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티슈진 무릎 골관절염 치료제 TG-C 1약(왼쪽)과 2약.

세포·유전자 치료제 '인보사' 사태로 손실을 봤다며 소액주주들이 코오롱생명과학(102940)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업계에서는 코오롱그룹의 법적 리스크(위험) 해소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와 함께 TG-C의 임상 3상 성공으로 인보사가 부활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0부(부장판사 김석범)는 지난 18일 김 모씨 등 소액주주 175명이 코오롱생명과학을 상대로 낸 약 64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소액주주 19명이 같은 이유로 제기한 별도의 손해배상 소송도 함께 기각했다. 재판부는 주성분 변경이 효능이나 유해성에 본질적 차이를 가져왔다고 보기 어렵고, 투자 판단에 중요한 사항의 거짓 기재나 누락으로도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인보사는 2017년 7월 코오롱생명과학의 자회사인 코오롱티슈진이 국내 첫 유전자 치료제로 개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허가를 받았다.

이는 사람의 연골세포가 담긴 1액과 연골 세포가 잘 자라게 돕는 유전자(TGF-β1)를 넣은 형질전환 세포로 이뤄진 2액으로 구성된 의약품이다. 1회 투여만으로 무릎 질환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꿈의 신약'이라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인보사의 주성분이 '연골유래세포'가 아닌 '태아신장유래세포'로 바뀐 사실이 미국에서 임상시험 3상을 진행하던 중 드러났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9년 3월 제품 판매를 중단시키고 그해 5월 품목허가를 취소했다.

이때부터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950160) 등 코오롱 그룹을 상대로 민·형사, 행정 소송이 줄줄이 불거졌다.

이번 소액 주주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그중 하나다. 소송 소가는 약 64억원으로 여러 주주들이 각각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 소송 중 가장 큰 규모다. 주주들이 항소할지 여부는 미정이다.

이번 판결이 남은 민사 소송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현재 법원의 판결을 앞둔 주요 소송은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 주주가 개별적으로 제기한 투자 손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1심이다. 회사와 식약처가 다투고 있는 인보사 품목 허가 취소 처분 소송은 1심과 2심에서 식약처가 모두 이겨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허가 취소 처분 취소 소송을 제외하곤 인보사 사태와 관련해 회사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이 잇따라 나왔다.

7개 혐의로 기소된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과 함께 기소된 이우석 전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는 2024년 11월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코오롱, 코오롱티슈진·생명과학 법인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비슷한 혐의로 먼저 기소돼 재판받은 코오롱생명과학 상무 조모씨 등 임원 2명도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 선고를 받았다. 연구비 환수 처분을 두고 회사가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도 회사의 승소로 종료됐다.

조선DB

코오롱티슈진은 인보사 이름을 'TG-C'로 바꿔 202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 허가를 목표로 미국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회사는 미국에서 TG-C에 대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FDA 권고에 따라 임상 대상 환자 1000명을 나눠 두 개의 스터디로 임상 3상을 진행해 왔다.

코오롱티슈진 관계자는 "내년 7월에는 첫 번째 스터디의 임상 주요 지표(톱라인) 결과를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두 번째 스터디 결과도 차례대로 나와 내년 안에 임상 3상 결과가 모두 발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미 품목 허가를 위한 채비도 들어갔다. 회사 관계자는 "품목 허가를 위해 임상 데이터와 생산 관련 데이터를 한 번에 제출해야 한다"며 "위탁생산은 스위스 기업 론자가 맡는다"고 했다.

론자는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분야 세계 1위 업체다. 론자와 협업으로 시장은 FDA 심사 과정에서 주요한 CMC(제조 품질 관리)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전략이다.

코오롱티슈진은 여기에 더해 척추(Disc)로 적응증을 확대하는 미국 임상 1상 계획도 승인받아 내년 하반기부터 척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투약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FDA는 척추 또한 무릎과 마찬가지로 TG-C의 임상시험에 안전성 문제가 없다고 보고 적응증 확대 임상시험을 승인했다.

코오롱티슈진 관계자는 "척추 골관절염에 대해서는 향후 공동 개발, 기술 이전 등 다양한 방식으로 상업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TG-C의 임상 3상 성공 여부에 따라 코오롱티슈진과 코오롱생명과학의 사업이 큰 분기점을 맞을 전망이다. 코오롱 티슈진은 미국과 유럽 판권을, 코오롱생명과학은 한국과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 판권을 각각 갖는 구조다.

미국 FDA로부터 TG-C의 품목 허가를 받으면 코오롱 티슈진은 미국 내에서 시판 승인 후 12년, 유럽은 10년간 독점 판매권을 보장받게 된다.

코오롱티슈진 관계자는 "이 기간 복제 의약품 판매 등 경쟁사의 시장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해져 TG-C가 글로벌 골관절염 시장의 유일한 근본적 치료제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TG-C의 미국·유럽 외 지역에 대한 임상은 해당 지역 판권을 보유한 코오롱생명과학이 진행하는 구조인데, 일본, 중국 등의 파트너사에 판권을 넘겨 임상을 진행할지 등 여러 방법을 놓고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