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가 인간 뇌 오가노이드를 담은 플라스크를 들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세계 각국이 신약 개발 과정에서 동물 실험을 대체하는 움직임을 본격화하는 가운데, 올해 5월 코스닥에 상장한 오가노이드사이언스(476040)가 주목받고 있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미니 장기'로 불리는 오가노이드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오가노이드는 인체의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줄기세포를 장기와 유사한 입체 구조로 배양한 것으로, 동물 실험을 대신해 신약의 효능과 독성을 검증하거나 손상된 장기 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

그동안 신약 개발 과정에서는 동물의 눈이나 피부에 약물을 반복 투여하며 효과를 평가해왔다. 이 과정에서 쥐·돼지·원숭이 등 다양한 동물이 실험에 동원됐고, 매년 전 세계에서 희생되는 동물 수는 약 2억 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동물은 사람과 생리 구조가 달라, 동물 실험에서 성공하더라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는 실패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동물 실험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오가노이드 기술을 대안으로 채택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인사이트 파트너스에 따르면 세계 오가노이드 시장 규모는 2023년 28억달러(4조500억원)에서 2030년 100억달러(14조500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그래픽=정서희

◇오가노이드로 신약 효과 검증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의사 출신 유종만 대표가 2018년 설립한 기업이다. 유 대표는 고려대 생명과학과를 졸업하고 차의과학대 의학전문대학원 석·박사를 거쳐 같은 대학원 교수를 지내고 있다. 이 회사는 오가노이드 기술을 기반으로 지난 5월 코스닥에 초격차 기술 특례 상장했다. 초격차 기술 특례 상장은 국가 첨단 전략 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인정받아 상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회사는 신약 후보 물질의 효과를 평가할 수 있는 오가노이드 플랫폼 '오디세이'를 갖고 있다. 장, 종양, 피부 등 20종 이상의 오가노이드와 미세 환경을 구현하는 기술을 결합했다. 오가노이드는 동물 실험보다 정확도가 높고 신약 개발 기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회사는 오디세이가 신약 임상 시험 성공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약 뿐만 아니라 화장품, 건강기능식품도 검증할 수 있다.

회사는 오가노이드를 기반으로 재생 치료제도 개발한다. 염증성 장 질환 치료를 목표로 하는 아톰-C가 대표적이다. 환자 장 세포를 채취한 뒤 오가노이드로 배양한 재생 치료제다.

염증성 장 질환은 장에서 염증 반응이 과도하게 심해져 조직이 구멍 나거나 들러붙는 손상으로 인해 발생한다. 염증을 완화하는 약물은 나와 있으나 조직 손상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럴 때 재생 치료제로 손상된 부위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회사는 오는 2027년 국내 병원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그래픽=정서희

◇적자 폭 확대, 재무 구조 개선 과제

그러나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수익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누적 영업손실이 약 124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101억원보다 적자 폭이 확대됐다. 3분기 누적 매출총이익은 100% 늘어난 12억원이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 관계자는 "재생 치료제는 임상 허가를 받아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연구비, 인건비 등 초기 투자비가 들어 영업손실이 발생했다"고 했다.

그는 "약물을 평가하는 오디세이 사업에서 나오는 매출로 영업손실을 줄일 계획"이라면서 "(오가노이드) 시장이 성장하는 만큼 2027년 오디세이로 매출 1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증권업계도 재무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한국IR협의회 기업리서치센터 김승준 연구원은 "오가노이드 혁신 기술을 갖고 있지만 사업 구조 특성상 임상, 인허가, 사업화 등 재무 측면에서 리스크 요인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생 치료제) 아톰 매출 가시화와 기술 이전 성과, (오가노이드 플랫폼) 오디세이 해외 고객 확대가 리스크를 완화하고 기업 가치를 제고하는 핵심이 될 것"이라고 했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 지분은 3분기 말 기준 유 대표가 25.48%를 갖고 있다. 등기 임원 등을 포함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은 27.47%다. 회사는 내년 1월 초 주주총회를 열고 오상훈 전 차바이오텍 대표를 사내이사로, 이병건 전 지아이이노베이션 대표를 기타 비상무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이 전 대표는 종근당홀딩스와 녹십자홀딩스 대표 출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