

공정위는 특히 임상 연구와 관찰 연구가 사실상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된 점을 문제 삼았다. JW중외제약은 2014년 이후 임상연구 21건에 7억원, 관찰연구 명목으로는 13억원을 지원했다. 영업 활동 일지에는 연구가 시작된 뒤 처방량이 늘었다는 내부 기록도 남아 있었다.

공정위는 "마케팅 부서 주도로 연구가 이뤄졌고, 처방 확대를 전제로 지원이 집행됐다"고 판단했다.

리베이트 집행 과정에서 회계 처리를 위장하고 내부적으로 은폐하려 한 정황도 드러났다. 영업사원들은 의료진에게 식사나 현금을 제공한 뒤 이를 직원 회식비 등으로 돌려 적었고, 컴플라이언스 부서는 '약속 처방' 같은 표현을 '제품 홍보'로 바꾸라는 지침을 내렸다.

공정위는 이를 "위법성을 인식한 상태에서 조직적으로 은닉한 정황"으로 판단했다.

당시 공정위는 이 사건을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로 보고 JW중외제약에 향후 금지 명령과 함께 과징금 298억원을 부과했다. 법인과 신 대표는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거래법 개정 이후 강화된 기준을 적용한 첫 대형 제약 리베이트 사례였다.

JW중외제약은 "이번 판결은 2018년 이전 일부 영업 활동과 관련된 사안에 대한 것으로 재판부 판단을 존중한다"며 "사건 이후 전사 차원의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대폭 강화하고 영업·마케팅 전반에 걸쳐 내부 통제와 교육, 사전·사후 점검 체계를 지속적으로 정비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는 투명하고 책임 있는 영업 문화가 조직 전반에 정착됐으며, 유사한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리·감독 체계를 계속 점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탈세 혐의로 법인과 신 대표 추가 기소…JW중외제약 '이중 부담'

한편 JW중외제약이 넘어야 할 산은 하나 더 남아 있다. 검찰은 지난해 3월 리베이트 자금을 복리후생비 등으로 처리해 15억여원의 법인세를 탈루한 혐의로 법인과 신 대표를 추가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회사는 의사 리베이트 자금 등 약 78억원을 손금(비용)으로 처리하면서 2016~2018년 법인세 약 15억원을 포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승인 취소된 신용카드 영수증이나 임직원이 아닌 제3자의 영수증을 활용해 복리후생비를 꾸며 비용 처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법인과 신 대표는 지난해 6월 열린 첫 공판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