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테오젠(196170) 주가가 하루 만에 20% 넘게 급락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신약 가치를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알테오젠은 21일 전 거래일 대비 22.35% 하락한 37만3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약 5조7000억원이 증발하며 20조원 아래로 내려앉았다.

미국 머크(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피하주사(SC) 제형에서 매출이 발생할 경우 알테오젠이 수령하게 될 로열티가 기대보다 적어질 것으로 확인된 영향이 컸다. MSD의 지난해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알테오젠의 로열티 지급 조건은 '순매출의 2%'다. 글로벌 경쟁사 할로자임의 SC 제형 전환 기술 로열티가 통상 3~7%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낮은 편이다.

여기에 최근 공개된 미국 글락소스미클라인(GSK) 자회사 테사로와의 기술이전 계약 규모 역시 투자자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겹치며 실망 매물이 확대됐다. 해당 계약의 총 규모는 4200억원이다. 시장은 앞서 전태연 알테오젠 대표가 "임박한 기술이전 계약은 기존 계약과 유사한 규모"라고 언급한 점을 근거로, 직전 아스트라제네카와 체결한 1조9000억원 규모 계약 수준을 기대해왔다.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알테오젠 본사와 연구소./알테오젠

◇'수천억 계약'은 왜 신약 가치처럼 받아들여질까

개별 계약 조건에 대한 실망이 단기간에 주가를 크게 흔든 배경에는, 국내 제약바이오 시장이 신약 가치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여전히 '계약 총액'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구조적 문제가 깔려 있다.

국내 기술수출 계약에서 공시되는 계약 총액은 선급금에 더해 임상·허가·상업화 단계별로 지급되는 마일스톤과, 장기 매출에 연동된 로열티까지 모두 합산한 최대치를 기준으로 산정된다.

그러나 이 숫자가 계약 체결과 동시에 신약의 현재 가치처럼 해석되며 주가에 반영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알테오젠과 테사로 간 계약 역시 같은 구조를 갖고 있다. 계약 총액 4200억원 가운데 약 93%에 해당하는 3905억원이 마일스톤으로 구성돼 있다.

실제 계약 체결 시점에 회사로 유입되는 현금은 선급금 295억원에 그친다. 나머지는 임상 성공과 상업화라는 여러 관문을 통과해야만 현실화되고, 로열티 역시 실제 매출이 발생한 이후에야 의미를 갖는다.

마일스톤은 본질적으로 '조건부 가치'다. 임상 후기 단계나 허가 문턱을 넘지 못하면 지급되지 않고, 파트너사의 전략 변경이나 개발 우선순위 조정으로 기술이 반환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해 이탈리아 제약사 키에지가 호흡기 치료제 후보물질 'NCE401'의 기술 반환을 통보했을 당시, 티움바이오가 실제로 수령한 금액은 계약 총액 1099억원 가운데 21억원에 불과했다.

그래픽=정서희

◇마일스톤·로열티는 미래에 대한 가정

이 같은 계약 구조는 글로벌 제약업계가 신약 개발의 불확실성을 반영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신약 개발은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1~3상, 규제 당국 허가까지 통상 10~15년이 소요되며, 중간 단계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 리스크가 마일스톤과 로열티라는 형태로 나뉘어 반영되는 것이다.

국내 회계 기준 전반에서도 신약 가치는 상당 부분 '가정' 위에 놓여 있다. 자체 개발의 경우에도 신약은 통상 임상 3상 이후부터, 바이오시밀러는 임상 1상 단계부터 일정 요건을 충족해야만 무형자산으로 계상된다.

이후 임상 결과가 부정적이거나 사업성이 낮다고 판단되면, 해당 금액은 손상차손으로 전환돼 즉시 비용으로 반영된다. 개발 초기 단계에서 평가된 신약 가치가 가정의 변화에 따라 재무제표에서 곧바로 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김범준 가톨릭대 회계학과 교수는 "기술이전 계약은 후보물질이 어느 단계에서 체결됐느냐에 따라 성공 확률과 가치가 크게 달라진다"며 "초기 단계일수록 실제 기업에 귀속되는 것은 당장 받는 선급금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마일스톤과 로열티는 신약 가치가 향후 현실화될 것이라는 가정 위에 쌓인 숫자"라며 "아직 임상과 인허가라는 관문을 통과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현재 가치처럼 받아들이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알테오젠의 MSD 계약을 둘러싼 기대 역시 상당 부분 주가에 선반영돼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간 증권가는 알테오젠의 로열티 비율을 약 5%로 산정하고, 키트루다 SC 제형이 기존 시장의 절반을 대체할 경우 회사가 향후 1조원이 넘는 로열티를 지급받을 것으로 전망해왔다.

일러스트=챗GPT

◇샴페인은 이르다…"투자자들 시각 달라져야"

전문가들은 이번 알테오젠 사례를 계기로 기술수출을 바라보는 투자자의 시각 역시 달라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김 교수는 "포도가 익지도 않았는데 샴페인을 먼저 터뜨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계약 규모가 아무리 커 보여도 실제로 기업 주머니에 들어온 돈 외 나머지는 선수수익에 가깝다"고 말했다. 선수수익은 아직 이행해야 할 의무가 남아 있어 회계상 부채로 분류된다.

박동흠 엔터밸류 대표 회계사는 "기술이전 계약은 요건이 충족될 때마다 수익을 인식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회계상 문제는 없다"면서도 "아직 실현되지 않은 계약 총액이 신약 가치의 확정 신호처럼 받아들여지며 주가에 선반영되는 관행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임상 중간에 개발이 중단되는 사례는 늘 있어 왔고,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끝까지 받은 사례는 드물다"며 "지금의 알테오젠 주가 급락 국면은 기술수출 기대가 주가에 선반영됐던 10년 전 한미약품(128940) 사태 초기 국면과 구조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기술수출 경험이 있는 한 제약바이오 기업 관계자도 "업계에서는 계약 총액보다 선급금과 단기 마일스톤 규모를 더 중요하게 본다"며 "과거 실제로 마일스톤을 수령한 이력이 있는지 여부 역시 계약의 실질 가치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