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뉴스1

지난해 코스닥 상장 공모에 흥행했다고 평가되는 기업 중 상당수가 차세대 항암 신약 개발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올해도 이런 흐름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신약 개발 기업 카나프테라퓨틱스가 올해 기업공개(IPO) 문을 처음 두드리는 바이오 기업이 될 전망이다. 카나프테라퓨틱스는 지난 5일 코스닥 상장을 위해 금융위원회에 증권 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2019년 2월 설립된 카나프테라퓨틱스는 지난해 8월 기술특례 상장을 위한 기술평가를 통과했다. 2024년 시리즈C 브릿지 투자까지 누적 투자금 약 616억원을 확보했다.

회사는 올해 1분기 내 수요 예측과 청약을 거쳐 코스닥에 입성하는 게 목표다. 이번 상장을 통해 200만주를 공모할 계획이다. 희망 공모가는 1만6000원~2만원, 공모 예정 금액은 320억원~400억원이다. 상장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이다.

◇ 전신 부작용 줄이고 癌만 노리는 기술 보유

서울대 생물학 학사, KAIST 생물공학 석사, 미국 UCSF 생물물리학 박사를 거친 이병철 대표는 로렌스버클리 국립연구소, 제넨텍, 산텐 등 글로벌 연구·제약사 경험을 바탕으로 카나프테라퓨틱스를 창업했다.

회사의 핵심 기술은 이중 융합 단백질 플랫폼 기술 'TMEkine'이다. 이는 암 조직에만 달라붙는 '항체'와 강력한 면역 자극 물질인 '사이토카인 단백질'을 결합해, 암 조직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도록 설계된 표적 면역항암 플랫폼이다.

종양 미세환경(TME·Tumor MicroEnvironment)에서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암세포를 사멸(제거)하는 게 핵심 원리다. 비유하면 면역 '폭탄'을 암 안에서만 터뜨리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기존 사이토카인 치료의 전신 독성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회사는 이 기술로 이중항체·항체약물접합체(ADC)를 포함한 다양한 항체 치료 모달리티로 확장하고 있다. 회사가 보유한 R&D 파이프라인은 이중항체 신약 2건, ADC 신약 1건, ADC 플랫폼 개발 1건, 합성신약 3건 등 총 7개다.

카나프테라퓨틱스 파이프라인 현황. /회사 제공

회사의 주 수익원은 플랫폼 기술을 적용한 신약 후보 물질 기술 이전(L/O)과 연구 용역이 된다. 회사의 2024년 매출액은 42억5155만원, 작년 1~3분기 매출은 19억44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GC녹십자(006280)는 카나프테라퓨틱스가 보유한 이중항체 기반 ADC 기술에 대한 권리(옵션)를 행사했다. 앞서 2024년 11월 양사가 체결한 공동개발 계약을 확장한 것으로, 전임상 단계의 파이프라인을 개발 단계로 진입시킨다는 의미가 있다. 개발 진행에 따라 카나프테라퓨틱스의 수익도 늘어난다.

이 외에도 롯데바이오로직스, 사이러스테라퓨틱스,유한양행(000100), 동아에스티(170900), 오스코텍(039200)과 기술 이전·공동 연구 계약을 각각 맺었다.

◇ IPO 흥행 조건, 기술 수출 성과와 시장 친화적 공모 구조

지난해 바이오기업 오름테라퓨틱(475830), 알지노믹스(476830), 에임드바이오(0009K0) 등이 잇달아 상장했는데, 이들 기업 모두 항암 신약 개발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주가가 시초가 대비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오름테라퓨틱의 지난 5일 종가 기준 주가는 12만7700원으로 시초가 대비 상승률이 500% 이상이다. 에임드바이오, 알지노믹스도 모두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300% 상승하는, 이른바 '따따상'을 기록했다.

이들 기업은 보수적인 공모가 산정 전략과 상장 전 기술 수출 성과를 바탕으로 상장 직후 강한 주가 흐름을 보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앞서 오름테라퓨틱스는 ADC 기술을 기반으로 글로벌 빅파마인 버텍스(Vertex)와 당시 1조원대, BMS와 약 2340억원 규모의 기술 수출 계약을 맺었다.

에임드바이오도 ADC 기술을 기반으로 비상장 상태에서 최대 3조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 3건을 달성했다. 주요 계약 상대는 미국 바이오헤이븐, SK플라즈마, 글로벌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 등이다.

알지노믹스는 작년 5월 다국적 제약사 일라이 릴리와 최대 1조 9000억원 규모의 RNA 편집 기술 치료제 개발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항체약물접합체(ADC)는 암세포 표면의 항원 단백질에 결합하는 항체(분홍색)에 항암제(붉은색)를 붙인 형태다. 정상 세포는 두고 암세포에만 약물을 전달해 '암세포 잡는 유도 미사일'로 불린다./Adobe Stock

글로벌 제약 기업이 R&D에 가장 많이 투자하는 분야가 암, 종양학 기술이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기존 항암제의 한계를 해결할 다양한 기술을 확보하는 데 공격적으로 투자할수록 국내 기업들의 기술 수출 기회도 커질 수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IPO 시장 제도 강화로 옥석 가리기가 이뤄진 데다 국내 증시에서 투자 심리가 살아나면서 상장 새내기주들이 주목을 받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바이오 기업들은 상장 전에 기술 이전(수출) 성과를 내 기술력을 입증하면서, 상장 시기에 추가 기술 수출, 신약 개발 성공 등 대형 모멘텀 기대가 작용하고 있다"며 "미국 금리 인하, 기술 수출과 임상 성공 성과 등이 바이오 기업들의 IPO와 주가 향방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국내 제약 바이오 기업의 기술 수출 규모는 역대 최대인 20조원을 넘겼다. 기술 수출 건수는 17건으로 과거 최대치였던 2021년(34건)보다는 줄었지만, 1조원을 웃도는 대형 계약이 늘면서 전체 규모는 크게 확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