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판 올리히(Stefan Oelrich) 바이엘 제약사업부 대표는 1월 12~16일(현지 시각)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기간에 조선비즈와 가진 인터뷰에서 "바이엘은 최근 수년간 중 가장 강력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며 "세포·유전자 치료제를 포함한 다양한 치료 기술을 개발 단계에서 진전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 바이엘(Bayer)

160년 역사의 글로벌 빅파마 바이엘(Bayer)이 주력 의약품의 특허 만료 위기를 신규 파이프라인(개발 중인 의약품군)으로 정면 돌파하고 있다.

전립선암 치료제 '뉴베카(Nubeqa)'와 심장·신장질환 치료제 '케렌디아(Kerendia)'가 실적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는 가운데 파킨슨병 세포·유전자 치료제를 비롯한 차세대 치료 기술(모달리티)로 파이프라인을 다각화해 중장기 성장을 가속하겠다는 구상이다.

스테판 올리히(Stefan Oelrich) 바이엘 제약사업부 대표는 지난 12~16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제44회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 2026)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2025년은 5개 핵심 품목 승인을 따낸 성장의 변곡점이었다"며 "바이엘은 수년 만에 가장 강력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포·유전자 치료제를 포함해 임상 단계(clinical-stage)에 있는 프로젝트만 31개에 달한다"며 "모달리티를 다각화해 바이엘의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 다양한 신약 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1863년에 독일에서 설립된 바이엘은 해열진통제 '아스피린' 개발사로 유명한 글로벌 생명과학 기업이다. 제약, 농업, 컨슈머 헬스 사업을 주축으로 2024년 연간 총매출 약 466억 유로(약 79조 원)를 기록했다. 이 중 제약 사업 매출은 180억 8100만 유로(약 31조 원)였다.

◇ 특허 절벽 넘어 차세대 신약에 주력

바이엘은 혈전 치료제 '자렐토'와 황반변성 치료제 '아일리아'의 특허 만료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제네릭(합성의약품 복제약)과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의 등장이 오리지널 약을 보유한 빅파마에는 시장을 빼앗길 위기다.

특히 최근 업계에선 연 매출 13조 원 규모의 아일리아 이후의 전략에 주목하고 있다. 아일리아는 미국 바이오기업 리제네론과 바이엘이 공동으로 개발해 상업화에 성공한 의약품이다.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판권을 바이엘이 갖고 있는데, 미국에서 2024년 5월 물질 특허가 만료됐고 제형 특허는 오는 2027년 만료될 예정이다.

삼성에피스홀딩스(0126Z0)의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068270), 삼천당제약(000250), 알테오젠(196170) 등 국내 기업들이 앞다퉈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해 세계 시장 출시를 노리고 있다.

그래픽=정서희

바이엘은 연구개발(R&D)에 계속 투자해 차세대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2024년에는 연 매출의 약 13%를 R&D에 투자했다.

올리히 대표는 "자렐토와 아일리아의 특허 만료 이후 매출 공백을 (후속 제품들이) 성공적으로 상쇄하고 있다"며 "뉴베카(Nubeqa)와 케렌디아(Kerendia)가 이미 강력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엘의 2024년도 실적을 보면 뉴베카 매출은 전년보다 78% 성장했고, 케렌디아 매출은 전년보다 약 74% 늘었다.

그는 "다음 상업화 물결은 심근병증 ATTR-CM 희귀질환 치료제 베이온트라(Beyonttra), 폐경 증상 치료제 린쿠엣(Lynkuet), 승인 시 뇌졸중 예방 적응증을 가질 항응고제 아순덱시안(asundexian)이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바이엘은 빌 앤더슨 CEO 취임 이후 'DSO(Dynamic Shared Ownership·역동적 공유 오너십)' 운영 모델을 도입하고, 조직 체질을 바꿨다. 조직을 효율화해 현장에 의사결정 권한을 부여하는 체계다.

올리히 대표는 "DSO 운영 방식을 통해 희귀질환 치료 신약 '베이온트라'가 라이선스 도입부터 독일 출시까지 2년이 채 걸리지 않았고, 출시 몇 달 만에 신규 처방의 약 50%를 점유하는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 'CGT 퍼스트 무버'… "파킨슨병 정복 임계점 도달"

바이엘이 역점을 두고 있는 주요 분야가 세포유전자치료제(CGT)다. 특히 파킨슨병 세포 치료제 '벰다네프로셀(Bemdaneprocel)'은 현재 임상 3상에 진입해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올리히 대표는 "벰다네프로셀은 시장 선점(first-in-market) 잠재력이 매우 높은 후보 물질"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이엘은 파킨슨병을 대상으로 세포·유전자 치료를 모두 개발 단계로 진전시킨 최초의 기업"이라며 "우리의 전략은 분명히 성과를 내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바이엘은 2019년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기업 블루록 테라퓨틱스(BlueRock Therapeutics)에 이어 2020년 유전자 치료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애스크바이오(AskBio)를 인수했다. 바이엘은 이들 회사를 통해 파킨슨병을 대상으로 세포 치료와 유전자 치료를 동시에 개발하는 이중 전략을 구축했다.

스웨덴 룬드대 연구진이 블루록 테라퓨틱스와 지난 2022년 파킨슨병 환자 12명을 대상으로 배아줄기세포 유래 도파민 세포를 이식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네이처

올리히 대표는 벰다네프로셀 상용화 목표 시점에 대해선 "아직 구체적인 상용화 시점을 언급하기는 이르다"고 답했다. 그는 "다만, 바이엘은 글로벌 공급망과 최첨단 생산 시설을 이미 갖추고 있어, 허가가 이뤄지는 즉시 신속하게 시장에 공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엘의 경쟁력으로 연구부터 개발, 생산, 유통까지 아우르는 '엔드 투 엔드(End-to-End)' 역량을 꼽았다. 올리히 대표는 "애스크바이오와 블루록 테라퓨틱스를 통해 축적한 과학적 전문성에 바이엘의 글로벌 규모와 첨단 제조 인프라를 결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엘은 대형 M&A 대신 데이터를 보면서 투자해 리스크를 줄이는 '스마트 딜'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올리히 대표는 "초기 단계부터 관여해 자산을 공동 개발하면 리스크를 줄이면서 장기적인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바이엘은 지난해 타브로스 테라퓨틱스(Tavros Therapeutics)를 인수했다. 이에 대해 올리히 대표는 "연구 조직을 본사에 흡수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이른바 '암스 렝스(arms-length)' 모델로 인수한 첫 사례"라고 했다.

혁신적인 기술을 보유한 한국 기업과의 협력 의향도 내비쳤다. 올리히 대표는 "현재 한국 바이오 기업과 진행 중인 R&D 파트너십은 없지만 한국을 포함해 혁신적인 파트너를 항상 찾고 있다"며 "항암·CGT·디지털 헬스 분야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