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임직원 성과급 지급 방식이 변하고 있다. 현금 중심의 단기 보상에서 벗어나, 자사주를 활용한 장기 성과 연계 보상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흐름이다. 임직원에게 주식을 지급해 개인 성과와 기업 가치를 함께 묶겠다는 취지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를 단순한 보상 제도 개편을 넘어, 지분 구조 안정화와 제도 변화에 대비한 경영 전략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나온다.
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128940)은 최근 임직원에게 공지한 연말 성과급 지급 방식에 주식 기반 성과 보상 제도(RSA·RSU)를 새롭게 도입했다. 지난 8월 신규 보상 체계로 채택한 제도로, 개인 평가 결과에 따라 성과 인센티브(PI)의 50~100%를 자기주식으로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주가가 하락할 경우 손실은 회사가 보전하며, 지급받은 주식은 1년간 의무 보유해야 한다.
현장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인 분위기다. 기존 현금 성과급 규모가 크지 않았던 만큼 "주가가 오르면 이익이고, 하락해도 회사가 보전해주니 주식 보상이 낫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는 전언이다.
다만 제도 도입 배경을 두고는 해석이 엇갈린다. 과거 경영권 분쟁을 겪은 한미약품이 임직원 주식 보유를 늘려 우호 지분을 확보하려는 포석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해당 제도는 시행 시점을 기준으로 한미사이언스(008930), 한미약품, 온라인팜, 한미정밀화학 등 주요 계열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하며, 대주주는 제외됐다.
그동안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가장 일반적인 주식 보상 수단은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이었다. 지난해에도 셀트리온(068270), 알테오젠(196170), 휴젤(145020), 차바이오텍(085660) 등 다수 기업이 임직원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스톡옵션의 한계를 보완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스톡옵션은 법·제도적 제약이 많고, 단기 성과를 낸 임직원이 주식을 행사해 매도한 뒤 회사를 떠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장기 성과 창출과 핵심 인재 유지를 동시에 달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스톡옵션은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회사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를 주는 방식으로, 행사 시점의 주가가 행사가격보다 낮으면 실질적인 보상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반면 RSU를 비롯한 주식 기반 성과 보상은 주식을 무상으로 지급하는 구조여서, 주가와 무관하게 주식 자체가 보상이 된다. 이후 주가가 오르면 보상 가치도 함께 커진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해외 기업들이 주로 활용해온 RSU 방식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주가 하락에 따른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고, 제도 운영도 간편해 경영진과 임직원, 주주 모두가 수용 가능한 보상 수단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지난해 HLB(028300), 대웅제약(069620), 한올바이오파마(009420) 등도 RSU를 도입했다. HLB는 지난해 상반기 임직원 84명에게 총 135억원 규모의 RSU를 부여했다. 당시 진행 중이던 항암제 리보세라닙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본심사 승인 완료를 조건으로, 승인 1년 후 50%, 2년 후 나머지 50%를 지급하는 구조다. 대웅제약과 한올바이오파마 역시 지난해 하반기 대표이사에게 RSU를 부여하며 장기 성과 연계 보상에 나섰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제도 환경의 변화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핵심으로 한 3차 상법 개정안 논의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기업이 취득한 자사주를 원칙적으로 1년 이내에 소각하도록 하는 상법 개정을 추진 중으로, 자사주를 장기간 보유하거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하는 관행에 제동을 걸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자사주를 단순 보유나 소각 대신 임직원 보상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사주를 결국 소각해야 한다면, 회사와 임직원 모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활용하려는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주식 기반 성과 보상은 기업 가치 제고와 인재 유지를 동시에 고려한 선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