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가 '먹는 위고비'로 미국 허가 관문을 통과하며 비만 치료 시장의 구조적 전환이 시작됐다.
미국과 한국 등에서 선풍적 인기를 끈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 치료제가 경구제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소화 속도를 늦추는 GLP-1 호르몬을 모방해 체중 감량 효과를 내는 치료제다.
지난달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노보 노디스크의 먹는 위고비(wegovy pill·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를 허가했다. 회사는 미국에서 판매를 시작했으며, 시장 확대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동안 GLP-1 비만 치료제 시장은 주사제 중심이었다. 업계에선 경구제 출시가 단순한 제형 변화가 아니라, 환자 접근성과 산업 구조를 동시에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에밀 콩호이 라르센 노보 노디스크 본사 수석부사장은 13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초기 출시 시장 기준으로 2030년까지 GLP-1 비만 치료 환자의 약 3분의 1이 경구 치료제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1~2년 전 내부 전망치보다 상향된 수치다.
그 근거는 임상적 효과다. 라르센 수석부사장은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먹는 위고비)는 주사제와 비슷한 수준의 체중 감량 효과와 심혈관 보호 효과를 보인 강력한 임상 데이터를 확보했다"며 "상당수 환자가 경구제를 선택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OASIS-4 임상시험에서 먹는 위고비 25㎎ 치료 시 평균 체중 감량률은 약 17%로, 주사제 2.4㎎과 유사하다.
특히 주사 치료를 기피하거나 중단했던 환자들이 새 수요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역사적으로 비만 주사 치료를 기피했던 환자군에서 치료율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한 변화"라고 강조했다.
경구제 전환은 가격과 공급 전략에도 영향을 미친다. 라르센 수석부사장은 "가격은 환자 접근성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라며 "가격을 낮춤으로써 수백만 명의 환자가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생산 능력 확대 없이는 가격 인하도 의미가 없다"며 위고비를 위탁 생산한 카탈란트 인수 등 공급 역량을 선제적으로 강화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가격 정책은 한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와는 별개다. 그는 "의약품 가격과 급여 적용은 국가 단위로 결정된다"며 "한국에서도 출시 이후 가격을 조정했고,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보건당국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노보 노디스크는 한국을 아시아 주요 전략 시장으로 보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는 비만과 당뇨병을 포함해 35개 이상의 글로벌 3상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라르센 수석부사장은 "한국은 비만 치료에 대한 의료적 수요가 높고, 임상 연구 역량도 뛰어난 국가"라며 "예방·치료·관리에 이르는 전주기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국가에서는 GLP-1 도입 이후 인구 수준의 체질량지수(BMI) 곡선이 완만해지거나 감소하는 지표가 나타나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보건 당국과의 협력 속에서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라르센 수석부사장과의 일문일답.
–GLP-1 적응증 확대 전략은.
"인류는 여전히 GLP-1 개발·확장 초기 단계에 있다. 현재 승인된 비만, 심혈관 질환, 신장 질환, MASH(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 적응증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미국에서 MASH 적응증을 승인받았고, 이를 전 세계로 확대할 계획이다. 오젬픽의 만성 신장 질환 보호 효과도 비교적 새로운 적응증이다."
–세마글루타이드의 알츠하이머 임상 3상 의미는.
"알츠하이머는 임상 연구 난도가 매우 높다. 세마글루타이드가 임상적 효과 가능성을 보여 대규모 연구를 수행했으며, 일부 바이오마커 변화와 안전성을 확인했다. 올해 알츠하이머·파킨슨병 학회에서 더 구체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CNS 질환 분야 탐색 연구는 지속할 계획이다."
–아밀린(식후 췌장에서 인슐린과 함께 분비돼 뇌에 포만감을 주고, 간에서 포도당 생성을 억제해 혈당 상승을 조절하는 호르몬) 유사체 개발 전략은.
아밀린 유사체는 GLP-1을 보완하는 중요한 원리다. 주사제 영역에서 단독·병용 요법으로 환자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 아밀린과 GLP-1 병용은 높은 체중 감량 효과, 아밀린 단독 요법은 높은 안전성 프로파일을 제공한다. 일부 환자에게는 독립적 옵션이 될 수 있다."
–경쟁사 대비 신약 개발 속도는.
"신약 개발 속도는 중요하지만, 품질과 환자 안전이 우선이다. 주요 3상 프로그램, 특히 아밀린 프로그램에서 경쟁력을 높이며 일정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혁신 경쟁은 환자 혜택으로 이어지므로 언제든 환영한다."
–GLP-1 시장에서 노보 노디스크의 차별화 요소는.
"노보 노디스크는 GLP-1 치료제 시대를 개척했고, 경구 치료제 시대도 열었다. 20개 이상의 파이프라인과 다양한 작용 원리, RNA·저분자 등 신기술을 탐구한다.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가 주사제 수준의 체중 감량 효과와 안전성을 보이며, 축적된 처방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안전성 근거가 차별화 요소다."
–향후 M&A·라이선싱 계획과 한국 기업 협력 가능성은.
"비만, 당뇨병 및 관련 질환에 초점을 맞춰 2020년 이후 100건 이상의 거래를 완료했다. 전 세계 기회를 물색하며 내부 파이프라인과 전략적 적합성을 평가하고 가격을 합리적으로 설정한다. 한국 기업과의 기술 제휴 및 협력 가능성도 열려 있으며, 한국의 AI·바이오 기술 수준을 높게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