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술특례 상장 평가 기준이 강화되면서 바이오·의료기기 기업을 둘러싼 공모 시장이 질적 선별 체계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실적과 기술력에 대한 엄격한 심사로 상장 기업 수는 줄었지만, 이를 통과한 기업을 중심으로 공모 규모와 기업가치는 오히려 커졌다는 평가다.
18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올해 기술특례로 코스닥에 상장한 제약·바이오 기업은 총 13곳이다. 여기에 연내 '바이오·의료기기 최대어'로 꼽히는 리브스메드와 알지노믹스가 추가로 증시 입성을 앞두고 있다.
◇2025 기술특례 상장 15곳…높아진 문턱에 상장 수 ↓
올해 기술특례 상장은 2월 오름테라퓨틱(475830)을 시작으로 본격화됐다. 5월에는 오가노이드사이언스(476040), 로킷헬스케어(376900), 이뮨온시아(424870), 인투셀(287840)이 잇따라 상장했고, 6월 지씨지놈(340450), 7월 뉴로핏(380550)과 프로티나(468530)가 뒤를 이었다. 8월에는 지투지바이오(456160)와 그래피(318060)가, 11월에는 큐리오시스(494120)가 코스닥에 데뷔했다. 이 가운데 오름테라퓨틱, 로킷헬스케어, 이뮨온시아, 프로티나, 지투지바이오 등은 상장 이후 시가총액이 세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12월 들어서는 대형 바이오 기업들이 연이어 상장하며 공모 시장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렸다. 항체-약물접합체(ADC) 신약 개발 기업 에임드바이오(0009K0)는 기업공개(IPO) 전부터 흥행 기대를 모은 데 이어, 상장 직후 시가총액이 '조 단위'에 진입했다. 공모가 대비 주가가 두 배 이상 오르는 이른바 '따블'을 기록하며 현재 시가총액도 4조5000억원대로 급증했다. 지난 12일 상장한 쿼드메디슨(464490) 역시 상장 첫날 주가가 80% 가까이 오르며 강세를 보였다.
전체적으로 보면 올해 기술특례 신규 상장 기업은 15곳으로 전년(18곳)보다 3곳 줄었다. 업계에서는 기술특례 상장 심사가 한층 까다로워진 영향으로 보고 있다.
기술특례상장제도는 성장성과 기술력은 있지만 당장 수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이 기술 평가를 통해 상장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2005년 바이오 업종을 대상으로 처음 도입됐으며,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 평가 등급(A·BBB 이상)을 받으면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수 있다.
올해 초 금융당국은 상장폐지 요건 강화를 골자로 한 IPO 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기술특례로 상장한 일부 기업이 연구개발(R&D) 실패와 자금난, 회계 불투명성 등으로 위기에 몰리자, 주주 보호 차원에서 부실 기업의 퇴출을 유도한다는 취지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는 유연성을 제공하되, 시장 신뢰를 저해하는 기업은 신속히 정리하겠다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상장 문턱이 높아졌지만 '대어급' 기업은 오히려 늘었다. 올해 상장한 15곳의 공모가 기준 총 시가총액은 4조9222억원으로, 지난해 18곳의 시가총액 합계(3조345억원)를 크게 웃돌았다.
금융당국은 "새 상장폐지 기준은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는 유연성을 제공하고, 시장 신뢰를 저해하는 기업은 신속히 정리하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대어급' 몸값은↑…연말 '최대어' 리브스메드·알지노믹스 출격
그러나 '대어급' 기업은 오히려 늘었다. 올해 상장한 15곳의 공모가 기준 총 시가총액은 4조9222억원으로, 지난해 18곳의 시가총액 합계(3조345억원)를 크게 웃돌았다.
올해 IPO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자금 유입이 기대되는 기업은 의료기기 업체 리브스메드다. 상하좌우 360도로 꺾이는 다관절 기술의 복강경 수술기구 기업으로, 오는 24일 상장을 앞두고 있다. 상장 시 예상 시가총액은 1조3564억원으로, 올해 코스닥 IPO 최대어로 꼽힌다. 이는 2023년 파두 이후 기술특례 상장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기업가치 1조원을 넘기는 사례다.
리보핵산(RNA) 기반의 유전자치료제 개발 기업인 알지노믹스도 이날 상장할 예정이다. 지난 5월 미국 일라이 릴리와 1조900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성사시켰다.
증권가에서는 기술특례 상장 문턱이 높아지면서 공모 시장에서도 선별 효과가 뚜렷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상장 숫자보다 기술력과 사업화 가능성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으면서, 통과 기업에 자금이 집중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내년에도 기술특례 상장이 양적 확대보다는 일정 수준의 기술력과 파이프라인을 갖춘 기업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