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치료제가 인기를 끌자 제약사들이 의외의 곳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위고비를 판다며 돈을 가로채는 사기가 발생하거나 실손 보험 논란이 불거진 것입니다. 비만 치료제 수요가 높은 데다 가격이 비싼 편이다 보니 불법 유통 경로가 등장하며 문제가 번지고 있는데요.
인터넷에서 "수백만원을 보내면 위고비 3개월치를 보내주겠다"고 하는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다이어트 약품을 판매하는 사이트를 만들어 돈만 받고 비만 치료제는 보내주지 않는 방식인데요. 수원지법은 위고비 등 비만 치료제 값 2100만여 원을 8명에게 받아 챙기고 그밖에 주류 등을 판매한다며 수천만원을 가로챈 A씨에게 사기 혐의로 지난해 5월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일반 식품을 위고비와 같은 성분이라고 광고하며 소셜미디어(SNS)에서 불법 판매하는 사례도 있는데요.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인플루언서를 내세워 '한 달 7㎏ 감량' '초강력 식욕 억제' 등 문구로 홍보하면서 300억원 넘게 챙긴 업체 5곳 대표들을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겼습니다. 판매 제품이 위고비와 성분이 같다고 했지만 실제 체중을 감량하는 효과는 없던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위고비, 마운자로 등 비만 치료제를 판매하고 진료 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해 보험금을 청구하는 병원도 적발되고 있습니다. 치료 목적이 아닌 비만 치료제는 실손 보험 대상에서 제외되는데요. 일부 병원은 비만 치료제를 판매하고 체외 충격파 치료 등 실손 보험 보장 항목을 치료한 것처럼 진료 기록부를 꾸미는 방식으로 환자를 모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금융감독원과 경찰청 등은 오는 3월까지 실손 보험 악용 사기에 대한 특별 신고 기간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진료 기록부를 조작한 의사와 병·의원 관계자, 브로커, 환자 등을 신고하면 1000만~50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합니다.
해외도 가짜 비만 치료제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미국은 가짜 비만 치료제가 틱톡과 인스타그램 등에서 불법 판매되는 일이 있었고, 영국·독일 등 유럽도 불법 유통이 적발된 사례가 있는데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저혈당이나 메스꺼움을 일으킬 수 있으니 주의하라"고 했습니다. 이런 가짜 비만 치료제는 포장 문구에 오타가 있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 미국 일라이 릴리가 개발한 비만 치료제입니다. 식후 소장에서 분비되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호르몬을 모방한 약물로 일주일에 1회 주사하는 방식인데요. 뇌에서 식욕을 억제하고 음식이 위를 떠다니는 속도를 늦춰 포만감을 높이는 원리입니다.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이거나 고혈압, 제2형 당뇨병 등이 있는 BMI 27~30 환자가 치료 대상입니다.
비만 치료제는 병원에서 의사에게 처방 받아야 하는 전문 의약품입니다. 자칫 복통, 구토, 출혈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인데요. 노보 노디스크 관계자는 "회사를 사칭하는 사례까지 있다"면서 "환자에게 안전한 사용을 안내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한국 릴리는 "불법 광고에 현혹되지 않고 의료 전문가와 상담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비만 치료제는 최근 먹는 알약이 미국 식품의약국에서 허가를 받으면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요. 환자가 올바른 유통 채널을 거치지 않는 경우 안전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