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신약 '렉라자'의 주성분 레이저티닙 원개발사인 오스코텍(039200)이 아델과 공동 개발한 알츠하이머병 신약 후보물질을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에 기술이전하는 데 성공했다. 그동안 '렉라자 유일' 파이프라인으로 평가받아온 오스코텍은 이번 계약을 계기로 2030년까지 3개 이상의 후보물질에 대한 추가 기술이전을 추진할 방침이다.

윤태영 오스코텍 대표는 18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서 열린 기술설명회에서 "이번 사노피 기술이전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2030년까지 최대 3~4개 후보물질에 대한 추가 기술이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태영 오스코텍 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서 열린 기술설명회에서 발표하고 있다./염현아 기자

앞서 아델은 오스코텍과 공동 개발한 알츠하이머병 신약 후보물질 'ADEL-Y01'을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에 기술이전했다고 16일 밝혔다. 계약 규모는 최대 1조5300억원이다. 마일스톤(경상 기술료)과 로열티(기술 사용료)를 포함한 수익은 아델 53%, 오스코텍 47% 비율로 배분된다. 이에 따라 선급금 1180억원 가운데 오스코텍은 약 550억원을 수령한다.

이번 기술이전 논의는 올해 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를 계기로 본격화됐다. 윤 대표는 "아델이나 오스코텍 모두 알츠하이머 임상 2상까지 자체적으로 끌고 갈 여력은 없다는 데 공감대가 있었다"며 "임상 2상 진입 전 기술이전을 목표로 한 전략이 이번에 현실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에 확보한 자금은 다시 연구개발(R&D)에 재투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계약 주체가 아델 단독으로 설정된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윤 대표는 "ADEL-Y01의 특허와 초기 개발은 아델에서 시작됐고, 글로벌 제약사들은 통상 3자 계약을 꺼린다"며 "사노피가 양자 계약을 요구했고, 기존 역할 분담에 따라 아델이 계약 주체가 됐다"고 말했다. 수익 배분 비율이 53대 47로 정해진 것도 이러한 구조를 반영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다만 시장 반응은 엇갈렸다. 1조원대 기술수출 소식이 전해진 당일 오스코텍 주가는 전일 대비 6.58% 하락한 5만7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장에서는 계약 구조상 오스코텍이 계약 주체에서 제외됐다는 점과, 다음 기술이전까지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이 투자심리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 측은 ADEL-Y01의 기술 경쟁력과 임상 진척을 고려하면 이번 기술이전의 의미는 중장기적으로 평가될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윤 대표는 "알츠하이머 진행 과정에서 신경세포를 직접 손상시키는 핵심 인자가 타우 응집체라는 가설이 있다"며 "ADEL-Y01은 타우 응집이 다른 신경세포로 퍼지는 과정을 강하게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 점이 사노피를 설득한 핵심 근거"라고 말했다.

ADEL-Y01은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타우 단백질 가운데서도 정상 타우에는 작용하지 않고, 뇌에 쌓여 독성을 유발하는 '아세틸화 타우(acK280)'만을 선택적으로 표적하는 단일클론항체다. 현재 글로벌 임상 1상이 진행 중이다.

윤 대표는 "알츠하이머 임상 2·3상 결과에 따라 시장을 단정적으로 예측하기는 어렵다"면서도 "2037년 출시를 가정할 경우, 보수적으로 봐도 최소 8조원 규모의 시장을 기대할 수 있고, 시나리오에 따라 30조원, 최대 45조원까지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ADEL-Y01의 초기 개발은 아델이 주도했다. 타깃 발굴부터 후보물질 도출, 유효성 검증, 비임상 시험, 임상 시료 생산까지 전 과정을 아델이 맡았다. 이후 2020년부터 오스코텍이 공동 연구개발에 참여했다. 아델은 제조·품질관리(CMC)와 사업개발을, 오스코텍은 독성·약동학(PK) 등 임상시험계획(IND) 허가를 위한 연구를 담당했다.

윤 대표는 향후 파이프라인 전략도 제시했다. 오스코텍은 자가면역질환 치료 후보물질 '세비도플레닙'과 고형암 치료 후보물질 '덴피본티닙'의 임상을 중단하고, 내년까지 외부 기술이전을 추진할 계획이다. 대신 카나프테라퓨틱스로부터 도입한 항암제 내성 차단 물질 'OCT-598'과 섬유화를 타깃으로 한 'OCT-648'에 연구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OCT-598은 임상을 시작해 이날 첫 환자 투여가 이뤄졌고, OCT-648은 전임상 단계에 있다.

윤 대표는 "전략과 맞지 않는 파이프라인은 과감히 정리하고, 최소 2종 이상의 신규 후보물질을 추가로 확보할 것"이라며 "항암제 내성 분야를 중심으로 차세대 기술과 새로운 모달리티, 신사업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회사 제노스코와 관련해서는 "최근 임시주주총회 결과와는 별개로 100% 자회사 전환을 추진할 것"이라며 "제노스코와의 시너지 방안은 내년 초 구체적으로 발표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