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가 '공부 잘되는 약'으로 잘못 알려지면서 해당 약물을 복용하는 10대 청소년이 늘었다. 하지만 ADHD가 아닌 청소년이 이 약물을 복용하면 오히려 과잉행동이 나타나고 심각한 경우 중독 같은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의들은 ADHD로 진단받은 청소년만 처방대로 복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픽사베이

집중력을 높여 '공부에 도움이 되는 약'으로 잘못 알려진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의 소아·청소년 처방이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1~9월에만 ADHD 치료제를 처방받은 10대 이하 환자 수가 이미 2024년 한 해 전체 처방 인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료용 마약류 월간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메틸페니데이트를 처방받은 10대 이하 남성은 11만3263명으로, 2024년 전체 처방 인원(10만7267명)보다 약 6% 많았다. 같은 기간 10대 이하 여성 환자도 4만9209명으로, 2024년 연간 수치(4만5764명)를 이미 초과했다.

국내 ADHD 치료제 시장의 80% 이상은 메틸페니데이트 성분이 차지하고 있다. 메틸페니데이트는 의료용 마약류로 분류되는 향정신성의약품이다. 대표적인 제품은 미국 존슨앤드존슨(J&J) 자회사 얀센이 개발한 '콘서타'로, 6세 이상 소아·청소년의 주의력 결핍과 과잉행동 등 ADHD 증상 치료에 사용된다. 하루 한 번 복용으로 효과가 장시간 유지돼 처방 빈도가 높다.

처방 증가 추세는 과거와 비교하면 더욱 뚜렷하다. 2023년 한 해 동안 메틸페니데이트를 처방받은 10대 이하 환자는 남성 9만851명, 여성 3만4888명이었는데, 이후 매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2021년 이후 10대 이하 메틸페니데이트 처방 환자 수는 해마다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이 약물이 의학적 진단과 의사 처방에 따라 질환 치료를 목적으로 사용돼야 하는 전문의약품임에도, 수험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공부 잘하게 해주는 약', '집중력 높여주는 약'으로 잘못 인식되며 오남용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07~2024년 메틸페니데이트 처방 현황을 분석한 결과, 연령별로는 10대에서, 소득 수준별로는 5분위(고소득층)에서 처방이 가장 많았다. 강남·서초·분당 등 교육열이 높은 지역에 처방이 집중됐다.

전문가들은 ADHD가 아닌 청소년이 이 약을 복용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두통과 불면증을 넘어 충동성·공격성 증가, 환각과 망상, 극단적 선택 시도까지 이어질 수 있어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천근아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도파민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아이에게 ADHD 약을 투여해도 인지 기능 향상 효과는 거의 없다"며 "오히려 감정 조절 장애로 충동성이나 공격성이 커지거나 불안이 심해져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고, 드물게는 환청 등으로 이어져 약물 의존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식약처는 수능 전후 메틸페니데이트 불법 광고·판매를 단속하고, 오남용 우려가 있는 의료기관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해왔다. 올해는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해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 단속을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