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후에는 과연 병원이 있을까요, 없을까요?"

'스마트 변기' 연구로 주목을 받은 박승민 난양공대(NTU) 교수는 지난달 5일(현지 시각) 싱가포르 NTU 캠퍼스 내 연구실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이렇게 물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100년 뒤 병원은 지금과 같은 형태로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며 "집이 진단센터이자 수술실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가 그리는 미래 의료의 출발점은 화장실이다. 그는 미 스탠퍼드대 박사후연구원 시절인 2020년, 배설물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모듈을 개발하며 처음 이름을 알렸다. 변기에 부착되는 이 모듈은 카메라와 센서를 활용해 대변의 형태를 분석하고, 과민성 대장증후군 등 이상 징후를 포착한다. 소변 속 포도당이나 적혈구 유무도 자동으로 판별한다. 이 연구는 2023년 '괴짜 노벨상'으로 불리는 이그노벨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국내 반응은 냉담했다. 주요 대학 다섯 곳 모두 "대학에서 수행할 연구 주제로는 적절하지 않다"며 그의 연구계획서를 거절했다. 대신 손을 내민 곳이 싱가포르였다. NTU는 "세계 최초 연구라는 점이 마음에 든다"며 교수직을 제안했고, 연구비와 설비 확보도 전폭 지원했다. 싱가포르로 연구 무대를 옮긴 지 1년여 만인 지난해 5월, 박 교수는 국제 최고 권위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에 논문을 게재하며 학문적 입지를 다시 한 번 입증했다.

박승민 난양공대(NTU) 교수가 지난달 5일(현지 시각) 싱가포르 NTU 캠퍼스 내 연구실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싱가포르=박수현 기자

◇대장암 사망률의 빈칸, 기술 아니라 '채변'이었다

현재 박 교수는 질병 진단을 위해 변기에서 배설물을 채취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첫 목표는 대장암이다. 이를 위해 약 100억원 규모의 싱가포르 국가 연구비 수주도 노리고 있다. 결과는 올해 1~2월 중 발표될 예정이다.

그는 "시중에 이미 정확도 90%가 넘는 대장암 진단 키트가 있지만, 사망률은 여전히 높다"며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들이 채변 자체를 꺼린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가 떠올린 해법은 과거 한국의 경험이었다. 한국은 1960년대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국가 주도의 기생충 박멸 사업을 통해 감염률을 80%대에서 1% 미만으로 낮췄다. 1969년부터 1995년까지 전국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의무 검사와 치료가 결정적이었다.

그는 "사실상 전 국민을 스크리닝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였다"며 "고도의 기술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대변을 플레이트에 펴 바르고 현미경으로 기생충이나 알이 있는지만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의 진단 키트도 구조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사용자가 채취한 변을 실험실로 보내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를 확인하는 방식"이라며 "채변 과정을 자동화하면 진단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고 봤다"고 했다.

기술적 관건은 대변이 변기 물에 닿기 전, 공중에서 오염 없이 채집하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이 기술이 완성되면 기존 모듈과 결합해 병원은 물론 시청이나 약국 같은 공공 화장실 변기에도 설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분석 대상은 앞으로 더 넓어진다. 그는 "월경혈이나 질 분비물 등으로도 분석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관련 전문의들과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스마트홈을 넘어 스마트시티의 모든 화장실에 적용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박 교수가 개발한 '스마트 변기' 모듈이 시제품 비데에 장착된 모습./싱가포르=박수현 기자

◇시장으로 향한 스마트 변기…사회적 수용이 관건

박 교수는 개발한 모듈을 먼저 건강 관리 제품 형태로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23년 4월, 스타트업 '카나리아헬스'를 창업했다. 카나리아헬스는 지난해 5월 중소벤처기업부의 기술 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팁스(TIPS)에 선정돼 모듈의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그는 "모듈을 비데에 일체화하는 것이 최적의 상용화 방식이라고 판단했다"며 "삼성전자 등에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비데를 납품하는 '아이젠비데'와 협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 상반기 팁스 종료 전까지 완제품을 출시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첫 공략 시장은 요양병원과 실버타운이다. 노년층은 배변 횟수와 양의 변화만으로도 건강 상태 악화를 예측할 수 있어서다. 박 교수는 "사람의 기억에 의존한 배변 일지는 정확하지 않다"며 "이 모듈은 스마트폰 앱과 연동돼 데이터를 자동으로 축적하고, 이를 기반으로 적절한 시점에 병원 방문을 권유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증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2024년 10월부터 한국 석정웰파크병원에 시제품 12대를 설치해 데이터를 수집 중이며, 싱가포르 탄톡셍(Tan Tock Seng) 병원에도 곧 4대를 설치해 약 2년간 운영할 계획이다. 이밖에 서울대병원, 고려대안암병원, 부산대병원 등과도 도입을 논의하고 있으며, 서울대병원과는 의료기기 전환을 위한 대규모 통제형 임상도 준비 중이다.

단, 넘어야 할 허들은 있다. 가장 민감한 개인 정보인 건강 데이터를 다루는 만큼 프라이버시 문제다.

박 교수는 "변기별 모양을 분석해 신체가 카메라에 잡히지 않는 각도를 찾았고, 사용자가 임의로 조정할 수 없도록 모듈을 비데에 단단히 고정했다"며 "'몰카 논란'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설계"라고 설명했다.

이어 "데이터는 암호화·익명화해 클라우드로 전송하며, 은행 앱 수준의 보안을 목표로 내부 접근 권한도 최소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고 자료

Advanced Science(2025), DOI: https://doi.org/10.1002/advs.202503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