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입주한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와 인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각 사 제공

시무식(始務式)은 신년을 맞이하는 기업의 대표적인 행사입니다. 과거 기업들은 강당에서 시무식을 열고 경영 목표를 제시하며 우수 사원을 포상하거나 축하 공연을 진행하기도 했는데요.

최근 일부 제약·바이오 기업은 연말 재충전을 하거나 시무식을 하지 않고 신년 업무를 바로 시작하는 분위깁니다. 불필요한 격식 대신 업무 효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영진과 실리를 찾는 MZ세대(1980~2000년대생) 직원이 늘며 기업 문화가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인데요.

7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051910)은 올해 시무식을 개최하지 않았습니다. 1947년 설립된 LG화학은 과거 임직원이 모여 시무식을 열었는데요. 2000년대에는 "경쟁력 확보" 2010년대에는 "세계 보호무역 주의 강화" "어려운 경영 환경" "기본에 충실한 위기 극복" 등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2020년대 들며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하는데요.

LG화학은 대신 김동춘 사장의 신년사를 연초 사내 직원들에게 공유했는데요. 김 사장은 "파부침주(破釜沈舟)"를 강조했죠. 파부침주는 밥을 지을 솥을 깨뜨리고 돌아갈 때 타고 갈 배를 가라앉힌다는 의미입니다. 살아서 돌아오길 바라지 않고 전쟁에 나가는 결의를 의미하죠.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혁신으로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합니다. LG화학 관계자는 "과거 대부분의 기업들이 별도 공간에서 시무식을 했다면 요즘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올해 시무식을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김경아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의 신년사로 대체했는데요. 존림 대표는 "초격차 경쟁력"을, 김 사장은 "임직원의 도전 의식"을 강조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과거 임직원이 적을 때는 시무식을 했지만 인원이 늘면서 다같이 모이기 쉽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그동안 아예 사무식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업무에 집중하는 분위기"라고 하는데요. 보통 11월 말~12월 초 인사를 단행하고 조직을 개편하기 때문에 시무식보다 일에 전념하는 추세라는 설명입니다.

한미사이언스(008930), 한미약품(128940) 등 한미그룹도 별도의 시무식을 열지 않았다고 합니다. 대신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의 신년사를 사내망에 올렸다고 하는데요. 한미사이언스 관계자는 "창조와 도전, 연결과 소통을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해야 한다는 내용"이라고 했습니다.

HK이노엔(195940)도 시무식은 없었습니다. 회사는 대신 지난해 연말 임직원끼리 원격으로 모여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는데요. HK이노엔 관계자는 "전 직원이 1700명 정도라 (모여서) 시무식을 하는 것은 어렵다"면서 "참여가 가능한 직원끼리 원격으로 한해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습니다.

휴젤(145020)은 시무식 대신 작년 연말 강원도 춘천 공장에서 타운홀 미팅을 했다고 합니다. 캐리 스트롬 글로벌 최고 경영자(CEO)와 장두현 한국 CEO, 국내외 법인 임직원이 참여해 경영 계획을 공유하고 승진자를 축하했다고 하는데요. 캐리 스트롬 CEO와 장 CEO는 각각 지난해 10월과 9월 휴젤에 합류했습니다.

휴젤 관계자는 "시무식과 종무식을 특별히 하진 않는다"면서 "글로벌과 한국 CEO 경영 체제를 구축하며 '원팀'을 강조하기 위해 타운홀미팅을 진행했다"는 입장입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도 시무식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 회사는 조만간 경기 성남시 판교에서 송도 글로벌 연구·공정 개발(R&PD) 센터로 이전할 계획인데요. 센터에는 최첨단 연구 시설 등이 들어선다고 합니다. 회사는 이때 시무식을 겸한 행사를 진행할 전망입니다.

일각에서는 해외 기업처럼 연말~연초 휴가를 쓰는 분위기가 확산하며 시무식 풍경이 달라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옵니다. 업계 관계자는 "한해 열심히 일하고 연말을 일찍 마무리한 뒤 재충전하는 일부 MZ세대 직원들도 있다"면서 "거창한 시무식 대신 바로 일에 전념하자는 분위기"라고 하는데요.

코로나19로 간소화됐던 시무식이 점점 자취를 감추는 모습을 보며 직장인들은 "그래도 아쉽다", "비효율을 걷어내고 중요한 업무에 뛰어들 수 있다" 등의 반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