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미용의료 관광 수요 확대와 해외 수출 증가에 힘입어 국내 미용·의료기기 기업들이 실적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과거 성형외과 중심이던 외국인 의료 소비가 자연스러운 피부 개선과 비침습 시술로 옮겨가면서, 관련 의료기기와 톡신·필러를 보유한 기업들의 외형 확대가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13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서 진료를 받은 외국인 실환자 수(중복 제외)는 117만여명으로 전년 대비 93.2% 급증했다. 외국인 의료관광 유치가 시작된 2009년 이후 연간 100만명을 넘긴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카드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외국인이 국내 의료업종에서 지출한 금액은 1조4052억원으로, 1인당 평균 153만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지출 항목별로는 피부과가 5855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성형외과(3594억원)를 크게 웃돌았다. 과거 성형 위주였던 외국인 의료 소비가 피부 개선과 안티에이징(항노화)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적별로는 일본인 환자가 44만1000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중국(26만명), 미국(10만1000명), 대만(8만3000명) 등이 뒤를 이었다. 일본인 환자 가운데 여성 비중은 94%, 20·30대는 74%를 차지했다.
최근 미국 유명 모델 킴 카다시안도 한국에서 '연어 주사'로 불리는 피부과 시술을 받는 모습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공개해 해외에서 관심을 끌었다. 해당 시술은 파마리서치(214450)가 개발한 연어 추출물 기반 피부 재생 주사 '리쥬란'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국내 미용·의료기기 기업들도 수혜를 입고 있다. 파마리서치와 리프팅 의료기기 '볼뉴머·슈링크'를 보유한 클래시스(214150)가 실적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파마리서치는 안면부 주름 개선 의료기기 리쥬란을 비롯해 필러 '리쥬비엘', 무릎 관절강 주사 '콘쥬란' 등을 보유하고 있으며, '리쥬란 코스메틱'을 중심으로 의약품·화장품·건강기능식품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이 가운데 리쥬란 등 미용 의료기기 매출이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실적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내수 매출 비중은 72%에 달한다.
최근에는 미국 시장에서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연결 기준 미국향 수출 매출은 지난해 1분기 59억원으로 전년 대비 467% 증가한 데 이어 2분기 83억원(230%), 3분기 96억원(495%)으로 빠르게 늘었다. 증권가에서는 파마리서치의 미국 매출이 지난해 342억원에서 올해 615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영업이익 역시 내년 3000억원, 2027년에는 3600억원을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파마리서치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주요 주주로 올라선 점도 해외 성장성에 대한 기대를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리쥬란은 아시아·호주·남미·중동 등 30개국에 수출되고 있으며, 올해는 서유럽을 중심으로 22개국 동시 진출을 앞두고 있다.
클래시스 역시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피부 고강도집속초음파(HIFU)와 고주파(RF) 등 비침습 리프팅 시술 기기를 주력으로 하는 클래시스는 지난해 처음으로 연매출 3000억원을 돌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매출은 2022년 1400억원대에서 2023년 1801억원, 2024년 2429억원으로 빠르게 증가했으며, 영업이익도 매년 30% 이상 성장했다. 지난해 예상 영업이익은 1682억원이다.
초음파·고주파 등 에너지 기반 미용 의료기기(EBD) 시술이 늘어나면서 시장 전반이 확대된 영향이다. 독일 멀츠의 '울쎄라', 미국 쏠타메디컬의 '써마지'가 대표적인 글로벌 제품으로 꼽히는 가운데, 클래시스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수출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수출 비중은 전체 매출의 65%에 달한다.
올해부터는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매출 확대가 예상된다. 클래시스는 2024년 미국에 모노폴라 고주파 장비 '이버레스(국내명 볼뉴머)'를 출시했으며, 지난해에는 비침습 집속초음파 장비 '울트라포머(국내명 슈링크)'의 임상시험 계획을 미국에서 승인받았다.
보툴리눔 톡신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휴젤(145020)·메디톡스(086900)·대웅제약(069620)의 해외 행보도 주목된다. 국내 시장 경쟁이 심화되면서 이들 기업은 성장 축을 해외로 옮기고 있다.
휴젤은 보툴리눔 톡신 제제 '레티보(국내명 보툴렉스)'를 중국·태국·일본·대만·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유럽 등 70여개국에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시장에 레티보를 출시한 만큼, 향후 현지 시장 안착 여부가 성장의 분수령으로 꼽힌다.
메디톡스는 자회사 뉴메코를 앞세워 해외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브라질 파트너사 블라우와 5년간 총 7300만달러(1094억원) 규모의 톡신 제제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중국 현지 유통사 해남스터우와도 중국 수출 총판 계약을 맺었다. 최근에는 아미코그룹과 고순도 차세대 톡신 제제 '뉴럭스'와 히알루론산(HA) 필러 '뉴라미스' 공급 계약을 체결해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이집트, 이라크, 카타르, 오만, 레바논 등 중동 10개국으로 판매망을 넓혔다.
유럽과 아시아에 이어 중남미 시장 공략도 강화하고 있다. 메디톡스는 국내 보툴리눔 톡신 제제 가운데 처음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시장에 진출했으며, 최근에는 도미니카공화국 의약품약국총국(DGDF)으로부터 '뉴럭스' 품목허가를 받아 현지 시장 진입을 본격화했다.
이 같은 해외 확장에 힘입어 메디톡스의 매출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증권가는 내년 처음으로 연매출 3000억원 돌파와 영업이익 500억원 이상을 전망하고 있다.
대웅제약도 '나보타'를 중심으로 해외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나보타는 국내 톡신 제품 가운데 처음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해 현지 점유율 14%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유럽과 중남미 주요 국가에 이어 최근에는 중동을 새로운 성장 시장으로 삼아 현지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의료관광 수요가 단기 이벤트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확대되고 있고, 미용 시술 트렌드도 비침습·피부 개선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과 임상 데이터, 해외 유통망을 동시에 갖춘 만큼 올해는 수출 성과가 실적에 본격 반영되는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