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CAR-T 세포(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 치료제 시장이 변곡점에 접어들고 있다. 큐로셀(372320)의 핵심 파이프라인이자 국내 1호 CAR-T 세포 치료제로 기대를 모으는 '림카토(개발명 안발셀)'가 올해 1분기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 결론을 앞두고 있다.
지난 3개월간 큐로셀의 주가는 림카토 허가 기대감을 반영하며 강세 흐름을 이어왔다. 지난해 10월 말부터 11월에 걸쳐 3만원대 후반에서 시작된 주가는 12월 초 4만원대 후반까지 상승했고, 지난 9일엔 5만5200원에 마감했다.
허가가 이뤄질 경우 건강보험 급여 등재와 약가 협상까지 신속 절차가 적용돼, 빠르면 2분기 출시, 하반기부터는 매출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허가 시점이 이미 한 차례 지연된 만큼, 시장의 시선은 기대와 함께 남아 있는 변수에도 동시에 쏠려 있다.
◇국산 1호 CAR-T, 킴리아·예스카타 대항마 도전
림카토는 재발성·불응성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을 적응증으로 하는 CAR-T 세포 치료제다.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은 혈액암 가운데서도 치료 성적이 비교적 뚜렷하게 개선된 질환으로 꼽힌다. 표준 항암치료만으로도 절반 이상의 환자가 장기 생존에 도달한다.
그러나 1차 치료 이후부터는 경과가 갈린다. 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완전관해에 이르지 못한 채 재발하는 경우 '재발성·불응성'으로 분류된다. 이 단계에서는 기존 치료 옵션의 한계가 분명해지며, CAR-T 세포 치료제가 대안으로 부상해왔다.
큐로셀은 2024년 12월 30일 식약처에 림카토의 품목허가 신청을 제출했다. 같은 달 보건복지부의 '신약 허가-급여-약가 연계 시범사업' 2차 대상에도 선정됐다. 이에 따라 품목허가 심사와 건강보험 급여 평가, 약가 협상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림카토가 허가될 경우 경쟁 구도는 이미 형성돼 있다. 현재 국내 시장에는 노바티스의 '킴리아'가 판매 중이며, 길리어드의 '예스카타'는 2차 치료제로 허가를 받아 급여 심사가 진행 중이다.
큐로셀이 강조하는 경쟁력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국내 자체 생산 시스템이다. 글로벌 CAR-T 세포 치료제들은 환자의 혈액을 해외로 보내 세포를 제조한 뒤 다시 국내로 들여오는 구조다. 반면 림카토는 국내에서 생산이 가능해, 공급 속도와 물류 안정성 측면에서 이점을 갖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 번째는 임상 결과다. 회사가 공개한 임상 2상 최종 결과에 따르면, 대상자 79명 가운데 림카토 투여 후 암세포가 모두 사라진 완전관해(CR) 비율은 67.1%로 집계됐다. 항암 치료 후 암의 크기가 일정 기준 이상으로 줄어든 환자들의 비율을 가리키는 객관적 반응률(ORR)은 75.3%였다. 둘 다 킴리아(39.1%, 53%) 대비 높은 수치다.
장기 추적 결과도 주목된다. 12개월 무진행생존율(PFS)은 41.1%, 18개월 PFS는 35.2%였다. 전체 생존율(OS)은 각각 66.6%, 57.3%로 나타났다. 특히 중앙값 무진행생존기간(mPFS)은 6개월로, 킴리아 임상에서 보고된 2.9개월을 크게 웃돌았다.
단, 처방 경험과 글로벌 레퍼런스에서는 기존 제품들과 경쟁해야 하는 위치다.
◇적응증 확대로 파이프라인 다각화…고형암 치료제도
국내 재발성·불응성 DLBCL 환자는 연간 최소 300명에서 최대 600명으로 추산된다. CAR-T 세포 치료제의 1인당 약가를 고려하면 국내 시장 규모는 연 900억~1800억원 수준이다.
현재 림카토는 3차 치료제로 개발·허가를 진행 중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시장 규모가 더 큰 2차 치료제로 적응증을 앞당길 계획이다. 림카토의 2차 치료제 임상 진입 목표 시점은 올해 하반기다.
적응증도 넓히고 있다. 성인 급성림프구성백혈병(ALL)은 지난해 10월 임상 2상 IND 승인을 받았고, 지난달에는 중증 전신홍반성 루푸스(SLE) 임상 1/2상 IND 변경 승인을 받았다. 변경 승인에서는 임상 2상 효능 평가 기준을 보다 명확히 했다.
큐로셀은 서울대와 독점 실시권 계약을 통해 확보한 '하이퍼카인(HyperCytokine)' 플랫폼을 기반으로 고형암 CAR-T 치료제 개발에도 도전한다. CAR-T 세포에 면역조절 물질을 탑재해 체내 활성도와 생존 기간을 동시에 높이는 기술로, 중국과 인도 등에서 연구자 임상을 통해 인체 유효성 데이터를 확보한 뒤 글로벌 파트너십을 추진할 계획이다.
◇허가 또 지연되면…주가도 매출도 '경고등'
큐로셀은 2023년 말 기업공개(IPO)로 320억원을 조달한 이후 지난해 총 30억원 규모의 외부 자금을 추가 확보했다. 지난해 초 33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을 결정한 데 이어, 지난해 9월에는 100억원 규모의 CB 추가 발행을 공시했다. 회사는 림카토 상업화까지 운영 자금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허가 시점은 여전히 변수다. 림카토는 당초 지난해 연말 허가를 목표로 했으나 미뤄졌다. 일반적으로 첨단바이오의약품은 식약처 규정상 영업일 기준 120일 이내 허가 여부가 결정되며, 큐로셀은 신속처리 트랙으로 90일 심사 대상이다.
림카토는 허가와 급여 평가, 약가 협상을 병행해 출시 시점을 앞당기는 전략을 전제로 하고 있다. 허가 시점이 밀릴 경우 출시 일정 역시 순연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매출 발생 시점도 자연스럽게 늦어진다.
이 경우 큐로셀의 자금 소진 속도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현재 큐로셀은 상업화 이전 단계로 매출이 없는 구조이며,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은 276억원에 달한다. 허가가 더 지연되면 임상·생산·인력 유지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현금 유출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
특히 지난해 조달한 CB 모두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전환 가능하다. 허가 및 상업화 일정이 지연될 경우 주가 흐름과 맞물려 향후 자금 조달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회사 측은 국내 최초 CAR-T 세포 치료제라는 상징성과 함께, 복잡한 제조공정(CMC), GMP 기반 공장 및 운영 시스템 검증(BLA 심사) 과정에서 다수의 보완이 이뤄지며 심사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김건수 큐로셀 대표는 "림카토는 허가 이후 건강보험 급여 등재까지의 소요 시간을 기존 절차보다 크게 단축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며 "이를 통해 보다 유연한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도 "보완 횟수와 보완 기간 제한을 감안하면 심사 시간이 사실상 대부분 소진된 상황"이라며 1분기 내 결론 가능성을 점치는 분위기다. 글로벌 CAR-T 세포 치료제들 역시 국내 허가까지 킴리아 7개월, 예스카타 8개월, 카빅티 1년 2개월이 걸렸다는 점에서, 림카토의 속도가 과도하게 느리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 큐로셀의 시가총액은 약 7300억원이다. 림카토의 출시 가능성을 상당 부분 선반영한 수준으로, 허가 이후에는 기대보다 실제 매출 가시성이 더 중요해질 전망이다.
하태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주가는 품목 승인까지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고, 그 이후 주가는 매출 규모에 초점을 두고 반응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